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악마다
안창근 지음 / 창해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이 악마다


참 자극적인 제목인 것 같다. 사람이 악마라는 말. 많이 했던 말이기도 하고, 많이 들었던 말이기도 하다. 사람이기에, 사람이라서.... 이 책은 사람이 악마라고 말할 뿐 아니라, 악마가 사람이라고 말하는 듯도 하다.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수사회의 때 누군가 무심코 던진 '연쇄살인범이야말로 최고의 프로파일러다'는 말이 그녀를 여기까지 몰고 왔다. -41


 아픔이 있었지만 이겨낸 여성 프로파일러 희진. 

최고의 프로파일러였던 연쇄살인범 그리고 희진의 상사이자 연인이었던 남자, 민수.

잘 나가는 기자였지만 한동안 특종이라곤 쓸 수 없었던 황기자.

그리고 최강의 연쇄살인범 유령.


자살로 위장된 살인사건과 혼잡한 홍대에서 대낮에 예고 살인을 하고, 사람들이 많은 놀이공원에서 폭탄을 터뜨리는 최강의, 최악의 연쇄살인범 유령을 잡기 위해 경찰로 부족해서 경찰이었던 민수를 찾아가서 암호문을 풀고 유령을 쫓는다.

 

솔직히 정말 흥미진진했다. 유령이 보낸 암호문 풀기도 흥미로웠지만, 프로파일링이 정말 흥미로웠다. 유령이 5에 집착한다는 것, 오페라의 유령을 좋아한다는 것, 외모, 성향 등등을 알아내는 데 정말 놀라웠다. 조그만 조각들을 이어 붙여 그림을 그려내는 데... 내가 프로파일링을 하는 듯이 재미있었다.


높이 올라갔던 만큼 추락의 고통 또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컸을 것이다. 세상을 향해 복수의 칼을 갈 만큼. 항상 사람이 악마다. 살인범들은 멀리 있지 않다. 그들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다. 그리고 그 악마들은 다른 사람을 조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ㅡ74


"사람이 악마다."
당시 심정을 묻는 기자에게 그가 불쑥 던진 말이다. 누구도다 살인범의 세계를 깊이 연구한, 그리고 그 세계에 직접 발을 들인 사람다운 대답이었다. 그렇다. 항상 사람이 악마다. 연쇄살인범은 멀리 있지 않다.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다. 출근길에 같은 버스를 탄 사람,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사람 중에 연쇄살인범이 있다. 경찰이라고 해서 연쇄살인범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ㅡ136


"네 말대로 황 기자는 손에 피를 묻히는 그런 잔인한 살인마는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고도 복수와 성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사실 악마하고도 손을 잡는 게 사람이죠." ㅡ155


<사람이 악마다>라는 자극적인 타이틀 속에는 왜 사람이 악마가 되었는가에 대한 탐구가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내 주위에 있는 이웃 사람이 연쇄살인범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강풀의 "이웃사람"이라는 만화가 떠올랐다. 그저 스쳐 지나갔던 사람이 악마일 수도 있는 세계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 이웃에 악마가 있고, 사람이 악마라는 그 전제보다 솔직히 반전에 마음이 빼앗겼다. 사람이 악마일수도 있지만... 악마는 원래 천사였다는 걸... 떠올리게 했다. 그리고 연쇄살인 뿐 아니라, 성폭행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내가 여자여서 그런지 오히려 연쇄살인보다 성폭행에 더 관심이 갔다. 살인보다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범죄인 것 같다.


책을 덮으면서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낫는다는 말이 생각났다. 더 쓰면 스포가 될 것 같아 여기서 마무리를 지으려 한다.


정말 볼만한 소설이 나타났다. 많은 추리 소설들을 봤지만 이런 반전은 또 처음이었다. 사람이 악마이지만, 동시에 그 사람은 다른 누군가를 걱정할 수 있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희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