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이제 계란 한판이 되다보니 쉽게 접하는 이야기 주제가 있다. 바로 결혼이다. 결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배우자가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지는 결혼 선배들의 최고의 배우자 조건은 어떻다 라고 이야기가 돌아가게 되어있다. 그러다보면 쉽게 하는 이야기가 돈많은 여자 내지는 능력있는 여자를 만난다면 나 역시도 살림 정말 잘할 자신있다라던가 돈많은 여자 만나서 하고 싶은 공부 하면서 간간히 여행이나 다니고 싶다 그런거 였다. 말이 좋아서 공부하는 학생이고, 살림살이 하는 남성주부이지 한량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생각을 조금씩이라도 하고 이야기를 내뱉던 나에게 이 책은 조금은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고혜정 작가에 대해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거의 아는 것이 없었다. 그나마 친정엄마 라는 책의 저자라는 점과 그 책이 연극으로도 나왔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그의 남편이 변리사 준비를 6년간 했고, 흔히 내가 말했던 부인이 돈을 벌고, 남편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그런 사람이라는 것은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그러면서 그런 가정들이 겪게 되는 주변 시선에 대해 이 책을 통해서 간접 체험해보니 흠... 요태까지 내가 말한게 정말 괜찮은 건가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러면서 갑자기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종사촌누나가 떠올랐다. 이모께서 요즘 들어 심심찮게 하는 말씀이... 딸은 나가서 돈벌고 오는데 사위라는 놈이 밥만 축낸다고 생각하니까 미워죽겠다고... 누나 벌이가 괜찮기는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고생이기에... 그리고 그것을 이제 2년차 채워가는 사회초년생 티를 벗지도 못한 나 역시 잘 알기 때문에 생각을 고치기로 맘 먹었다. 그래도 기왕이면... 돈많고 능력 되는 여자면 좋겠지만서도(응? )
그와 더불어 이 책 보면서 2가지 에피소드를 재밌게 접했다. 하나는 바람을 피던 남편이 협박을 받아서 날라온 사진을 보았더니 자기 사진이 아니라 자기가 사준 차를 타고 바람을 핀 아내의 사진... 그런데 그것을 조용히 집에 사진만 보내고선 묻어버리고 가정을 지킨 에피소드는 과연 나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흔히들 자신의 외도에는 자비로우면서도 자신의 배우자의 외도를 보게 되면 미친다고들 하는데... 이게 실제로 있던 일일까... 라는 의구심이 들면서 나는 과연?? 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 상황이 직접 닥쳐보지 않고선 역시 모르겠다. 또 다른 에피소드는 철수와 영희 부부. 친구와의 우정을 끔찍히 생각하는 철수 이야기 역시 아버지한테 자주 들었던 아무리 친구가 좋고 지금은 힘들면 어떻게든 도와줄거 같아도 진짜 힘들때 도와줄 친구는 몇 없다. 결국엔 피붙이고 가족밖에 없다 라는 이야기 처럼 정작 힘들어서 도와달라고 연락한 친구가 자신의 전화는 받지 않아서 슬퍼한 그 이야기는 과연 내가 정말 힘들면 자기 일처럼 도와줄 친구가 몇이나 될까 라는 생각을 하니 괜시리 서글퍼졌다.
이래저래 가벼운 마음으로 서평 이벤트 신청해서 봤는데 너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라서 주변 지인에게 책을 추천할 생각이다. 이상 서평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