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다정함 <개화기>

개화기
송다정 지음 / 시작 / 2023년 6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생 첫 시집

책을 고를 때 항상 시집을 도전해 보려 했으나 짧은 문맥 안에서 내포된 의미를 찾는 게 내 기준에 어려운 시집들이 많아서 외면할 때가 많았다

나는 빙빙 돌려서 표현하는 글보다 일상적이고, 직관적인 글들을 선호하는데 서평단 모집 글을 읽는데 딱 나의 글 취향을 저격했다

이 시집은 사계절 테마로 구성되어 있고 주로 사랑을 주제로 쓴 시들이 실려있다

사랑도 사랑이지만 중간중간에 꿈에 대한 시, 행복에 관한 시들이 있어서 나처럼 사랑에 관해선 감정 메말라 인간도 충분히 공감되고 여운 남는 시집이었다

사랑 관련된 시도 어렵지 않아 충분히 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시집에서 '가능성은 투명하게 생겼다', '가끔은 휴대폰을 들고 휴대폰을 찾아' 두 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능성은 투명하게 생겼다'라는 사진도 올려놓았는데 이 대목에선 송다정 시인이 정말 섬세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는데

대개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서 과거에 의존하고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나조차도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미래를 준비하면서도 가끔 무의식적으로 기계처럼 살고 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현재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내가 미래에 행복할 가능성을 키우려 하는데 그래도 불확실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왜냐면 가능성은 추상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나와 멀리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인데 송다정 시인은 가능성은 지금도 존재하지만 잠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관점만 다르게 가능성을 바라봤을 뿐인데 가능성에 대한 인상이 바뀐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오히려 나는 가능성과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 시여서 여운이 남는다

다음 '가끔은 휴대폰을 들고 휴대폰을 찾아'라는 마지막 대목이 가장 와닿으면서도 내가 평상시에 가장 어려워하는 것들 중 하나라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걸 잊어

이미 가지고 있다는 걸 잊어

내가 찾고 있던 해답은 바로 나고

나를 구원하러 온 구원자는

사실 나라는 사실을

종종 잊어버리곤 해'

나 혼자 자체로 온전한 사람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가끔은 의지를 할 대상을 외부에서 찾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내가 나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받아들여질 때도 있고 아직은 혼자인 게 두려울 때도 있다

그래서 이런 한계를 깨기 위해서 혼자서 계획도 없이 발길이 닿는 곳으로 새로운 동네도 구경 가보고 바쁜 일상 속에서 나 혼자 있는 시간을 존중하려고 한다

나는 겁이 많아 아직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혼자라는 이유로 미뤄두고 망설일 때가 많은데 그 벽을 조금씩 깨보려 한다

'혼자'라는 건 안정적이면서도 두렵다

하지만 결국 내가 극복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찾고 있던 해답들이라는 걸 몸소 느끼는 날엔 현재 혼자여서 두려워하고 있는 걸 하나씩 이뤄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지 않을까 싶다

이 두 개의 시뿐 만 아니라 작가의 이름처럼 다정한 시들이 실려있어서 내가 멘탈이 약해졌을 때나 서늘한 가을에 다시 꺼내 읽고 싶은 시집이다

그리고 시집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공감하며 읽을 것이라 생각한다

'완벽한 하루를 살지 않아도 하루는 간다'

강인한 다정이 나를 일렁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개화기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