책 내용을 오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책을 읽고 기록하는 행위는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허무해하지 않고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일과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무런 이유나 목적 없이 ‘그저 태어났으니까 산다’라는 태도와도요.
물론 이왕 태어났으니 열심히 살아서 자식들에게 유산도 남기고 사회에 환원도 하고, 그래서 이름도 남기면 좋겠지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고 해서 잘못 산 것은 아니잖아요. 그렇듯 ‘책을 펼쳤으니까 그저 읽는다’ ‘노트를 펼쳤으니까 뭐라도 그저 쓴다’라는 태도를 가지면 어떨까 해요. 책과 독서 노트로부터 뭔가를 배우고 깨달을 수 있으면 좋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더라도 독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