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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담 - 구니오와 미나에의 문학편지
쓰지 구니오·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김춘미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에 빠져드는 재미가 이렇게 쏠쏠함도 처음 알았다. 나도 읽었던 책이 나오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분 좋게 읽고, 내가 안 읽은 책이 나오면 거의 질투를 하면서 읽었다. 이렇게 재밌는 것을 안 읽었다니. 그래서 책꽂이에 꽂혀 있는 이 책에는 포스트잇 플래그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앞으로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책들을 표시한 부분이다. 그 중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도 꽤 된다.
참으로 즐거워 보인다.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이 두 사람은. 개인적으로 이야기의 현실적 의미를 굳이 따지고 드는 것을 싫어하는 내 취향에 딱 맞았다. 이야기는 이야기로, 그 속에 빠져 들어서 즐기면 되는 것이다. 살을 다 발라내고 구조를 분석하고 한 뒤에 남는 것은, 이야기로서의 힘을 다 빼앗긴 지식 뿐이다. 이 책은 그 이전에 순수한 이야기로서의 소설의 힘에 넋을 빼앗긴 두 사람이 끊임없이 밷어내는 감탄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