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홀로 여행을 떠나본 적은요. 아니면 고독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이 좋지 않아서 애써 사람들과 어울려본 적은요. 저는 주인공이 자신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다른 사람들의 눈에 맞춰 살았고 그래서 ‘잘’ 살았다고 자부하는 모습이 그 증거입니다. 이 정도면 나도 성공했어, 이만큼 했으면 열심히 한 거 아냐? 그걸 판단하는 잣대를 자신이 정한 게 아닌 거죠. 그는 너무 여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자기 안으로의 여행인 고독이 먼저 필요했을 거 같아요. 대부분 고독하다고 하면 부정적으로 여기는데, 저는 반대예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항상 시간에 쫓깁니다. 이거 해야 하는데, 저거 해야 하는데, 하면서요. 요즘 시선으로 본다면 대단히 거꾸로 된 일이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시간이 낭비될 것 같은데 말이에요. 이건 항상 지름길이 빠르진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천천히, 찬찬히 가는 인생이 오히려 다양한 것을 접하며 다채롭게 갈 수 있어요. 거기서 파생되는 게 창의력이죠. 특히 요즘에는 어마어마한 정보들과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투성이라서 나 자신이 조용할 틈이 없습니다. 자꾸 확신할 수 없는 정보와 자극을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창의력이 생길 수 있겠어요. 창의력이 필요한 작가나 예술가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가지는 건 그 이유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