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 서툴면 서툰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지금 내 마음대로
서늘한여름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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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라는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내 맘대로 하나도 안 돌아가는 세상에서 살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제목이라서 마음이 끌렸다.

  어느날 갑자기 삶이 힘들어졌고, 직장과 준비하던 미래를 때려치고... 갑작스레 백수로 들어선 작가의 결정은 무모해 보이기도 했고, 부러워 보이기도 했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되어 있다. '버리다, 찾기 위해', '느낀다, 여기에서 나답게', '자란다, 잘하고 있으니까' 제목들도 참 와닿았다. 이 책을 보면서 처음엔 작가의 이야기가 대단하게 느껴졌고, 그림체가 귀엽고 색감이 예뻤고... 결론은 그녀도 나와 같은 평범한 어느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롤로그에서 작가가 하는 이야기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에게 용기와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혼자가 아니라는 내용에 눈물이 날 뻔 했다. 내가 이렇게 감성적인 사람이었다니. 아니 어쩌면 그 위에 있던 어두운 우주에 둥둥 떠 있는 그림이 너무 나같아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도 상처를 통해 강해지지 않는다. 상처를 통해 강해지라고 하는 말은 대부분 그 상처에 무뎌지라는 뜻이다. 무뎌진 사람들은 상처받는 환경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또다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무뎌지는 것은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 나를 진짜 강하게 만들어줬던 것은 언제나 다정하고 따뜻했던 말들이다. 힘들 때 나를 지켜줬던 것은 욕먹었던 기억이 아니라 칭찬받았던 기억이다. 그래서 나는 상처받고 싶지 않다. 마음 속에 진주같은 건 품고 싶지 않다. 늘 말랑말랑하고 예민한 마음인 채로 살고 싶다. ㅡ40

 

 

  나다운 게 무엇일까. 이 책에는 작가가 달렸던, 꿈을 위해 나아갔던 이야기들, 작가의 엄마와의 이야기, 연애사, 그리고 결혼사. 작가의 많은 약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내가 이 부분이 약하고, 이 부분이 힘들고. 꺼내 놓으면 마음이 편해진다고들 하지만, 자신의 약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 책 내용에 조금은 놀랐다. 작가는 연인이었던 지금은 남편인 분의 많은 다독거림으로, 그리고 셀프 다독으로 많이 이겨내신 것 같다. 나는 과연 다독을, 셀프 다독을 잘하고 있는지... 여전히 잠 못 드는 밤에 고민해 본다.


남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 당연한 것들을 나는 이제야 알게 되는 것이 많다. 결핍은 채워지기 전까지 극복할 수 없다는 걸, 채워지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하긴 노력으로 극복될 거였으면 애당초 결핍이 아니었겠지. ㅡ160

 

....세상에 망한 인생은 없다는 걸 인생은 망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 ㅡ188

 


  내가 참 좋아하는 노래 중에 GOD의 '길'이라는 노래가 있다. 내가 가는 길이 이 길이 맞는지, 걷고 나면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지, 한 발 한 발 걸어가면서도 살아가면서도 많은 생각과 고민과 걱정이 들지만, 노래를 들으며 책을 보며 작은 위안 한 조각 얻을 수 있었다. 그래, 정말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나만 온갖 갈림길 위에 서 있는 것은 아니구나. 다들 많은 선택의 길로에서 내가 갈 길 하나 없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는구나.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실수를 한다. 오늘은 그게 나였을 뿐이다. 그러니 조금 더 너그러워지자. 남들어게도, 나에게도. ㅡ248

 


   전에 어느 책에서 '존버'라는 단어를 봤다. 정확하게 어디서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내용은 그거였다. 존나게 버텨라. 이긴자가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버틴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정답이 없는 인생이라는 싸움에 이기고 지는 것은 없다. 존나게 버티다 보면 이기게 되고, 승리하게 된다고. 나는 잘 버티고 있는 것일까? 위 그림 속의 물 속의 사람이 마치 나같다. 나는 잘하고 있는지. 잘 버티고 있는지. 언제야 이 강을 건널 수 있을지... 그래도 버티다 보면 언젠가 끝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마지막에는 짧게나마 작가의 고민 상담(?)이 있었다. 독자들의 말에 성심껏 답해주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 이 책의 그림체가 아주 뛰어나냐고 물어보면 솔직히 아니다. 그런데 특유의 색감과 귀여운 캐릭터와 위로의 말이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책의 부제인 '서툴면 서툰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지금 내 마음대로' 가끔은 딴 사람의 마음인 것 같을 때도 있지만, 어차피 내 마음이니까. 나 혼자 그런 건 아니라고 위안하며 내 마음대로 이거 하나, 저거 하나 조금씩 내 맘대로 살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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