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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무인도
박해수 지음, 영서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인도(無人島)란 사람이 없는 섬 아닌가? 그런 무인도가, 책의 제목처럼 ‘완벽’할 수 있을까?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이 제목에 반항심이 일어 책을 집어 들었다면,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질까?
하지만 어쩌면 주인공 ‘차지안’도 그런 반항심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자 무작정 도문항으로 떠났는지도 모르겠다.
지안의 일상과 삶을 되돌아보면, 특별할 것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신념이나 목표보다는, 그저 물 흐르듯 흘러가는 삶에 자신을 맡기고 살아온 날들이었다. 그래서일까. 상처와 실패 앞에 쉽게 무너지고,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던 지안의 모습에서 낯선 듯 익숙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 지안이 스스로 선택한 ‘무인도의 삶’. 무모해 보이지만, 오히려 설레는 선택이다.
“묘하게 설레기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의 흐트러지고 어그러진 생활과 그 속에서 끝없이 위축되기만 했던 내가 이렇게 용기를 낸다는 게 나 자신도 조금은 신기하게 느껴졌다.” (p.132)
용기를 내는 순간은,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나 가슴이 뛴다. 그래서일까. 지안의 용기 앞에서 괜스레 나도 어떤 일이든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지안의 곁에는 또 다른 용기의 아이콘, 5년 차 여선장 ‘현주 언니’가 있었다. 무인도에 살아도, 결국 사람은 혼자 견디기 힘든 법. ‘사람(人)’이라는 한자처럼 서로 기대야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현주 언니는 지안에게 마중물 같은 존재였다. 세상을 살아가며 이런 사람을 만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 그렇기에 지안은 참 행운이었다. 그리고 지안이 머무는 송도라는 무인도는, 어쩌면 그래서 ‘완벽’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처음엔 이해되지 않던 제목이, 읽고 나니 서서히 마음에 스며든다. 지안이 받은 상처는 어느덧 아물었고, 현주 언니의 마지막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곧 미소와 함께 답할 것 같다.
이 책을 덮으며 문득 나에게 묻게 된다. 지금, 나만의 무인도는 어디일까? 나는 나를 어떻게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가? 때론 멀리 도망치듯 떠난 공간이, 오히려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지안처럼 완벽하진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무인도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