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시간은 필요하다 - 실질적인 상처치유 방법서
정지영 지음 / 또또와함께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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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 시간은 필요하다. 요즘은 책 제목들이 나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는 것 같은 경우가 있다. 이 책도 조금 그런 느낌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특이했던 것은 작가가 날개에  써놓은 글이었다. 자살에 관한 논문을 썼다는...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자살에 관해 글을 쓰고, 울 시간은 필요하다는 책을 썼을까? 이 책은 에세이지만, 내용은 마치 소설을 읽는 것 같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고, 사랑을 하고, 그리고 헤어지는 과정이 작가의 시점에서 소설을 보는 듯했다.

 

  나만 빼고 모두 행복해 보이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분명 나이고, 내 감정인데 왜 나에게만 이런 걸까. 작가가 만났던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별 후의 아픔과 고통과 외로움...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인간을 불신하게 되는 건/ 나쁜 인간에게 당했을 때가 아니야/

좋은 인간이었던 그에게/ 나쁜 인간을 발견할 때/ 그때 인간을 불신하게 되는 거야. ㅡ27

우리는 아픈 경험을 하고 난 뒤, /그 경험을 하기 전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곤 한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기억을 지우려 해도/이미 흔적으로 남아/없음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것이다

설사,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ㅡ34


  인간을 불신하게 되는 건 나쁜 인간에게 당했을 때가 아니라 좋은 인간이었던 사람에게서 나쁜 인간을 발견하게 될 때, 그 때 인간을 불신하게 되는 거라는 말이 가슴에 무척이나 와닿았다. 정말 그런 것 같다. 나쁜 인간에게는 원래 그런 인간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기대가 없는데,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던 이에게 안 좋은 면이 아니라 나쁜 인간을 발견하게 된다면...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 것 같다. 그렇게 한 번 믿음이란 게 배신당하면 그 다음엔 믿기가 어렵다기 보다는 무서워지는 것 같다. 혹시 또 그러면 어쩌지 하고 말이다.


지금 잘못 놓은 젠가로 인해 잘 쌓아오던 젠가가 무너진 것 같지만 실은, 언젠가 조금 잘못 놓은 젠가 위로 계속해서 젠가를 쌓다가 지금, 잘못 놓은 젠가까지는 더는 견뎌내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 것과 같이 어쩌면 지금 내 마음도 그렇게 무너진 건지도 몰라. ㅡ37

왜 살아갈수록 모르는 게 더 늘어나는 것일까/삶이란 모르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알았던 것들조차 모르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ㅡ 38


  작가는 이별로 시작된 상처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다보니, 이 이별이란 상처가 전부가 아니라 그 전에 곪고 있던 아주 근본적인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왜 어떤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무는데, 어떤 상처는 곪아버리는 걸까? 몸에 생긴 상처도 그렇지만, 마음에 생긴 상처도 그런 것 같다. 정말 왜 살아갈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지는지 모르겠다. 살아갈수록 아는 게 많아지는데 모르는 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알았던 것들조차 모르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말이 가슴에 박혔다.

 

 

나는 단지/하나의 부분에서/ 약점을 보일 뿐인데, /내 전부가/ 잘못된 것처럼 생각해 ㅡ51

남들에게 좋게보이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된다. ㅡ53

극복, 문제 위에 내가 있는 것

먹구름 밑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먹구름 위에 내가 있는 것 ㅡ78


내 상황과 세상이 실제로 잿빛인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진 감정의 색이 잿빛일 수 있다. ㅡ93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상처는 사람에 의한, 사랑에 의한 상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게다. ㅡ110

나도 믿지 못하는 나를 믿어주는 그를 보았을 때/나는 알게 되었다/내가 나 스스로에게 얼마나 큰 죄를 짓고 있는 지를 ㅡ120

 

 

   울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울음을 그치는 것에 대해서도 작가는 말하고 있다. 열심히 울고나서 극복하는 것. 상처를 입고, 상처를 보고, 상처에 아파할 뿐 아니라, 이 상처는 아물어야 한다는 것. 흉터를 없앨수는 없지만, 아물어서 건드려도 더이상 아프지 않다는 것. 울음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넘어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다시 일어나는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이 책에서 극복의 방법으로 제시한 많은 방법이 있지만, 가장 와닿는 것은 사람에게 입은 상처는 사람으로 낳는다는 것과 좋교로 치유한다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듯/ 자연스러운 웃음 하나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ㅡ128

그것이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사랑하지 않음으로/상처받는 것보다 낫다. ㅡ144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남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 내 안에 행복이 없으므로. ㅡ220


  글 아래에 글과 어울리는 성경구절을 쓴 부분도 있었고, 아에 한 부분은 신에 의한 치료로 떼어놓고 있었다. 특정 종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신앙에 의해 치유되는 마음과 치유해 나가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읽기를 바란다는 말에 기독교가 아닌 사람도 큰 부담없이 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냥 난, 너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봤어. 작가의 마지막이자, 진심이 아닐까. 본인이 힘들었던 만큼 다른 사람은 좀 덜 했으면, 나보다는 빨리 일어났으면... 그저 나같이만 아프지는 않았으면...하는? 나도 울 시간이 필요하다. 조금 울고 일어나서 도처에 널린 행복을 느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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