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랙처드.삶의 균열
대니 앳킨스 지음, 박미경 옮김 / 살림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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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랙처드-삶의 균열


 처음에 책의 표지가 예뼈서 맘에 들었고, 두 번째로 설정이 흥미로워 맘에 들었다. 사고로 친구와 미모와 꿈, 아버지의 건강까지 잃은 레이첼이 머리를 다치고는 죽었던 친구도 살아있고, 미모도 그대로 였으며, 헤어진 남자친구와도 사귀고 있었고, 아버지는 위암에 걸린 적도 없을 뿐더러 꿈을 이뤄 출판사 기자가 되어 있다니... 현실과 꿈의 경계 가운데서 그녀의 삶에 균열이 일어났다.

 이 책의 제목인 Fractured는 균열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그녀의 삶은 두 개로 나뉘었고 어떤 것이 꿈이고 어떤 것이 현실인지 그녀는 구분할 수가 없게 되었다.


참으로 이상한 꿈이었다. 다시 십 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가 싶었는데, 마침 간호사실에서 연락이 왔다. ㅡ121


"반지가 있든 없든. 레이첼은 여전히 내 약혼자야, 친구." 아아, 이 꿈은 갈수록 흥미진진해져 간다. ㅡ123


사고로 모든 걸 잃고 가족과 친구와 고향과 멀어져 혼자 살던 레이첼은 절친의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고향에 갔다가 사고 때 죽은 친구의 무덤에서 갑자기 심해진 두통에 쓰러지게 된다. 병원에서 깨어나니 모든 것이 달라진 현실에 본인은 꿈이라고만 생각한다.

 사고가 있긴 했지만 작았고, 죽었던 친구는 죽지 않았고, 사고가 작았기에 본인도 얼굴을 다치지 않았고, 죄책감에 우울해 하다가 보는 아버지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아서 아버지도 병에 걸리지 않았다. 죄책감에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않아서 약혼까지 한 상태다... 



그런데 나는 깨어나지 않았다. 잠을 자고 눈을 뜨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는데, 여전히 꿈속이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처음으로 내 안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울렸다. ㅡ130

내가 실제 살았던 세계보다 훨씬 더 좋아 보이는 세계를 굳이 허물 필오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처음으로 들었다. -147


꿈은 순식간에 깨지 않는 악몽이 되었고, 좀 더 지나자 희망이 되었다.

 나 같아도 내가 실제로 믿는 세계보다 훨씬 좋아 보이는 현실이라면... 굳이 허물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것 같다. 그리고 마음 속의 의문들이 아귀가 딱딱 들어맞고, 그 모든 것이 나에게 좋은 상황이니 두 말 할 것 없을 것 같다.


그날 밤에도 꿈을 꿨다. 내 정신 상태는 깨었을 때나 잠들었을 때나 똑같이 혼란스러웠다. 신기하게 꿈속에서도 잠이 들었다. 잠든 장소는 내 침실이 아니라 생판 모르는 곳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함께 있는 걸로 봐선 내가 사는 곳인 것 같았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렸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다. 꿈속에서 나는 뭔가 중요한 약속이 있다는 걸 알았다. 무슨 약속인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기억상실증 전문가를 만나기로 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만나기로 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다만 내가 잠을 너무 많이 자는 바람에 아주 중요한 약속을 어기게 될 거라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는 사실은 확실했다. -237


그녀는 꿈 속에서 또다른 꿈을 꿨다. 잠이 들면 아버지의 에프터쉐이브향이 났고, 이상한 알람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레이첼이 잠 든 후 온 적이 없다고 하고, 알람소리는 다른 사람은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내 진짜 현실처럼 느껴진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돌아간다는 게 맞는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날 밤 이후로 마음이 바뀌었어."
"와우, 매트하고 무슨 일이 있었구나?"
나는 한참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내 대답의 파장이 얼마나 클지 알았기 때문이다.
"아니, 지미하고....." -249-250

 그녀의 의식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에는 독자들이 예상하는 그런 반전이 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현실은 현실이라는 것. 그리고 꿈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

'현실'로 둔갑한 꿈은 우리를 하늘로 이끌지만... 그 하늘은 죽어야만 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일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어, 레이철. 사고가 일어날 수도, 병에 걸릴 수도 있어. 그건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내 직업도 때로는 위험할 수 있어. 우린 침대에서 일어나다 크게 다칠 수도 있어! 그렇다고 늘 불안에 떨며 살 수는 없잖아."
지미 말이 옳았다. 지난 두 달 동안 행복의 기회를 포착하면 절대로 놓치지 않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지 않았던가?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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