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면서 갤러리나 박물관 방문이 손에 꼽을 정도인 나에게는 그림을 감상하는건 남의 일이었다. 그나마 도자기나 공예품에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동을 느끼는 편이어서 그런 작품에서 오랜 시간 머물고 있는 탓에 그림은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고 솔직히 거창한 미술 전시회에는 가본적이 없는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 나에게 이 책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는 그림을 통해 감흥을 못 느끼던 사람에게 그림을 보는 눈을 빌려주지 않을까 싶어서 관심을 갖게 한 책이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나의 생각은 이렇다. 첫째는 아무래도 뛰어난 명화라고 하더라도 책으로 봐서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저자 역시 그림을 소수의 사람들이나 이해하는 이상한 기호 쯤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몇몇 명화를 눈앞에서 보면서 그전까지는 갖지 못했던 감동과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책속에 나오는 그림과 비록 뛰어난 작가 중 하나라는 저자의 글을 더하더라도 크게 감동을 느끼게 하진 못한다. 오히려 드는 생각은 아 기회가 된다면 유명 화가의 국내 전시전이 오면 꼭 방문해봐야겠다거나 외국의 유명 박물관을 가봐야겠구나 정도이다. 내가 감정이 메마른 탓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만으로는 크게 행복이나 감동을 느끼긴 힘들다.(난 나름대로 감정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0-;;) 둘째는 그나마 감동은 못느꼈지만 적당한 지식의 습득은 된거 같다. 책의 구성이 하나의 그림이 나오고, 그 뒤로 그 그림에 대한 배경 스토리 혹은 그 그림과 대비되는 저자의 경험담이 뒤따르고 마지막으론 저자가 독자들에게 그냥 평소 말하는것과 같은 문체로 다정하게(무덤덤한거 같기도 하고... 흠;;) 전달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 분량은 그림하나 당 4~6 페이지 정도인데, 몇몇 그림에 대한 배경 스토리는 재밌기도 하고 약간의 지식이 될만한 내용인거 같다. 세번째는 중간 중간 힘을 잃은 느낌이 든다. 책을 내놓을 수 있는 분량을 채우기 위해 몇개의 그림이나 에피소드는 억지로 써낸 느낌이랄까.. 남인숙이라는 작가의 책은 처음이고 내가 남자여서 그런 느낌이 드는 걸수도 있지만 중간 중간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을 떨칠수가 없었다. 이벤트로 당첨되서 본 책인데도... 어째 악평만 가득 남긴 거 같아 쓰고나니 좀 기분이 묘하긴 한데, 머 나름 재밌게 읽었던 책인거 같다. 우선 2시간이면 아무리 책을 느리게 보는 분이라도 다 볼듯한 분량과 구성이라... 부담없이 읽기는 좋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