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플레이스
길리언 플린 지음, 유수아 옮김 / 푸른숲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 다크 플레이스" 

이 책의 첫인상은 예쁜 표지였다. 한 소녀가 농장과 같이 보이는 배경에서 은색 가면을 쓰고 서 있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한 소녀의 이야기이고, 어떻게 보면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늦잠을 자는 날에는 정말 울적했다. 울적함. 우리 엄마가 늘 사용하던 단어다. '우울함'보다 더 일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나는 24년 내내 울적했다. 
"안됐지만 새로운 살인 사건은 늘 생기기 마련이란다. 라비"
나는 몸을 웅크린채 접시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침울한 기운을 내뿜었다. 침울함. 이것도 엄마가 자주 쓰던 단어였다. 다른 사람들을 성가시게 할 만큼 도가 지나친 울적함을 표현할 때 사용했다. 공격성을 지닌 울적함이라고나 할까. 
나는 늘 이런 추억에 특별위험 지역을 표시하듯 '다크 플레이스'라는 낙인을 찍어 묻어두었다. 
"그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해도 누구도 그런 풍파가 닥치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테지. 바로 '그날'. 뭔가가 틀어진 거야"

 

다크 플레이스는 온 가족이 어느 날 살해당하고, 살아남은 소녀 리비 데이가 오빠인 벤 데이를 살인자로 지목한 후 이십여년이 지난 후에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조금 회상적이고, 조금은 조심스러운....

 

살아남은 리비 데이는 벌서 성인이 되었지만, 일을 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여기 저기서 들어온 후원은 이미 끊겼고, 파산 일보 직전에 몰린다.

 그러던 중에 '킬클럽'으로부터 가족들을 유품을 팔라는 제의가왔고, 그곳에 간 리비는 사건을 재수사 하는 것으로 그들에게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늘 밤에 거둔 성과는 호주머니에 든 돈뭉치와 저들도 나처럼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깨달음뿐이었다. 
"고전적인 추리 사건이었거든요. 수많은 가설이 있어서 흥미로웠죠. 게다가 당신이 있었잖아요. 그리고 크리시도, 뭔가를 일으키는.......어린아이들이 존재했죠. 그 점이 유독 관심을 끌었어요."
라일은 여전히 나를 보지 않은 채 대답했다. 
"뭔가를 일으키는 어린이라뇨?"
"일을 실제보다 더 크게 만드는 존재들이죠.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중대한 결과를 일으키는 영향력이 있어요. 그 점이 흥미로와요."

살아남은 아이 리비는 손버릇이 안 좋다. 물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심지어는 라일이 일종의 '횡령'을 하자 그가 더 좋아진다. 오빠의 과거에 대해 조사하다가 알게 된 크리쉬도 자신과 같은 '빌붙는' 성향이 있음을 알고, 그녀가 훔쳐 가도록 한다. 

초반에 과거의 기억이라든가.... 자신의 집에 대한 것은 다크플레이스였고, 울적한 기억이었고, 봉인된 기억이었다. 이 이야기는 다크 플레이스가 그냥 플레이스가 되어가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모든 게 가설이죠. 그래서 '미스터리'인 거고요!"
리비는 언제든지, 가능할 때마다 불운을 예언했다. 패티는 그런 버릇을 알고 있었지만 그 말이 가슴을 찔렀다. 이미 나쁜 일은 일어나버렸고, 앞으로 더 나빠질수도 있었다. 
그런데, 뭐 어쩌라고? 열심히 가위질을 해서 끝까지 잘랐어도, 결국 혼자 남았다. 작은 집에 직업도,
가족도 없이 천 두 조각만 들고서 뭘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로. 
엄마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와 데비 언니가 죽어갔을 때, 모든 것이 끝나고 유용하지 못했던 엄마의 삶이 끝났을 순간을 떠올리자, 분노는 이상한 연민으로 바뀌었다. 엄마가 자식에게 가질 법한 그런 연민이었다. 최소한 엄마는 노력했다. 마지막 날까지, 어느 누구보다도 힘겹게 애를 썼다. 이젠 내가 그런 사실 속에서 평안을 찾아보려고 노력할 차례였다. 
마음 속 다크플레이스에서 멀리 떨어져 머릿속을 평안하게 유지했다. 비명 소리도, 총성도, 울부짖음도 들리지 않도록 그저 고요함에 귀 기울였다. ........
그를 만나고 싶진 않았다. 구태여 내가 누군지 밝히고 싶지 않았다. 그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여자로 남길 원했다. '저기 저쪽' 집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여자로.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고, 화자도 리비였다가 벤이었다가 엄마 패티로 변한다.

각자의 시점에서 '데이네'가 그려지고 그들의 상황이 드러난다. 라일의 말처럼 이 사건에는 '뭔가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존재했다.

오빠를 살인자로 지목한 리비가 그랬고, 자신이 작업한 남자를 성폭행범으로 몰은 크리쉬가 그랬고,

오빠를 놀려먹는 미쉘이 그랬고, 어린 나이에 임신한데다가 벤의 유산에 눈이 멀어 그의 동생을 죽인 디온드라가 그랬고,

그런 디온드라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이십여년을 옥살이를 한 벤이 그랬다.

 

이 책을 보면서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벤과 토비는 무척 닮아있다.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일로 인해 감옥에 들어가서 옥살이 한 것도 닮았고,

정황으로 인해 죄인으로 몰렸다는 것도 닮았고..

어린 나이에 옥에 가게 되었다는 것도 닮았다.

 

이 다크 플레이스라는 소설의 마지막은...

어둠뿐이었던, 부정적인 기억 이었던.. 그 집이 그 농장이.

그저 어느 평화로운 가족이 사는 집이 된 것이다.

 

벤은 결국 모든 죄가 벗겨져 감옥을 나오게 될 것이고,

리비는 온 가족이 오빠에게 살해 당한 살아남은 아이 리비가 아닌 저기 저쪽 집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여자가 되었다.

 

책을 보기 전, 이미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영화를 본 것 같다.

한꺼풀 한꺼풀... 풀려가는 이야기에 이미 내 머릿 속에는 영화 한 편이 상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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