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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세계평화 ㅣ VivaVivo (비바비보) 21
모리스 글레이츠먼 지음, 최설희 옮김 / 뜨인돌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내 꿈은 세계평화"
이 책의 주인공은 이제 14살인 소년 벤이다. 큰 정육점을 4개나 하는 아버지 덕에 잘 먹고 잘 살고,
별 부족함 없이 큰 남자 아이이다. 벤은 어느 날 엄청난 걸 깨닫게 된다.
왜 하필 나지? 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뚫어져라 보았다. 어째서 다른 애들이 아니고 나야? 혹시 다른 애들한테도 일어났는데 아직 모르고 있는 거 아닐까? 벤은 늘 관찰력이 좋다고 자부해 왔는데 일이 이렇게 되도록 알아채지 못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빠에게 물려받은 남다른 관찰력으로 여태 몰랐다니. 정말 말도 안 된다.
벤은 어느 날 놀라운 사실을 깨닫고 그 일에 대해 고찰 한다. 헐벗은 여자가 나온 잡지를 보고, 화장실에 들어가 한 동안 나오지 않으며 자신을 보기도 한다. 그에게는 어마어마한 고민이 있었다.
론은 두려웠다. 이런 느낌이 처음은 아니었다. 늘 타이밍이 엇나가는 느낌이다. 슈퍼마켓에서 카레 재료를 잔뜩 사가지고 나오면 그가 나오자마자 세일이 시작됐다. 급히 대출을 막고 나면 대출 금리가 폭락했다. 집에 돌아오면 가족들이 맛있는 건 모두 먹어치우고 맛없는 빵만 남겨 놓았다. 론은 차고 앞에 늘어선 자신의 값나가는 물건들 우울하게 쳐다보았다.
"몇 마디면 돼. 하기 싫은 일도 해야지. 그게 인생이잖아."
그의 부모는 그가 사춘기가 왔다고 생각헸다. 엄마인 다이는 아빠인 론에게 벤의 성교육을 부탁한다.
론은 자신이 없다.
줄곧 따라다녔던 묘한 느낌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벤은 높게 쌓아 올린 잡지더미를 가리켰다. "세상에 이렇게 끔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린 어떻게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거죠?"
그렇다. 아빠가 얘기하고 싶었던 건 섹스뿐이었던 거다. 세상에는 이렇게 심각한 일이 잔뜩 일어나고 있는데도 말이다.
묻고 싶은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답답했다. 하지만 벤은 알고 있었다. 답을 알게 된 후에도 힘들고 괴로울 거라는 사실을.
사춘기 소년의 성에 관한 질문을 상상하며 벤의 방에 들어간 론은 더 어려운 질문에 처했다.
타임지의 기아에 대한 기사는 식수의 부족으로 깡마른 헐벗은 원주민의 사진 옆에 있었다.
벤은 한 편으론 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은 걸로 안심하며 얼버무리고 자리를 떴다.
벤에게는 답이 없는 질문만 남았다.
론과 다이는 충격에 휩싸여 아들을 쳐다보았다. 얼룩덜룩한 갈색 피부, 사타구니를 감싸고 있는 새하얀 식탁보, 빛을 받아 반짝이는 빡빡머리까지. 이건 정말 서프라이즈 파티, 아니 대형사고다.
"제 몸은 단단히 묶을 수 있지만, 마음까지 묶을 수는 없을 걸요."
아빠, 엄마, 누나 가족들에게 세계평화에 대해 물었지만, 그들은 대답을 주지 않았고..관심도 없었다.
벤은 어느 날 식탁에서 론의 농담과 그 농담에 웃는 가족들을 보며 큰 충격을 받고
가족들이 세계평화에 신경 쓸 수 있도록 충격요법을 강행하기로 한다.
첫 번 째는 파티에 선탠크림을 바르고 안경을 쓰고, 식탁보로 옷을 입고, 머리를 미는 것이다.
이 묘사에 떠오른 건 간디였다. 벤은 간디 코스프레를 하려고 했던 것일까?
가족들은 충격을 받고 그를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는 그 이후에도 많은 사고를 친다.
아버지의 계약에 나타나 계약이 깨질 뻔 하기도 한다.
결국 론과 다이는 벤을 혼내기 대신 무시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편해요?" 벤이 직원을 내려다 보았다. "하루에 4만 명이나 되는 어린애들이 굶어 죽어 가는 현실이 편하냐고요? 아저씨는 그게 편해요?" 주위에서 쑥덕거리던 여자들의 입이 순간 얼었다. 점원은 샌들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는 소년의 엄마를 보았다. 이 여자는 어떻게 이토록 침착할 수 있는 걸까. 벤도 엄마를 보았다. 엄마는 이 문제 많은 세상 속에서 어떻게 이토록 침착할 수가 있는 걸까.
그래, 물론 엄마 아빠는 가끔 섹스도 해야 하고, 일도 하고, 테니스도 치러 가고 바쁜 건 안다. 하지만 그런 걸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일 년 내내 하고 사는 사람은 없다. 부모님이 세계의 불행을 무시하면서 흘려보내는 시간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엄마 아빠가 세계의 불행에 관심을 보이게 할 방법이 정말 없는 걸까?
몸에 하얀 식탁보 하나 걸친 선탠크림을 발라 얼룩덜룩한 갈색피부의 박박머리 소년과 신발을 사러 나왔다?
생각만 해도 '세상에 이런 일이'출연감이다.
다이는 부끄럽고 부끄럽고 부끄러웠지만, 그 상황을 무시하며 태연을 가장한다.
그러나 결국 벤의 계속된 저항(?)에 무너지고 만다.
"벤, 집에 돌아가도 네가 할 수 있는 좋은 일들은 충분히 많아."
정말 아무것도 없이 살 수 있을까? 소나무틀 침대와 카펫, 전신 거울이 붙은 옷장, 노란 상판의 책상, 휴대폰, 컴퓨터, 손으로 직접 무늬를 그려 넣은 커튼, 최신식 삼파장 스탠드, 불이 들어오는 지구본까지.....정말 이런 것들 없이 살 수 있을까. 불가능 할 것 같았다. 그 말은 내가 세계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벤은 그러다 '동지'를 만난다. 모피코트 반대시위를 하며, 닭장에서 닭을 풀어주는 여자를 만난다.
결국 그녀의 집으로 가출 나온 벤은 그녀가 사는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식사는 가장 저렴한 캔으로 그것도 돈 걱정을 하면서 먹고,
집은 바깥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녀.
결국 벤의 가출은 하루를 못 넘기고 집으로 돌아 오게 된다.
벤은 또 한 번의 사고를 치게 된다.
대형육류마트를 열게 된 론의 기념파티에서 벤은 돼지고기 퍼포먼스(?)를 하게 되고,
충격받은 론은 심장이 멎는다.
일주일 전에 중환자실 앞에서 간절히 바라던 소망이 이루어졌다. 일주일간 집중 관리를 받은 덕에 아빠는 깨어났다. 그리고 세계의 다른 곳에서는 수백만 명의 사람이 죽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희생으로 아빠가 깨어난 게 아니라는 걸 벤은 알고 있었기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건 바로 오글거리게도, 행복이었다. 그녀는 자신과 클레어 사이에 앉아 기지개를 켜고 있는 남편을 보았다. 건강하게 그을린 론은 행복해보였다. 다이는 론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였다. "마침내, 평범한 한 가족이 평범한 휴가를 오게 되었노라!"
론이 살아나긴 하지만, 그는 여전히 워커홀릭이다.
벤은 여전히 세계를 걱정하고 세계평화를 추구하지만, 가정의 평화를 깨트리진 않는다.
다이는 여전히 아이 둘에 치이지만 남편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고
누나인 클레어는 자신감을 찾았다.
그건 '오글거리게도' 행복이었다.
소년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위를 한다는 건
새롭게 다가왔고, 흥미로웠다.
소년이 벌이는 일은 외국에서 많이 하는 시위 같았다.
이 책을 보면서 소년의 질문은 어느새 나의 질문이 되었다.
세상에 못 먹고, 못 입고, 못 마시고, 못 배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참 잘 살고 있구나.
제 삶에 대해서도, 사회 문제에 대한 저의 관심도도 반성이 되었다.
내 꿈은 세계평화는 아니다.
그러나. 세계평화를 바라지 않는 것은 더욱더 아니다.
세계평화가 당연해지는 그 날까지.... 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