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노래
장연정 지음, 신정아 사진 / 인디고(글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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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드는 밤이 있다. 그런 밤이면 나는 음악을 듣곤 했다. 잠 못 드는 불면의 밤이 계속되면서, 때로는 발라드, 때로는 신나는 음악, 때론 팝, 클래식까지... 이런 저런 음악들과 함께 했었다. 나는 이 책의 부제가 참 맘에 든다. '불면의 밤, 당신의 머리맡에 놓일 한 권의 책'. 이 부제때문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고 과언이 아닐 정도로, 책의 내용이 궁금해졌다.


나에게 건네기엔 참
부끄럽고도 어려운 그 말.
나, 수고했다. 오늘도. ㅡ21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잠을 자려고 운동도 빡세게(?) 해보고, 힘든 일도 해보고, 지칠 때까지 이것 저것을 해보았지만, 정작 힘들었던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한 적이 있었던가 되돌아 보게 되었다. 그냥 힘든 하루의 끝이 왜 더 힘든지에 대해 고민만 했었던 것 같다. 읽으며 나 자신에게 작게 속삭였다. "그래,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이 책은 여러 노래로 이루어진 책이다. 읽으면서 약간 심야라디오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 소개와 함께 사연이 나오는 느낌이랄까. 노래에 어우러지는 작가의 생각은 또 다른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내가 좋아했던 노래, 내가 좋아하는 노래. 그리고 새로운 좋은 노래들. 들을 때는 그저 스쳐 지나갔던 가사들을 곰곰이 되새김질 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좋은 노래를 듣는 기분이었다.


많이 닮아 있는 건 같으니 어렸을 적 그리던 네 모습과
순수한 열정을 소망해오던 푸른 가슴의 그 꼬마 아이와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 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나에게 속지 않게
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나에게 물어본다

부끄럽지 않도록 불행하지 않도록

푸른 가슴의 그 꼬마 아이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니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현실과 마주쳤을 때 ㅡ물어본다, 이승환 ㅡ 55


 좋아하는 가수이고, 자주 들었던 노래인데도... 가사를 곱씹으며 다시 새로워졌다. 도망치지 않으려 피해가지 않으려....

난 나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 나였던 꼬마아이는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아직은 어린 아이 같은 나에게 물어봤다.


 


  노래뿐 아니라 사진도 참 좋았다. 여행 사진들, 일상적인 사진들... 사람, 풍경, 일상. 하늘, 구름, 바다... 글과 같이 덤덤한.... 때로는 흐릿함과 색감들이 글과 어우러져서 좋았다. 
 

네가 여행을 떠나기로 한 한 모든 건 다 괜찮을 거야.
다 좋을 거야.
기억할 수 있는 행복이 많은 사람은 절대로 가난해지지 않아.
Everything is ok.
Everything is alright. ㅡ84


돌아왔을 때의 나는 떠나기 전의 나와는
분명 달라져 있을 테니, 괜찮다. ㅡ91


괜찮다, 괜찮다고 말해주다 보면 어느새 정말 괜찮아져.
까만 저 창밖에 나의 우울과 슬픔쯤은 더 던져 넣어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들어. 편안해져.
그러니까 말이야. 마음껏 쓸쓸하고 싶을 땐, 야간열차를 타.
그리고 잠들지 않은 채 그 밤을 통과하는 거야. ㅡ97


  나는 여행을 참 좋아하는데, 힘들거나 어떤 일이 하나 끝난 후에는 꼭 어디론가 떠나곤 한다. 그럴 때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이 책이 흘러나온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이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도 달라지는 건 없고, 내가 그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이상하게 괜찮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 괜찮을 것만 같고. 심지어 괜찮아질 때가 있다. 괜찮다. 오늘도. 떠나도. 쉬어도. 잠들어도. 괜찮다.


확인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았다.
그동안 모른 채로 잃어버린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ㅡ170


슬프지 않은 이별에 익숙해지는 일이 슬프지만은 않다고
위태로운 노른자를 터트리며 생각한다.
더 위태로울 수 없을 땐, 강해지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 ㅡ184


괜찮다고 말하면, 언젠가는 괜찮아진다.
슬프지만, 눈물 나도록 속상한 일이지만 그렇다.
내가 나를 속이고 의심 없이 속는 일은 그렇다. ㅡ198


  왜 좋아하게 되면, 사랑을 하게되면 확인하고 싶어지는지 모르겠다. 날 얼마나 좋아하는지, 사랑하는지, 내 어디가 좋은지, 왜 좋은지. 왜 알고 싶어지는 걸까. 좋은 게 좋은 것일텐데 말이다. 그렇게 끝없이 확인하다보면 깨닫게 되는 것 같다. 확인 끝은 이별을 확인하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별도 괜찮다고 말하다 보면 괜찮아질까? 분명한 건...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지긴 한다.
 


잊는다는 말은, 아직 잊지 못한 마음이 시키는 말이다.


정말로 무언가를 혹은 누군가를 잊어버린 사람은,
잊는다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잊어야 할 그 '무언가'가 이미 마음에서 잊혔기 때문에. ㅡ221


  정말 크게 와닿았던 문장이다. 잊는다고 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잊지 못한 사람이다. 정말 잊은 사람은 그 사람을 떠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말도 그렇다.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 정말 괜찮은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렇게 괜찮다. 잊는다....하다보면 정말 잊혀지고 괜찮아 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악몽같은 현실과 현실같은 악몽.
나는 오늘도 그 사이 어디쯤엔가에서 눈을 뜨고 감는다. ㅡ269


불면증.
왜 내 머리가 밤을 새워 동글동글 눈을 뜨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지만 알 수가 없는 병. ㅡ292


아마도 누군가는 오늘 밤도 불면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다.
/기대는 것이 무엇이어도 좋다.
술이든 때로 너무 힘들면 한 알의 수면제이든 푹신한 베개이든
사랑하는 이의 품이든 엄마의 목소리 이든 아니면 한곡의 노래이든.
......오늘도, 잘 자는 밤.
밤다운 밤.
Good Night. ㅡ296

 

   오늘도 그런 밤이다. 잠 못 드는 밤. 악몽보다 더 악몽같은 현실 속에서, 악몽이 더 끔찍한지 현실이 더 끔직한지 고민하는 그 어디엔가서 잠들고 깨어난다. 잠 못 드는 사람이 내 생각보다 많다는 것에, 나에게만 힘든 하루가 아니었다는 현실에 위로를 받아야 하는 건지 위로를 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오늘 밤에. 나는 책 한 권 머리맡에 놓고 잠이 들겠지. 노래를 틀어 놓고. 오늘도 밤답게. 굿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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