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깡 때려칠깡 버텨볼깡 - 가장 적나라한 직장 "졸"들의 속마음
김건우 글.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출근할깡 때려칠깡 버텨볼깡

 

 제목부터 자극적인 이 책 제목은, 직장인들이 하루에 한 번 이상 생각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나도 오늘만 해도 여러번 생각했으니 말이다.

 이 책은 대리 5년 차의 실제 회사생활이 여과없이 나타나 있었다. 보면서 우리 회사는 아닌데..? 하는 부분이 거의 없어서.... 아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구나... 아 나만 힘든 건 아니구나 하는 안도와 슬픔이 있었다.

 

 

이상과 현실은 늘 다르다. 나는 야근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퇴근 후면... 시간이 없다. 정신 차리면 자야하고, 일어나면 회사가야 하고, 퇴근하고 나면 어느새 또 잘 시간이고 말이다.... 이상하게 하루가 빠르다. 월급날은 안 오는 데 말이다.
 

환승할까 말까


버스와 회사의 공통점은?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
회사라는 버스에 오른 이상
회사의 움직임에 나를 맞춰야 한다.
야근할 때 함께 야근하고,
좋지 않은 분위기엔 말도 행동도 조심조심.


답답하거나 멀미 날 땐
환승하고 싶은 생각도 들지만,

 

버스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뭐.

그냥 적응하고 사는 게 맞겠지? -24

 

버스와 회사의 공통점... 목적지는 정해져 있는데, 많은 때 내리고 싶다는 것. 버스 안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침묵의 동행을 하는 것처럼, 회사에서도 많은 때 입 다물고 가만히 가는 데로 앉아 있어야 한다는 것.... 자기 의지가 많이 없어진다는 것... 아.. 역시 때려쳐야 할 깡이 필요한가 보다.

 

 

이 맛에 회사 다닌다


누군가 그랬다.
회사는 다니기 싫은 맛에 다니는 거라고. -30

 

다니기 싫은 맛에.. 오늘도 출근을 했다. 이 쪽을 보면서 정말 큰 공감이 되었다. 그러면서 입맛이 짧은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할깡이 센지 아니면 때려칠깡이 센지 아니면 버텨볼깡이 센지... 나도 지금 맛을 고르고 있는 중이다.

 

승자 없는 릴레이


화나는 얘기를 들었다고 해서
그걸 또 누군가한테 전달한다면,
짜증 릴레이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그냥 바통 버리고 기권하자. -54
 

이건 회사 뿐 아니라 모든 일에 적용되는 사항인 것 같다. 이상하게 아래로 내려 갈수록 짜증이란 놈은 무게와 그 양을 부풀려 맨 아래 있는 사람을 질식시켜 버릴 수 있다는 이 위험사항을 왜 아무도 경고해 주지 않는지. 인생이란 정말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

 

 

정말 열심히 해서 제때 진급했을 때 내 모습... 슬프고도 현실적이었다. 하긴 사원은 대리에게 대리는 과장에게 과장은 부장에게 부장은 임원진에게 임원진은 발주처에.... 이 악순환의 고리는 끝이 없어서 앞서 이야기 했던 승자 없는 릴레이가 이루어지고 만다. 승자가 없으니 상은 없는데, 벌은 존재하는 어이없는 상황.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현실인 것 같다.

 

경험이라는 항체


직장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상황이 있을 것이다.
처음 맞닥뜨렸을 때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어떤 일이든 처음이 힘들지, 두 번째에는 제법 할 만 하다.
'경험'이라는 정신적 항체가 나를 지켜주고 있으니까.
처음의 그 무방비한 상태가 아니거든.


그러니까 내일을 걱정하면서 오늘 밤을 설치지는 말자.
항체는 이미 우리 안에 만들어져 있다.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을 거야. -122

 

리셋/
마음속에 칠판 하나 있어서
어떤 감정이든 썼다가 지울 수 있다면... -156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티베트 속담)-164

 

누구나 실수를 한다. 어려서도 실수를 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하고.. 나이를 먹어서도 한다. 신입도 실수를 하고, 직급이 올라가서도 실수를 한다. 그러나 어린이와 어른의, 신입과 부장의 차이는 책임감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원의 실수는 그보다 위의 사람이 막아줄 수 있겠지만, 위에 있는 사람의 실수는 본인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진급을 하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직급이 낮을 때 많이 실수해보고 많이 깨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실수가 달가운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그러나 실수를 안 할 수도 없다. 실수 없이 살아간다는 건 이상론이며 불가능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왕 깨져야 하는 거라면, 경험치 올린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조금 덜 다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것 같아. 때로는 피해갈 수 있어야 하고, 부딪히면 조금 덜 다치게 넘어지고, 넘어진 후에 조금 더 빨리 일어날 수 있는 법을 배우라고 실수라는 게 존재하는 것 같다. 나의 경험치는 얼마나 될지 내 인생의 경험치를 따져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슬픈 사랑 이야기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소통. 참 중요한데. -180

 

귀의 방향


내 귀가 밖이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면
더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텐데. -200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시작을 여러 번 했다고 해서 대단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222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살아온 기간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시작을 했고, 얼마나 많이 '남'의 소리를 들었고, 또 얼마나 많이 '나'의 소리를 들었을까? 소통이란 건 참 중요하다. 우리 사회 전반에 중요하고, 내가 사회생활 하는 데에도 중요하고, 내가 '나'로 살아가는 데에도 중요하다. 나는 얼마나 소통을 하고 있을까? 정부가 불통이라며 비판하기 이전에, 내가 회사와 소통하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나와 소통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토요일이 지나고 다시 한 주의 시작. 또 한 번의 로또가 있었고, 또 한 번의 실패가 있었고, 또 한 번의 시작이 있다. 한 주의 마지막과 함께 하는 로또는 쳇바퀴같은 일상의 탈출을 꿈꾸는 일탈이고, 부질없는 희망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한 주를 열심히 살아갈 동기가 되는 것 같다. 전에 나는 왜 부질 없이 안 될 걸 뻔히 아는 로또를 매주 사댈까... 저 돈을 저금했으면 돈이 얼마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요즘 느끼는 건 로또를 사고 부질없다는 걸 알아도 희망하고 상상하면서 일주일의 힘든 시간을 버틴다는 것이다. 입사 전에 내 인생에 로또라고 생각했던 직장이 매일 매순간 때려칠깡 버텨볼깡...하는 다니기 싫은 맛의 과자로 변하는 것처럼 로또는 반대로 안 되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달까? 뭐랄까... 현실은 웃프달까?

 가끔 먹기 싫은맛의 과자를... 출근할깡과 버텨볼깡을 먹어야 되는 날이면... 나 혼자 힘들다는 것은 인정하기 싫은 날이면, 회사란 버스에서 내리고 싶은 날이면, 야근과 잡무에 지치는 날이면, 때려칠깡이라는 과자가 생각나는 날이면, 때려치기 대신 이 책 한 권 읽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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