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바이러스
티보어 로데 지음, 박여명 옮김 / 북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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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 광기를 보여주면서도 과연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제목대로 모나리자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소설의 전개는 다양한 장소에서 전개가 된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일들이,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세계 곳곳의 장소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한 가지 '아름다움', '황금비율'과 관련이 있으며 이 모든 것이 누군가의 인위적 소행임을 밝힌다.


 먼저 멕시코 아카풀코에서는 '미스 아메리카'들이 납치되었고, 보스턴에서는 '헬렌'이라는 신경미학자의 뇌문제가 발각 된다. 샌안토니오에서는 매들린이라는 소녀가 담당의에게 살쪘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바르샤바에서는 파트리크 바이시라는 사람의 아버지 파벨 바이시가 8주 전 실종되어 걱정하고 있었고...1500년경의 피렌체에서는 레오나르도와 살라이, 파치올리, 로 스트라니에로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상파울로에서는 벌들이 떼죽음을 당한다.


 책 날개에 있는 주인공들의 소개이다. 이 복잡한 이야기는 마치 잘 짜여진 그물처럼 각각의 이야기들의 전개가 우리를 한 곳으로 몰고간다. 미스 아메리카를 납치하고 그들을 흉측하게 성형시키는 일이나 황금비율을 가진 벌들을 떼죽음 시키는 일이나 아름다움의 상징인 모나리자를 다 없애거나 소유하려는 일은 각개의 일들처럼 보인다. 이 책에는 두 천재가 나오고, 두 명의 신비한 인물이 나오며, 두 명의 상처입은 주인공들이 나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파벨 바이시라는 두 천재는 아름다움에 대한 광기를 보인다. 다빈치는 아름다움에 미쳤고, 파벨은 아름다움을 없애는 것에 미쳤다. 두 신비한 인물은 '로 스트라니에로'와 '어떤 신사'이다. 두 인물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나오지 않는다. 읽는 동안 나는 마치 이 두 인물이 동일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나 상황은 나오지 않으니, 독자인 나의 추측일 뿐이다. 두 상처입은 주인공은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헬렌과 밀너이다. 어려서 모델을 했지만 임신하자 마치 몸을 함부로 굴린 여자가 되어 미혼모로 딸을 낳아야 했던 헬렌의 딸은 거식증에 걸렸고, 본인은 신경미학자로 성공했지만 뇌졸중에 걸렸다. 밀너는 FBI지만, 브라질에서 인질극에서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일이었지만, 총기사용으로 인해 인질은 구했지만, 직장 상사에게 구박받고 턱을 부상당해 약을 먹는 인물이다. 정의감도 투철하고 눈치와 상황추리력, 결단도 빠르지만... 좀 손해보는 성격인 것 같다.


FBI국장이 밀너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건 분명 흔한 일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들이 공격당했다. 그리고 밀너는 지금 벌들을 구하기 위해 브라질 남부에 갇혀 있었다. ㅡ127

인생이 신기한 우연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밀너는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드문 일이라 해도, 어떤 사건을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한 채 넘기기에는 그 반대의 경험도 너무 많았다. 다양한 사건이 지닌 공통점의 인과관계를 짚어보지 않은 채 그저 우연으로 넘겨버리는 것은 분명 성급한 포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경우 우연에는 그 이유가 있고 연관성이 있다. ㅡ139

"인간은 모든 것에 이름을 붙여요. 허리케인 카트리나, 린다 감자, 핼리 혜성, 그래니 스미스라는 사과 이름도 있고. 이름이 없으면 감탄 할 수도, 두려워 할 수도, 싸울 수도 없지요. 그래서 이 괴물 바이러스를 우리는 모나리자 바이러스라고 불러요." ㅡ197


 이 소설에서는 정말 '모나리자 바이러스'가 나온다. 모든 황금비율을 깨트려 괴물같은 형상을 만드는 바이러스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파벨 그 자체가 '모나리자 바이러스'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고였지만 본인의 추해진 모습을 보며... 아름다움을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일까?



여자의 뒤로 조깅을 하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행복에 겨워 조깅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것 같았다. 격렬한 조깅이 엔드로핀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심지어 중독이 될 수도 있고. 아름다운 얼굴을 향한 광기. 아름다운 몸매를 향한 광기. 피트니스에 대한 광기. 최근 멕시코 납치 사건 이후 밀너는 이 모든 것을 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움이란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ㅡ218

"마음에 드는 말이군요, 모건 부인. 관점이라는 것은 언제나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결정되죠.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이고요. 아름다움이란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당신에게 아름다움이란 뭐죠, 모건부인?" ㅡ281

얼마나 악한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선한 것을 이루겠다는 명목 아래 말이다. 악이 없이는 선이 존재할 수 없다는 또 하나의 증거였다. 남자가 선과 악 중에 어느 쪽에서 싸우고 있는지는 어차피 아무도 모르겠지만. ㅡ308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것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객관적인 아름다움이란 존재하는가 이다. 아름다움은 일견 객관적인 것 같지만, 모두가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점에서 주관적이다. 그런데 이 소설의 황금비율은 주관적이지 않은, 객관적인 아름다움을 말한다. 모든 아름다움이 합쳐서 '황금의 비율'을 완성하면 그 누가 보더라도 그것을 아름다울 것인가. 이 소설에는 사고로 흉측해진 파벨과 거식증에 걸린 매들린과 얼굴에 큰 상처를 입은 밀너가 나온다. 그리고 아름다웠지만 그로 인해 불행해질 뻔한 헬렌과 매들린이 나온다. 여성에게 아름다움이란 양날의 검 같다. 아름다움으로 인해 추앙받지만, 반면으로는 그 아름다움을 탐하는 이들에게 당하기 쉬운....

 또 다른 하나는 위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내용인데 '과연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였다. 모나리자 바이러스로 인해 뉴스에서도 잡지에서도 얼굴이 괴물과 같은 형상으로 변하고, 황금비율을 가진 건물들을 파괴하는 모습이 나온다. 여기서 다빈치나 파벨은 황금비율에 집착한다. 그런데 나는 과연 황금비율만이 아름다움인가 싶다. 과연 무정형에는 아름다움이 없는 것일까? 추함에서는 정말 아름다움을 찾을 수 없는 것일까.....


 성형과 미의식, 그리고 거식증에 대한 이야기는 '미'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주제일 뿐 아니라, 이 책을 관통하는 세 단어가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것을 위해 몸에 칼을 대고, 몸을 상하게 하는 것을 오히려 추구하는 세대에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화두를 던지는 소설 같다.


P.S. 꿀벌에 대해서 꿀벌이 멸종하면 몇 년내로 치명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꿀벌들이 죽고 있는데... 이 소설의 바이러스 같은 건 아니었지만 전자파와 많은 것들이 이유라고 한다. 이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꿀벌들을 보호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해 볼 시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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