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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꿈
정담아 지음 / OTD / 2024년 7월
평점 :




어김없이 서평 카페를 구경하던 중에 목포 문학 박람회의 책들이 여러 권 올라왔던 날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책이다
내 눈을 사로잡았던 건 인어의 꿈의 띠지인데 '21세기 인어는 왕자보다 집, 사랑보다 생존이다!'라고 써져있었다
어렸을 때 우리가 흔히 보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인어공주를 보면 사랑을 우선시하는 캐릭터인데 그러한 나의 고정관념을 깨줄 수 있는 책일 거 같아 바로 신청했다
두 텀에 걸쳐서 읽었는데 그만큼 술술 읽히고 판타지스러우면서도 현실과 맞닿아있는 부분들이 많아 몰입도도 좋았던 작품이다
주인공인 이나는 인어고 바닷속을 유영하던 중 다른 인어들과 바다 생태계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게 된다
예전만큼 인어들의 먹이가 부족하고 생태계가 위험에 빠진 현실에서 바다와 자신의 가족,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한다
그건 바로 육지로 인어들을 이주하는 것, 그전에 이나가 먼저 육지에 가서 생활을 해보고 위험 요소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었다
미리 계획을 짜둔 브로커 은수와 자신의 친구인 소렌과 함께 육지 생활을 한다
처음에는 직립 보행을 하는 것, 인간의 언어, 생활습관을 습득하고 배우는 것에 혼란스러움의 반복이었다
옷을 입는 것부터 피곤하면 비늘이 피부 위로 나오는 것 하며, 인간과 접촉하면 피부가 타들어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는 등등 인어인 이나가 육지 생활에 적응하기까지의 과정은 허들을 넘는 것처럼 위태로웠다
하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인어인 것을 들키지 않고 사람들 속에 스며들기를 집중한다
이때 예상치 못 한 조력자인 시현을 만나게 된다
시현은 이나가 살고 있는 집의 하우스메이트로 인간이다
대한민국의 흔한 청년답게 직장 생활을 하며 월세를 줄이기 위해 하우스메이트와 함께 생활한지 몇 년 차에 인어인 이나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어색한 이나의 행동을 보고 의문을 품고 의심한 모습이어서 이나에게 위험한 인물이라 생각했지만 이나의 정체를 이해해 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돈에 대한 욕심이 있는 인물이라 이나에게 인어인 척을 하면서 유튜브를 찍어보자고 제안하는데 이때 시현이 정말 골 때리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도파민 도는 것만 보이면 카메라부터 들이미는 나같기도 하고... 그랬다
인어에게 인어인 척을 하라고 했다고 진짜 인어인 척(둘은 척이라고 하는데 척이 아님)을 하는 이나의 모습이 재밌어서 이 둘의 관계성은 도대체 뭘까? 궁금증을 가지고 봤던 것 같다
평화로울 줄만 알았던 이나와 시현의 생활이었는데 시현은 자신의 집이 경매에 내놓아진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말 그대로 전세 사기인데 이때부터 대한민국 현 상황과 소설의 내용이 겹쳐 보이면서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집주인과 관리인 모두가 이 상황을 회피하고 결국 시현의 빌라 사람 중 한 명은 안 좋은 선택을 하는 등의 상황이 점점 악화된다
엎친 데 덮친 격 이나는 집에서 보이지 않고, 시현의 상황이 점차 안 좋아지지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어 자신의 첫사랑이라고 표현한 집의 물건을 하나씩 인터넷 중고마켓에 올린다
직장 생활과 알바를 동시에 하면서 회사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자신의 사회적 체면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정말 아꼈던 블루투스 스피커를 중고 마켓 거래를 하던 중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나를 만나게 된다
며칠 내내 보이지 않던 이나를 다시 만나고 안심하게 되면서 퇴근하는 순간마다 들어오기 싫었던 집에 그나마 마음의 안정을 얻으면서 들어오게 된다
시현은 이나에게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선물로 준 진주를 팔았다는 말부터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에 먼저 꺼낸 이나의 한 마디가 쾌감을 일으켰다
"내가 이 집 샀거든"
경매에 나온 시현의 집을 이나가 낙찰한 것이다
알고 보니 시현이 상태가 안 좋았을 때 이나가 시현의 일기를 몰래 보고 자신이 인어라는 점을 이용해 바다 깊은 곳에 있던 은화, 보석들을 찾아 인간의 돈을 모아 시현의 집을 산 것이다
말이 서로 잘 통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활 방식이 달라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똑같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책의 내용은 이렇듯이 서로를 위하는 사이가 되어 인간과 인어가 협업하여 돈을 벌면서 아름다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나는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작가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리는 모두 다른 걸 인지하고 있지만 막상 그런 다양성을 마주했을 때 겁을 먹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사례들을 수없이 많이 접할 수 있다
나조차도 다양성을 존중하자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그래서 작가의 말을 읽었을 때 소설의 내용에서 작가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했던 내용들이 더 와닿았다
나는 사회의 문제들을 자신의 문체로 표현하는 작가들을 존경하고 애정한다
그 측면에서 정담아 작가가 내가 무심코 잊고 지냈던 것들에 대해 시원하게 '의식하고 살아!'라며 메세지를 던진 것 같아서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
정담아 작가의 다음 소설도 궁금해졌다
작가의 말을 인용해 '다름이 풍요로, 멋짐과 성장으로 번역되는 사회'가 되길, 나부터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