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11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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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센 뤼팽 전집 11-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

 

난 추리 소설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셜록 시리즈는 말할 것도 없고, 유명한 괴도 아르센 뤼팽은 과연 어떤 인물인지 어떤 모험을 할지 기대가 부풀었다. 나는 뤼팽이 괴도로 유명하기 때문에, 어릴 적 티비 애니메이션이 보여주는 괴도 처럼 이상한 가면을 쓰고 망토를 휘날리며 뭔가를 훔치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는 '레닌공작'의 모험담이다. 갑자기 왠 레닌 공작?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뤼팽과 레닌 공작이 동일 인물이라고 암시하는 글이 글의 시작 전에, 그리고 글 중간에 있다.

 이 글은 물건을 훔치는 괴도 뤼팽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가 반하게 된 한 여인의 심장을 훔치는 8번의 모험담이며 로맨스이다. 그리고 물건을 훔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이다. 


"……첫번째 연결고리를 찾았으면 좋든 싫든 마지막 연결 고리까지 찾아야 하겠지요. 이보다 재미있는 일도 없을 겁니다."


"우리가 볼 줄 알고 추구할 줄 안다면 삶이란 그런 것입니다. 모험은 곳곳에 있지요.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 안에 있는 가장 현명한 사람의 가면 뒤에 말입니다. 우리가 원한다면 마음을 흔들어놓고 선행을 하고 희생자를 구하고 부당함을 제대로 잡아줄 기회가 있는 겁니다."


여기서 뤼팽은 뭔가 신비하고, 지혜롭고, 모험적일 뿐 아니라 매력적이다. 자신의 호기심 충족을 위해 또는 새로운 모험을 찾아 헤메는 것 같아 보이는 이 남자는, 동시에 동정을 느끼고 자비를 베풀고, 선행을 하는 여자를 흔들어 놓는 '매력적인' 남자다.

 이 이야기는 여 주인공 오르탕스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남편은 정신병원에 갇히고, 돈은 숙부에게 다 잡혀 있는, 아무것도 아닌 남자와 도망치려는 가련한 여자. 레닌 공작은 이 여자에게 반하게 되고, 이 여성을 구한 뒤, 모험을 제안한다. 여덟 번의 모험 뒤 12월 5일 고성의 낡은 시계에서 종소리가 울릴 때, 자유를 고를지 자신을 고를지 결정하라고 말이다.


"모험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그저 모험을 즐기는 사람 중 하나이지요. 삶은 타인의 모험이든 자신의 모험이든, 모험하는 그 순간에 가치 있습니다. 오늘 했던 모험이 당신을 혼란스럽게 한 이유는 마음속 가장 깊은 곳을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모험도 이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답니다. 시험해보겠습니까?"


레닌의 장담만큼이나 그들의 모험은 사소하지만 흥미진진했다. 테레즈와 제르멘, 영화 속 단서 같은 모험도 흥미진진했지만, 가장 재밌었던 건 장 루이 사건이었다. 두 엄마를 가진, 그래서 어머니의 성이 두 개이고, 성 없이 이름만 둘인 장 루이의 이야기는 진정 흥미로웠다.

 뤼팽, 아니 레닌 공작이 사건을 풀어가는 그 과정도 참 흥미로운데, 이 책에서 그는 천성이 사기꾼인 사람 같다. 어쩌면 그렇게 사람을 잘 떠보고, 잘 속이는지! 그러나 한 편으로 그 일이 누군가를 돕기 위함인 게 그의 매력이며 이 책의 매력인 것 같다.


"가장 최고의 모험은 바로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을 때 일어나지요. 전문가가 아닌 한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기회란, 손이 닿을 만큼 가까이 있는데도 잡으려 노력하지 않을 때 갑자기 나타납니다. 기회는 왔을 때 즉시 잡아야 하지요.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때는 너무 늦습니다. 기회를 잡으려면 우리에겐 특별한 감각이 있어야 하는데, 마치 뒤섞인 냄새에서 좋은 냄새를 구별하는 사냥개의 후각과도 같은 감각이 필요하죠."


책을 읽으면서 모험이란 거창한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 가운데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느꼈다. 나는 기회를 붙잡고 있으며 좋은 냄새를 구별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은 앞서 말했듯이 레닌 백작과 오르탕스의 로맨스이다. 레닌 공작은 언제나 자신만만하게, 그리고 자신을 매력적으로 모험을 통해 오르탕스에게 어필했다. 보면서 흥미로웠던 것은 레닌의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하는 것이었다. 책의 초반에 그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나 나오긴 하지만, 나의 상상을 자극할만 했다. 또 작가의 표현 중, 추상적인 감각과 느낌으로 판단하는 것을 볼 때, 한 번 쯤 실패할 법도 한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우리는 여덟 개의 멋진 모험이라는 책을 끝내야 합니다. 그 책에는 에너지와 논리와 인내와 어떤 미묘함과 이따금 약간의 영웅주의까지 들어 있지요. 이제 마지막 장인 여덟 번째 모험입니다. 알랭그르 성의 괘종시계가 저녁 8시를 알라는 종을 치기 전에 12월 5일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완성해야 하고, 그건 당신 행동에 달렸습니다.

 

싸움은 금방 끝날 것이지만 그 결과는 당신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그리고 성공하리라는 확신에 달려 있습니다.


이 책의 처음과 끝은 오르탕스의 모험이다. 첫째 모험은 그녀를 그녀의 권리를 지닌 채, 성에서 탈출시키는 이야기였다면, 마지막 모험은 모험을 떠나기 전에 조건을 걸었던 행운의 단추를 찾는 내용이었다.


레닌 공작은, 어쩌면 뤼팽은 천부적인 사기꾼이며 도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이 글에서 본 그는 신사였고, 모험가였고, 사랑꾼이었다. 다음 권도 정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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