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인지 모르겠는 오늘
이보람 지음 / MY(흐름출판)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솔직히 처음엔 이 책의 제목이 정말 맘에 들었다. 딱 오늘의 나같아서 말이다. 오늘이 어디쯤인지 모르겠는 그런 오늘을 살고 있는 내가 보여서 이 책이 더 맘에 들었다. 책의 첫인상은 핑크였다. 핑크핑크한 외관에 핑크핑크한 책의 옆편, 봄과 정말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책에는 소소하면서 일상적인 그러나 소중한, 그런 봄같은, 일상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어디쯤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느끼는 지금 이 순간, 오늘, 오늘이 중요한 것 같다. 

책 중간중간의 사진과 짧은 글들이 어쩌면 뻔한 형식으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글도, 책도 읽기 참 좋았다. 

작가가 찍은 것 같은 사진과 툭툭 던져진 것 같은 글은 일상의 어떤 울림이 있었다.

 

정말 그러했음 좋겠다. 걱정따위 없어지고, 행복이란 놈이 나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 행복한 날들이 많아야 할텐데... 그러했음 좋겠다. 인생의 얼마큼 살아왔는지, 내 길의 어디쯤 지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행복이란 놈은 참 만나기가 힘들다. 길 한구석에서 숨어 날 늘 기다리는 것 같은데, 왜 찾아도 찾아도 찾아오지는 않는 건지.. 이 글을 읽으며 생각했다. 행복이란 녀석은 변덕스러워서 찾아다니면 꼭꼭 숨어버리지만, 편하게 생각하고 내 옆에 있다 생각하면 정말 내 옆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이다.
 

 

요즘 이런 글들에 힐링을 느낀다. 그렇다는 건, 내가 남들보다 뒤처지거나, 남들이 나보다 빛나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해버리는 것일까? 어쨌거나 마음에 콱 박힌 글 중 하나이다. 나를 믿고, 내 주위에 있는 빛들이 나를 가릴 빛이 아니라, 결국은 나의 빛과 함께 빛날 이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를 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살 것. 마음껏 열심히 살 것! 오늘이 어딘인지 모르겠지만 마음껏 열심히 살아야겠다.

 

뻔한 위로가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러나 그런 뻔한 위로라도 꼴에 위로라고... 그것에 마음에 풀어지고, 마음이 다잡아지곤 한다. 흔들릴 순 있지만, 무너지진 않기. 쉽지만, 너무나 어려운 위로인 것 같다. 바람은 누구에게나 불지만 누구는 흔들리고, 누구는 넘어진다.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작은 위로에 고개를 끄덕여 본다.

 

배려와 표현은 한끗 차이인 것 같다. 전에 로맨스소설을 읽다가 너무나 고구마인 내용에 "지나친 배려는 상대방을 지치게 합니다."라는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소설에서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런 것 같다. 배려가 필요할 때가 있고, 표현이 필요할 때가 있는데, 각각의 때를 적절히 알고 적절히 행동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래서 사랑이, 현실이 힘든 것 같다. 잘 몰라서 말이다.
 

 

 가끔은 나를 괴롭히는 모든 것들이, 모든 생각들이 바람결에 같이 날라가 버렸으면 할 때가 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어딘가 소리치고 싶은데,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고 소리칠 숲이 없다. 나는 그럴 때 책을 본다. 책 한 구절 한 구절에 내 생각은 점차 사라지고, 많은 글들만 남아 나를 적셔온다. 책은 언제 읽어도 참 좋은 것 같다. 오늘도 봄바람과 함께 꽃 한 송이가 내 안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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