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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프 시티 ㅣ 소설Q
손보미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서평을 신청해서 받게 된 세이프 시티
이 책이 끌렸던 이유는 기억 교정이라는 기술이 도입된 시대의 얘기라서 보자마자 신청을 했다
초반부터 디스토피아적인 풍경을 띄고 도시들이 소멸하고 재개발된 신도심과 방치된 구도심이 끝없이 갈등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신박한 게 이 소설 속에서는 '세이프 시티'라는 앱을 통해서 도심의 곳곳이 실시간으로 등급이 부여되고 0등급 안전지대부터 엑스 구역까지 나누어진다
엑스 구역은 당연히 낙인찍힌 도시고 사람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는커녕 의식주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도시 환경에 놓여 있다
도입부를 읽으면서 사실 지금의 우리나라와 다를 게 없다고 느꼈다
어디나 도심의 사각지대는 존재하고 우리에겐 앱만 없을 뿐
어딘가에선 제대로 된 보장조차 받지 못하는 곳이 있으니까
책을 읽을수록 이런 상황에선 위협받는 건 역시나 약자였고 연쇄 여자 화장실 파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각성을 한다
주인공은 휴직한 경찰이고 이 사건 이후로 기억 교정 기술에 대한 강인한 줏대를 보여준다
기억을 삭제하거나 조작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평소에 생각해 보질 않아서 보는 내내 진실을 지키려는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기도 하고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진실을 계속해서 왜곡하려는 세력과 그래도 최선을 다해 진실을 존중하려는 개인의 대립이 계속해서 우리 사회와 닮아있어서 읽는 내내 착잡했다
내가 디스토피아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익숙해서, 우리 사회와 닮아서 그렇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받는 기분이었다
미래 소설 같기도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한 이 소설은 인간의 본성을 참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등급으로 사람을 구분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불평등과 모순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 '세이프 시티' 앱이 탄생하지 않길 바라면서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기억, 도시, 젠더, 기술에 대한 가장 우리와 가까이 접하고 있는 소재를 건드려서 더 몰입해서 읽었다
손보미 작가의 소설은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됐는데 다음에도 신작이 나온다면 반가울 것 같다
미래에는 이 책이 '이런 세계가 있다고? 말도 안 돼!'라는 생각으로 독자들에게 읽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