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 서로 다른 두 남녀의 1년 같은 시간, 다른 기억
최갑수.장연정 지음 / 인디고(글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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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모든 순간들

 

내가 참 좋아하는 작가인 최갑수님. 신작이 나왔다기에 두 번 보지 않고 바로 신청했더랬다. 알고 보니 장연정이라는 작가님과 함께 쓴 책인데, 몰랐던 작가라 설레임마저 생겼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모든 순간들에 대해 말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순간 순간 사물을 본 기록들. 남 녀가, 두 작가가 같은 시간을 보내며, 같은 물건을 보며 생각한 것들이 책에 담겨있다.

 

더 좋았던 것은 사진들이었다. 여행 작가인 두 분의 사진과 글 들이 너무 빠르게만 살았던 '순간'을, '현재'를 보게 하는 것 같다. 달리기에 지쳐 말라가는 나에게 "조금은 천천히, 때로는 멈춰서 주위를 한 번 둘러봐. 순간을 누려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 남자는 조금은 센치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며, 그 시간을 여행하며, 살아가며 잡은 순간들. 그리고 사물들.

 

그 남자의 봄은 꽃을 보는, 꽃이 피는, 꽃이 지는 계절이고, 그 남자의 여름은 여행하기 위한 계절이다.

그 남자의 가을은 돌아와 휴식하는 계절이며, 그 남자의 겨울은 깨닫고 배우는 시기-

 


 

여행을 통해- 그리고 인생이란 여행을 하면서 그는 어떤 순간들을 붙잡았을까?

 

내가 있는 곳은 평일의 오전 11시다.
파주, 런던, 프라하, 하노이, 도쿄, 상파울루,
베르겐, 시애틀이 아닌
평일의 오전 11시.


브람스가 흘러나오는
커피향이 증발하는
바람이 잠시 멈췄다 가는
베란다 너머 적란운이 점점 두터워지는
섭씨 29도, 고기압의 가장 자리에 위치한
평일의 오전 11시.


여행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는 풍경들……


우리는장소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존재한다네.

나는 그의 말들에서 일상을, 순간을 붙잡으라는 말이 와 닿았다.

그는 일상이 훌륭한 여행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 같다.

우리는 얼마나 멋진 여행들을 순간순간 놓치고 있는지....!

 

그 남자와 그 여자는 같은 사계절 속에 있었고, 같은 사물들을 바라본다.

신발, 냉장고, 스웨터... 기타 등등.

 나는 책을 보면서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보는 듯 했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보는 듯 했다. 같고도 다른 시각에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같은 1년 사계절인데, 그 남자와 그 여자의 달력이 다르다. 그 여자는 월은 걸어가고, 그 남자는 년은 흘러간다.

 

 

하루는 정말 스물네 시간이 맞을까.
가만히 앉아 흘러가는 초침을 바라보고 있으면,
뚜벅뚜벅 시간이 걸어가는 소리와 함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살아 있고, 시간은 흘러간다.
초침이 예순 번을 걸어가면 1분. 그렇게 다시 예순 번.
그렇게 다시 스물네 번.
이렇게 까마득한데, 이렇게 긴데,
왜 그렇게 눈 깜작할 새 지나갈 수 있는 걸까.
나의 하루는.

 

그의 일상도, 그녀의 일상도, 나의 일상도 그렇게나 빠르다. 시간은 긴데..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오늘도 총알처럼 시간을 흘러가고 있는데, 내가 붙잡은 일상은 얼마나 되는지 반성이 됐다.

 

생각해보면 일상이란
내가 발견해가는 만큼 변한다는 생각이 든다.
색칠해 나갈수록 예쁘게 완성되는 그림처럼.

 

일상이란 여행 속으로 걸어들어가

오늘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발견해 봐야 겠다.

퍼즐조각을 모아 인생이란 커다란 그림을 아름답게 그려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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