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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미스터 갓
핀 지음, 차동엽 옮김 / 위즈앤비즈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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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미스터 갓
이 이야기는 핀과 안나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시작은 시작을 알리고 또 끝도 말하고 있었다.
"사람과 천사의 차이는 별거 아냐. 천사는 대부분 속에 있고 사람은 거의 바깥에 있거든."
이 책은 이 강렬한 한 마디의 문장으로 시작한다. 천사는 대부분 속에 있고, 사람은 거의 바깥에 있다는... 여덟살 소녀의 놀라운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고마워요. 미스터 갓. 핀이 날 사랑하도록 해줘서."
소녀 안나는 핀을 만나기 전, 부모의 학대로부터 도망친 여덟살, 거리의 부랑아 소녀였다. 그러나 그녀가 핀을 만난 순간, 안나가 되었고, 나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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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말했잖아요. '나를 사랑하고, 저들을 사랑하고, 이것들을 사랑하고, 그리고 너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잊지 말라.'라구요."
미스터 갓은 믿지만, 교회를 싫어하는 아이. 안나의 말은 현재의 종교를 비웃는 것 같았고... 남을 사랑하지 않고... 이것도 저것도 사랑하지 않고... 자신도 사랑하지 않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는 것 같다.
"제더(JETHER) : 뛰어난 사람, 살아남은 사람 혹은 시도하거나 찾은 사람 또는 선이나 줄."
"좋아. 그럼 미스터 갓에 대해서 모르는 게 그렇게 많은데, 그가 우리를 사랑한다는 걸 우리는 어떻게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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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차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바로 내 마음 속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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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나는 지금 살아있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어린 소녀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깨달았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 무참함을 이기고 살아있음을, 그 놀라움을 깨닫는 것. 어쩌면 이 소녀가 성인일지도 모른다.
"아냐, 그게 아냐. 그 사람들은 볼 줄을 몰라. 내가 뭘 원하는지 말귀를 못 알아들어." 안나는 깊은 슬픔이 담긴 목소리로 울먹였다. 이런 넋두리를 그 이후에도 여려 찰례 들을 수 있었다. "어른들은 보지를 못해, 어른들은 바보야."
안나를 보면서 어린왕자 소설이 생각났다. 코끼리를 먹은 보아뱀을 모자로 착각했던 어른들. 어쩌면 안나도 그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핀도 안나라는 어린왕자를 만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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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갓은 내 마음 한가운데로 뚫고 들어오고, 나는 미스터 갓의 중심을 뚫고 들어가거든."
안나는 거미줄처럼 단순하고 신비로우면서도 소라 껍데기처럼 평범한 아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혼돈과 무질서를 보는 곳에서 안나는 놀라운 질서를 볼 줄 알았다. 이것이 바로 안나의 타고난 재능이었다.
"재밌지 않아? 핀, 모든 숫자들은 억경 개나 되는 질문들의 답이 될 수 있다구." 바로 이 순간 나는 비로소 새로운 인생 공부를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질문이 먼저 있고 대답은 나중에 해야 하는 세상에서 살아왔다. 그런데 대답이 먼저 정해지고 질문을 나중에 생각해 낼 수도 있다니 이 얼마나 기발한 착상인가.
나의 스승, 아니 나의 웬수 안나는 아랑곳하는 기색도 없이 계속 하던 놀이에 열중하고 있었다. 나는 다가서서 안나를 붙들어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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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신나는 세상. 요지경 세상이여!"
두 사람이 구덩이 하나를 파는 데 두시간이 걸렸다. 다섯 사람이 똑같은 구덩이를 하나 더 팠다. 여기서 안나가 궁금해 했음직한 것은 '왜, 무엇하려구 구덩이를 둘씩이나 팠을까?' 하는 것이었을 테다. 헌데 사람들은 왜 바보처럼 "다섯 사람이서 그 구덩이를 파는 데 몇 시간이나 걸렸을까?"하고 묻느냐 이 말이다. 왜! 왜! 왜!
우주, 억경 가지의 물체, 다양한 모양의 그림자들, 길고 짧은 선들, 점. 서로가 잘난 우리들의 삶도 결국 본래 자리로 돌아가 보면 잘나봐야 긴 선, 못나봐야 짧은 선, 더 궁극의 자리로 돌아가 보면 모두가 구분 없이 다만 '존재'라는 점이 아니겠는가.
"죽음은 휴식이야. 휴식 속에서 우리는 뒤를 돌아보구 어수선한 걸 정리하잖아. 죽음도 그런 거야."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 점점 현명해져야 한다구, 보시나 패취도 점점 똑똑해지잖아. 그치만 사람들은 그렇질 않아."
"그렇게 생각하니?"
"응, 사람들의 상자는 해가 갈수록 점점 작아지고 있단 말이야."
"상자?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물음 상자, 물음을 담아둔 상자 말이야. 물음 상자가 작으면 대답도 작을 수밖에 없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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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야, 세상은 온통 코미디라구."
내가 말했다.
산더미 같은 지식들을 쓰레기처럼 무시할 줄 아는 아이. 그 아이가 '지금' 내 곁에 있다.
"핀, 내기할까? 미스터 갓은 나를 하늘 나라에 받아들여 줄 거야, 틀림없이."
"헤이, 천사 양반. 당신도 별 수 없을 거요."
나는 철문을 밀고 나와 묘지 쪽을 향해 소리쳤다.
"대답은 '내 마음 속에'라우."
순간 오싹하는 느낌과 함께 안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건 무슨 질문에 대한 답이지, 핀?"
"어렵지 않지. '안나는 어디 있게?'가 물음 아니겠어?"
나는 그 애를 다시 찾았다. 안나는 내 마음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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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또 서평을 쓰면서 내가 예비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은... 이 책 자체를 보여주고 싶었다. 어린왕자 같은 순수함을 가지고.. 어린왕자처럼 미스터 갓의 품에 간 안나라는 친구를 여러분의 친구로 소개해 주고 싶다. 차동엽신부님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안나는 내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선물해 주었다. 핀 마음속에 안나가 있듯이... 책을 덮은 순간 안나는 소리소문 없이 내게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