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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힌트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삶의 힌트"
이 책은 애장판으로 작가가 5년간 잡지에 실었던 에세이 다섯 권이 모여 만들어진 책이다.

나의 인생을 사랑하기 위한 12장, 지금의 나를 믿기 위한 12장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12장,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12장,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한 12장.

각 권은 12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장은 명사 혹은 형용사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먼저 나 자신을 기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손끝에서부터 머리 한 올 한 올까지 말을 걸어주고, 격려해주고,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은 대단히 행복할 것입니다. 그런 마음을 갖는다면 육체도 있는 힘껏 보답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요? - 기뻐하다
저만해도 나이를 거듭할수록 다양한 슬픔과 탄식이 일상처럼 찾아옵니다.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슬픔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저는 슬픔을 잊어버린 인간에게는 진정한 기쁨이 찾아올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슬프지 않은가?"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던 옛날 청년들이, 어둠을 두려워하는 현대 젊은이들보다 훨씬 생기발랄하고 듬직하게 느껴집니다. - 슬퍼하다
기뻐하고, 슬퍼하고, 뭔가를 사고, 뭔가를 알고, 뭔가에 대해 생각하고... 이런 일련의 생활들이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삶의 힌트라는 것이 새로왔다. 나라는 존재를 기쁘게 하고, 나임을 기쁘게 여기는 것 하나가 나를 사랑할 수 있는 한 방법이고, 내가 슬픔은 인정하고 슬픔을 받아들이는 것이 나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다.
'무엇을 살까'에는 소위 전인격이 반영된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과장된 표현 같지만, 같은 디자인에 각각 다른 다섯 가지 컬러의 상품이 진열되어 있을 때, 그 중 어느 것을 고르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개성과 생활환경, 자라온 배경과 사상, 그 모든 것을 살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돈을 쓰는 게 취미라는 건 시시해보이지만, 물건을 사는 게 취미라는 건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물건을 고른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거는 것이니까요.
물건을 사는 것을 진심으로 즐기지 않으면 우리는 손해를 봅니다. 돈을 손해보는 게 아니라 마음을 손해 보는 것입니다. - 사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서 사는 우리는 돈에 민감하다. 계속 오르는 세금, 물가... 나는 '사다'라는 것이 그런 경제관념에서 나온 거라 생각했지만, 여기서 '사다'는 물건을 사는 것을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페르시아인가? 어느 지방의 상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는 물건을 사는 사람도,파는 사람도, '사다'라는 행위를 통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게 되는지 말한다. 도자기 사는데 하루라는 시간이 걸리고 그 둘은 많은 대화와 또 많은 흥정을 하게 된다. 상인이란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새로웠다.
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나 유명한 평론가가 자기와 완전히 정반대 의견을 말했다 해도 그 말에 휘둘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작품을 대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오직 나 하나입니다. 나에게는 나만의 느끼는 방식이 있고, 보는 방식이 있습니다. 설령 100만 명이 정반대의 말을 했어도 내가 느낀 것이 절대적인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절대적인 것에 안이하게 기대는 인간은 단순한 독단과 편견에 빠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나의 감성을 믿으면서도 일반적인 지식과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여유, 우리의 감수성은 이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 성립되어야 합니다. - 알다

'알다'에서는 아는 것이 양날의 검이라고 말한다. 나의 주장을 내세우고 휘둘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단과 편견에서 벗어나서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건 정말 어렵다. 얼만큼의 세월이 지나야 나의 감수성이 이 아슬아슬한 균형 위에 성립될 수 있을지.... 정말 이루고 싶은 경지이다.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긍정해야 합니다. 그런 뒤에 여력이 있다면 세상을 위해, 남을 위해 일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그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기를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거기서부터 진정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인생관이 생겨나는 게 아닐까요. 저는 지금 인생이라는 것을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생각하다

손해를 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손해 보는 것을 두려워 하고, 이득을 보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것이 마냥 좋은 인생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세속적인 손해가 어쩌면 큰 이득과 등을 맞대고 이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나 자신을 타이르면서 오늘도 저는 중요한 답장을 외면한 채 고민하고 있습니다. 참 곤란한 일입니다. - 손해보다
저자는 생각하다에서 죽음을 말하고, 손해보다에서 택시와 편지에 답장을 쓰지 않는 본인의 습관에 대해서 말한다. 보면서 삶의 소소한 것들이 놀라운 에세이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느꼈다. 그러면서 나의 '매일'이라고 명명된 생활에 대해서 작다고 느끼는 일련의 일들이 때론 좋은 글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더 소중해 졌다.
생각해보면 5년에 걸쳐 60메세지를 쓴 셈입니다. 그 5년 동안의 경과는 매회의 문장 속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을 것입니다. 지난번에는 이렇게 말하고서, 왜 이번에는 다르게 말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가진 분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바로 저 자신의 희망이고, 그렇게 바뀌어가는 것이야말로 제 하나의 진실이기도 했습니다. - 살다-후기를 대신해서
그는 마지막에 변명 아닌 변명을 남긴다. 전에는 이렇게 말하고 이번엔 이렇게 말하네....? 이런 의문들에 대해 그렇게 바뀌어가는 것이 저자의 진실이라고 말한다. 정말 멋진 변명이다.
어디까지나 힌트는 힌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 생각이나 인생관을 타인에게 강요할 마음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삶의 방식을 가르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제일 인상이 깊었던 구절이다. 힌트는 힌트일 뿐. 힌트는 답이 아니다. 인생에는 답이 없다지만... 힌트는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새로와짐을 많이 느꼈다.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인지 느낄 수 있었다. 한 챕터씩 느긋하게 다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