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홀로 여행을 떠나본 적은요. 아니면 고독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이 좋지 않아서 애써 사람들과 어울려본 적은요. 저는 주인공이 자신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다른 사람들의 눈에 맞춰 살았고 그래서 ‘잘’ 살았다고 자부하는 모습이 그 증거입니다. 이 정도면 나도 성공했어, 이만큼 했으면 열심히 한 거 아냐? 그걸 판단하는 잣대를 자신이 정한 게 아닌 거죠. 그는 너무 여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자기 안으로의 여행인 고독이 먼저 필요했을 거 같아요. 대부분 고독하다고 하면 부정적으로 여기는데, 저는 반대예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항상 시간에 쫓깁니다. 이거 해야 하는데, 저거 해야 하는데, 하면서요. 요즘 시선으로 본다면 대단히 거꾸로 된 일이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시간이 낭비될 것 같은데 말이에요. 이건 항상 지름길이 빠르진 않다는 걸 의미합니다. 천천히, 찬찬히 가는 인생이 오히려 다양한 것을 접하며 다채롭게 갈 수 있어요. 거기서 파생되는 게 창의력이죠. 특히 요즘에는 어마어마한 정보들과 오감을 자극하는 것들투성이라서 나 자신이 조용할 틈이 없습니다. 자꾸 확신할 수 없는 정보와 자극을 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창의력이 생길 수 있겠어요. 창의력이 필요한 작가나 예술가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가지는 건 그 이유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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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문학동네 시인선 184
고명재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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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한증 때문에 여름이면 흘러내린다 아이스크림처럼 부모는 늙어버렸다 골다공증에 걸린 엄마를 등에 업고서 병원 계단을 한 칸씩 올라가다가 그는 단번에 모든 것을 알아차린다 "엄마는 새가 되기로 작정했는가" 강보에 싸인 여자가 끄덕거리고 사방에서 땀이 풍풍 폭발한다 냇물처럼 번들번들 몸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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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삶은 예술로 빛난다 -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대답
조원재 지음 / 다산초당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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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지 않은가?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이 하찮은 것일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단 한 번뿐인 삶의 지금 이 순간을 영롱하게 채워주는 무엇이 될 수 있다. 누군가에게 달은 매일 당연히 뜨는 돌덩이일지 모른다. 그는 높다란 건물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그것을 굳이 찾아볼 필요도, 생각할 겨를도 없다 여길지 모른다.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 그 달은 지구의 대기를 한걸음에 뚫고 나가 무한히 펼쳐진 우주를 상상케 하는 매개물이 될지도 모른다. 유난히도 맑은 어느 초겨울 늦은 밤. 바닷가를 따라 산책하다 노르스름하게 들뜬 보름달이 목화솜 뽑아 갓 짜낸 이불 같은 구름을 슬며시 덮고 바람처럼 유유히 흘러갈 때. 그 상이 검푸른 바다의 피부 위에서 흩어질 듯 말 듯 춤출 때. 그 모든 풍경을 관조하던 산책자는 자신이 끝 모를 장대한 우주 어느 공간에 둥둥 떠 있는 지구라는 돌덩이에 발을 딛고 있는 하나의 작은 존재일 뿐임을 체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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