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은 어쩌다
아밀 지음 / 비채 / 2025년 9월
평점 :
품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멜론은 어쩌다'는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단편 모음집이고 모든 주제가 sf 기반이며 정체성, 소수자, 관계를 과감하고 실험적이게 나타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나의 눈길을 끌었던 두 단편은 바로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 '어느 부치의 섹스 로봇 사용기'다

초반에 수록된 작품인 만큼 정말 깊은 고민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나의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는 뱀파이어를 괴물이라 인식되는 사회에서 주인공이 레즈비언 뱀파이어 친구를 두고 정체성을 혼란스러워하는 내용이다

특히 뱀파이어 친구가 외국으로 이민을 간다고 한 부분에서 주인공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거 같아 다급하고 혼란스러움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챕터를 읽으면서 예전 트위터에서 봤던 글이 떠올랐다

'우리는 살면서 동성이기에 우정으로 넘겼던 사랑이 많고, 이성이기에 사랑으로 착각한 많은 순간을 살아가는 것 같다'

그만큼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에 고민하고 결국엔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랑 결혼까지 하면서 자신을 부정하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어쩌면 이런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하는 사회가 얼마나 보수적이고 차별적인 규범에 의해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깨닫게 되었던 단편이다

결론 부분은 다행히도 해피엔딩이었는데 이 둘의 이야기를 더 읽고 싶었다

두 번째는 '어느 부치의 섹스 로봇 사용기'다

개인적으로 나는 부치고 뭐고 성향을 나누는 것에 동의를 하지 않지만 제목만 들어도 도파민이 싹 돌아서 이 책의 서평을 신청했던 기억이 난다

인간과 로봇의 연애라는 설정은 미래지향적인 장난처럼 보이고 정말 상상할 수도 없지만 그 안에서 도대체 사랑이라는 감정이 뭔지, 그 관계가 무엇을 뜻하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단순히 로봇 사용기라기보다 한 인간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사회로 나갈 때 얼마나 큰 두려움이 있고 서툰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인물과 설정을 담고 있고 개성 넘치는 글들이 가득하지만 결국엔 차이를 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작품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가 정하고 있는 '주류' 바깥에 서 있다

뱀파이어, 로봇, 유전자 편집된 아이돌 등 사회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해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또 소설 중간중간 뒤통수를 탁 때리는 문장들이 많이 공감이 됐다

사회에 던지는 말 같기도 하고, 나한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오랜만에 강렬하고 나와 닮아있는 책을 만난 거 같아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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