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괜찮을까? - 어쨌든 한번은 부딪히는 인생 고민
피오나.미나리 지음 / 다온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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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도 괜찮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된 게 언제부터 일까? 아마 집을 떠나 살기 시작한 대학생 때였던 것 같다. 그때는 '집을, 가족을 떠나 혼자가 되어도 괜찮을까?'는 느낌이었다면, 이 책의 질문은 혼자서 살아도 괜찮을까 하는 질문이다. 이 책은 몇 가지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다. 연애, 결혼, 회사, 옆에 남아 있는 사람, '나', 10년 후... 여자로서, 사회인으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친구로서, '나'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마흔을 넘긴 나이로, 그 나이의 '여자'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말하지만 아직 마흔이 안 된, 고작 그 반 보다 조금 넘게 산 나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공감이 되기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서른을 키워드로 한 책에는 '여자'라는 단어가 종종 보였다. 그렇지만 '마흔'이라는 키워드를 넣자 '남자', '아빠', '엄마'라는 단어만 보였다. 마흔에는 '여자'가 없다. -20

마흔 살이 넘어 아내도 아닌, 엄마도 아닌 여자로 존재한다는 것이 가능하긴 한 걸까......마흔 살의 연애와 사랑이란 정말 세상에 없는 초현실적인 사건이거나 잘못된 망상이 아닐까. 나는 이 세상에 없는 환상을 쫓고 있는 게 아닐까. -21~2

아줌마가 되지 못하면 아저씨가 될 수밖에 없는 이 현실, 나에게 또다른 선택지는 없는 것일까? 아줌마도 아저씨도 아니고 그냥 여자로 존재하고 싶다. 마흔 살만이 아니라 쉰 살에도 예순 살에도... -25

 

난 아직 마흔은 아니지만, 그녀들의 말이 너무나 공감이 되었다. 마흔의 여자라.... 읽으면서, 우리 엄마 이야기 같기도 했고, 우리 언니 이야기 같기도 했고, 내 친구의 이야기 같기도 했고, 마치 내 이야기인 것 같을 때도 있었다. 나는 마흔도 아닌데 말이다.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그녀들의 판타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성적 판타지라기보다는 연애와 남편에 대한 판타지였지만,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아이고, 여자는 나이를 먹어도 소녀랬던가... 소소한 것들이 오히려 판타지일 수 있다는 사실을 남자들이 알고 있을까 싶다. 남자들은 백만 사주면 다인줄 알지만, 오히려 가벼운 포옹이 더 설레고 기쁠 수 있다는 건 모르는가 보다.

 

그리고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나이가 몇이든 간에, 사랑과 연애에 대한 설렘과 환상은 인간이라면 영원히 품고 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30

에이, 뭐 그런 걸 물어봐. 현실은 잊기로 해, 이건 그냥 판타지야. -32

내 생각에 마흔 살 남자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은 결제력에 앞서 사랑하는 여자를 향한 열정이다. 여자의 집이 아무리 멀어도 데려다 주려고 애를 쓰는지, 한밤 중에 보고 싶다며 여자의 집까지 달려 오는지말이다. 마흔을 넘긴 남자와 데이트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다들 얼마나 바쁘고 피곤해 하는지 말이다. 다음 날의 체력을 위해 얼마나 몸을 사리는지, 생활 리듬을 깨지 않으려고 얼마나 조심하는지 말이다. -39

마흔 살의 연애는 떨림이 아니라 안정이고, 설렘이 아니라 믿음이며, 느낌이 아니라 소통이고, 의심이 아니라 염려이며, 동침이 아니라 동행이라는 것. ㅡ57~8

 

 나도 판타지가 있다. 연애에 대한 판타지는 누구나 있지 않을까? 그러나 현실에 없기에 꿈이고 판타지인지... 나의 판타지를 채워줄 남자는 순정만화나 로맨스 소설이나 드라마에나 존재했나보다. 나이는 그렇게 많진 않지만, 이미 연애세포가 죽어버린 건지 이미 혼자가 편한 걸 어찌 할까.... 판타지는 판타지에서나 존재한다는 걸 너무 빨리 깨달아버렸나보다. 

 

"개처럼 일하고, 남자처럼 생각하고, 여자처럼 입어라."...개처럼 일하고 남자처럼 생각하면서도 결국엔 여성성을 잃어선 안 된다는 말씀. ㅡ112


 그녀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신선하고 생생했다. 그녀들은 '여자'로서 사는 법에 대해 말했고, '아내'로 사는 법에 대해 말했고, '엄마'로 사는 법에 대해 말했고, '커리어우먼'... 아니 '직장인 여성'으로 사는 법에 대해 말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위의 인용문이다.

 

 

 

개처럼 일하고, 남자처럼 생각하고, 여자처럼 입어라... 나는 솔직히 개처럼 일하고, 남자처럼 생각하지만... 여자처럼 입지는 않는다. 남자들만 있는 환경이라 그런지 (내가 이런 핑계를 댈 때마다 한 친구는 "그러니까 더 꾸미고 입고 다녀야지!"라고 말하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남자처럼'입는 편인다. 그런데 그녀들은 '여자'로서의 장점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나는 지금껏 '여자'로서 어필(?)하면 왜인지 모르게 남자에게 지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데 이 부분을 보면서 내 생각을 조금 고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왜 직장인 여성은 마흔이 되면 '행불' 또는 '전업'이 되는지... 나의 마흔은 어떨지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무리 세대가 거듭되어도 혼자 살려면 능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사실이며 상식이다. ㅡ140

 

싱글의 조건은 '능력'. 혼자 살려면, 둘이 사는 것보다 능력이 필요하다. 이 얼마나 슬픈 말인지. 나도 혼자 살 거라고 말하면서도 '살 빼고'나 '돈 많이 벌고'라는 조건이 붙는 다는 걸 부정하진 못하겠다. 능력 없으면 혼자 살지도 못하고, 또 능력 없으면 같이 살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게 참 슬프다. 능력이 없으면 혼자 살든 같이 살든 선택지조차 없다니 말이다. 나는 혼자 산다는 선택지를 고르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라도 능력을 좀 키워야겠다. 나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 나이에 부끄럽지 않은 내 자신이 어떤 모습일까?'ㅡ193

 

 이 책에서 가장 크게 남았던 두 질문은 "혼자여도 괜찮을까?"와 "이 나이에 부끄럽지 않은 내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인 것 같다. 두 질문은 나이가 어리나 많으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질문이 아닐까. 내 나이에 부끄럽지 않은 나이고 싶다는 건.... '나'로 살아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욕망이 아닐까.

 책을 덮으면서, 혼자여도 좋을거야 했던 나는 혼자여도 괜찮을까?하는 의문으로 돌아섰다.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느낀 건 혼자인게 부끄러운 것도, 그리고 걱정해야 할 것도, 그리고 남과 다른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연애세포가 죽어버린 자신에 대해 어쩌면 오기를 부리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이렇지만 괜찮아!"라고 외치며 말이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은 그렇게 오기 부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연애도 자연스러운 것이고, 없으면 혼자도 좋다.' 정도가 좋은 것 같다.

 혼자여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싱글로 독신으로 살아도, 같이 살아도 읽기 좋은 책인 것 같다. 혼자여도 괜찮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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