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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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좋아하는 최갑수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정말 기뻤다. 작가님의 책은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고, 이번에도 역시나였다. 작가님의 책은 제목이 정말 멋있다. "잘있나요, 내인생",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우리는 사랑이 아니면 여행이겠지"에 이어 정말 멋진 제목의 책이 나온 것 같다. "사랑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이라는 로맨틱한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내용도 참 로맨틱하다.

  책은 "그래서, 그리고, 그러나, 그래도"라는 네 가지 내용을 가지고 있다. 마치 그래서 너를 사랑하고, 그리고 너를 사랑하고, 그러나 너를 사랑하고, 그래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 하듯이 말이다.

 마술처럼 바다를 덮쳐오던 노을, 그 앞에서 세상엔 설명할 수 없는 일, 설명 안 해도 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어쩌면 그게 사랑이었던 것일까요. ㅡ18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먼 시간을 지나 올 수 있었을까요. 사랑을 지나와 사랑에 당도할수 있었던 것일까요.
 사랑 앞에서 우연이라는 건 없다고 믿게 됐어요. 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우주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까지 계산한다고 믿게 됐어요. 기적 같은 필연. 내가 당신 앞에 설 수 있었던 걸 한낱 우연으로 돌리긴 싫었던 거죠. 그러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는 거죠.
 나는 지금 당신의 사랑을 지나가는 중입니다. ㅡ19

 작가님의 책은 글과 사진이 늘 좋다. 이번 책은 사랑을 이야기 해서 그런지 더 달달하고, 더 쓸쓸하고, 더 씁쓸했다. 지나갔던 사랑들이, 지나가고 있는 사랑이, 지나갈 사랑이 이 책과 함께 나를 스쳐가는 듯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낭비는 당신,
여행 그리고 음악.
곧 사라지고 말 것들.
낭비하지 않고 어떻게 그것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당신을 기다리는 데 사용했던 유용한 시간들.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내 그림자와 함께 낭비했던 시간들이여.
낭비하지 않고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70

운명이라는 전철은 정거장을 열한 곳이나 지나쳐
당신 앞에 데려다놓았다.
....때로는 오늘처럼 내려야 할 정거장을 아득하게 지나치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구나. -71

 

  작가님을 처음 안 것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책을 접했을 때였다. 아 이런 사진을 찍는,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있구나. 이런 여행을, 이런 생각을,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이 있구나.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낭비라는 말이, 사랑이라는 말이, 지나친다는 말이 이렇게 쓰일 수도 있구나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책을 읽으며 나도 누군가의 낭비가 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낭비하지 않고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그 동안 너무 검소하게 살았던 것 같다. 좀 더 사랑을, 시간을, 인생을, 여행과 사람에 낭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한 시간에 한 시간만큼, 하루에 하루만큼. 그리고 나는 당신 쪽으로 더 가까이 가고 있다. 그림자가 길어지듯 당신에게 겹쳐가고 있다. 내일은 어떨까. 사라다빵을 오물거리며 당신이 물었을 때 나는 대답했다. 속으로. 하루만큼 당신에게 더 가까이 가 있겠지. 내일은 오늘보다 더 봄이렸다. -83

 

아마도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깨달음이 있다면 그것이 아닐까. 우리 삶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으며 어느 한순간 핸들을 틀어 90도 방향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 104

내가 사랑한 당신 그리고 당신을 사랑한 그 이후의 날들이여. 신비가 아니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 111

여행을 떠나보면 안다.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때로는 사랑이라는 말보다 더 아름답고 선명하다는 것을....어쩌면 우리는 그리워하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닐는지. - 116

 

사랑이라는 말은 사랑을 닮았구나. - 139

우리는 점점 소멸해갈 것입니다. 당신과 함께 보낸 시간만이 희미하나마 즐거움이겠죠. 어쩌면 당신과 사라지는 속도를 맞추는 일이 사랑이겠죠. -167

인생을 잊기 위해 당신을 만났고, 당신을 잊기 위해 남은 생을 산다네. - 171

 인생과 시간은 또 흘러간다. 참 공평하고도 슬픈 사실은 시간과 함께 사랑도, 그리고 이별도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가을이, 겨울이가고, 또 봄이 오고 꽃이 피고. 또 지겠지. 꽃 피는 봄에 흘러간 사랑과 이별과 함께, 앞으로 떨어져 져갈 꽃잎에 서러워진다. 사랑은 사랑이라는 말을 닮았다. 나는 나라는 말을 닮았을까? 봄도 봄이라는 말과 여름도 여름이라는 말과 닮았고, 사랑도 사랑이라는 말을 닮았으니, 이별도 이별이라는 말과 닮았을까? 누군가 이별로 슬퍼하는, 봄비 내리는 밤에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일보다 오늘이 더 봄일텐데, 인생의 겨울은 왜 지나도 지나도 봄이 안 오는지.

 

인생이 계속되어야 한다면 사랑도 계속 되어야 하는 거지. 나는 남은 커피를 마시고 일어섰다. 누군가 나를 사랑 쪽으로 끌어당시는 것 같은 저녁이었다. - 220

이리저리 여행을 다니노라면, 인생이란 게 참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짧으니까, 그래서 미워하고 시가하며 살기엔, 한곳에 머물러 살기엔, 아까운 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온 것 같지만 사실은 밥 먹고 설거지하고 영화 보고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살아왔다. 어쩌면 우리 인생은 그게 대부분이다. 팔 할은 이런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이 가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어쩌면 우리 삶의 실재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랑을 하도록 하자. 열심히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떠나자. 혁명은 멀고 사랑은 간절하니까. - 227
 

 누군가 나를 사랑 쪽으로 끌어당기다니 정말 표현이 멋있다. 우리 인생의 팔 할은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드라마에서나 보던 그런 것이 아니라.... 밥 먹고, 수다 떨고, 설거지하고, 내일 뭐 입지 걱정하는 그런 장면들이 맞을 거다. 그래서 우리 삶의 이할의 특별함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질리지도 않고 또 불타는 사랑에 나를 던지는 거겠지. 이상은 멀지만, 꿈은언제나 꾸게 되니까 말이다. 작가님의 책은 나를 언제나 여행 쪽으로 끌어당긴다. 문득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나고 싶은 독자는 내가 유일할까나. 아니 분명 다른 어느 누군가도 떠나고 싶은 충동에 한 손엔 책을 들고, 귀에 흘러들어오는 음악에 취에 무작정 길을 나서지는 않을까. 내가 그 누군가가 되어도 좋겠다 싶다.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죽을 때 나의 직업을 뭐라고 할까, 여행이라고 할까, 사랑이라고 할까, 생각했다. -230

 

오래도록 당신을 떠나왔네요. 당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알아주시길 바래요. -235

아참, 당신 그리고 당신. 당신이 있어 나이를 먹는 것 따위는 조금도 두렵지 않아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시간은 우리를 지나가지만 사랑은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는 것. 그것. - 241
 

  정말, 혼자 외롭기엔 너무도 붐비기 좋은 세계인 것 같다. 문득 집에 혼자 갈 있을 때면, 여행지에 혼자 멍하니 생각에 휩싸일 때면, 지나간 사랑에 눈물날 때면, 밤비 내리는 소리에 문득 누군가 떠오를 때면,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눈을 감고 싶을 때면 외로워지다가도 티비에서 떠드는 소리에, 친구들의 전화 한 통에, 가족들과의 수다에,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만남에, 사랑했던 그 추억에 내 마음이 붐빈다.

  시간은 우리를 지나가지만, 사랑은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작가님은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여행이라고 했지만, 내 생각엔 만약, 그런 말이 있다면 그건 '그리움'이 아닐까 싶다. 보고 있어도 그립다고 누가 그랬던가. 나는 오늘부터 또 작가님과 작가님의 책을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책을, 글을, 사진을 곱씹으면서 난 또 그리움에 빠질 것이다. 작가님의 새 책에 사랑에 빠지기까지.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며, 여행을 떠나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사랑을 하며, 인생을 조금 낭비하기도 하면서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이 어떤 것일까 생각해 봐야지.

  오늘 하루도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스쳐지나갔지만, 그 하루만큼 내 인생의 봄도 다가오겠지. 다가올 봄을 잡고 놓치지 않도록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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