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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파란만장하시라 - 컬투 정찬우의 돌직구 인생법
정찬우 지음 / 청림출판 / 2013년 5월
평점 :
기꺼이 파란만장하시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컬투의 정찬우님이 책을 내셨다고 해서 기대반 설렘반으로 이 책을 폈다.

그런데 실은 정찬우님이 쓰신 건 아니라 떠든 거라고 하신다. 사람들의 고민과 그 고민에 대한 정찬우님의 생각을 인터뷰로 담은 책이라는 것! 보통 이렇게 대필작가가 있다고 해도 대부분은 책 뒤편에 작게 실려 있거나 하는데, 이런 글이 있어서 놀랍기도 하고, 정찬우 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발, 그런 꿈, 꾸지 마시라. 열심히 노력하면 되지 않겠냐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천만에!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당신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당신 자신을 파악하는 일이다.
일하면서 고민할 순 없는 거냐고. 설마 그 대단한 고민의 답을 얻기 위해 하루종일 인터넷 검색을 하며 일 년 열두달을 써버릴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아니었다면, 내 말을 따르시라. 고민만할 때보다 일을 하면서 고민할 때 더 많은 답을 얻게 될테니.
취업은 '고르는 게'아니라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밑바닥을 안 보고 있는 거다. 밑바닥에서 한 계단씩 올라가면서 스펙 쌓을 수 있는 기회들을 쓸데없는 눈높이 때문에 다 놓치고 있는 거라고. 그러다 서른 넘어가면 대책 없다. 눈높이를 조금만 낮춰라. 당신에게 맞는 회사들이 지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정찬우의 고민상담은 꽤나 거칠지만, 현실적이다. 그의 상담은 투박하지만 진심이 담겨있다. 물론 내 느낌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의 말에는 가식이 없는 것 같아. '다 잘 될 거야'라는 희망론이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고, 되는 건 되는 거다.'라고 말해주니 속이 쉬원하다. 막막한 희망고문보다는 현실 속에 담겨 있는 미래가 나은 것 같다.
요즘에도 난 안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며 생각한다. 이 일이 나중에 어떤 일을 만들까. 그러니 인생 재밌지 않을 수 없는거다. 하루하루가 값지지 않을 수 없는거다. 나, 앞으로도 남은 인생 제대로 살아보고 싶다. 내 어머니가 배 아파 낳아준 삶, 잘 살아야지 않겠나.
어찌보면 갑이냐 을이냐 이건 역활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역량으로 주어지는 거다. 그러니까 당신 슈퍼 갑의 횡포가 서럽거든 당신의 실력을 키워 슈퍼 을로 거듭나라.
그는 가장 안 좋은 일로 인해 지금의 개그맨 정찬우가 되었다고 말한다. 생전 처음 친 사고에 경찰에 쫒겨 다니고 전과가 남고, 그 전과로 인해 군대에서 제일 힘들다는 수색대에 들어가게 되고 그 수색대에 온 위문공연으로 인해 개그맨의 재능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고. 지금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그 일이 나중에 어떤 일을 만들지 모른다고. 하루, 하루가 맘에 들든 안 들든 값지다고 말한다. 그가 직접 겪고, 살아온 인생에 짙은 위로마저 받는다.

떳떳하게 내가 내 일을 하고 있는데 왜 그러나. 그 사람이 나보다 오래 살았고, 배경도 빵빵하고, 사회적 지위도 훨씬 높다? 그게 뭐 어떻다고. 나보다 약간 나은 삶을 살고 있는거지. 나는 아직 어린데, 기회를 그만큼 못 가졌는데 어떻게 그 사람처럼 되나. 단번에.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당신의 중심을 세워라.
분명 당신에게도 그 직장동료를 능가할 재능이 있다. 그걸 찾고 잘해라. 무엇이든 잘하는 게 재능이 아닌거다. 자신이 좋아하는 거, 잘하는거, 그걸 진짜 찰하는 게 재능이다. 그런 재능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니까 당신, 함부로 기죽지 말고 당신 재능이 무엇일까, 먼저 꼼꼼히 따져보시라. 그리고 말이다. 혹시 또 모르는 일이다. 그 동료가 속으로 당신의 어떤 면을 부러워하고 있는지도.
동료의 장점을 인정할 뿐 아니라 당신의 재능도 인정하라.
멋진 말이다. 이 책을 보면서 나의 컴플렉스에 대해서도 많은 반성이 있었고, 동시에 내 친구가 보였다.
자신의 장점은 보지 못하고 내가 보기엔 별로인 사람의 장점에 대해 무척이나 부러워하는 친구가 있다. 내 눈엔 정말 따듯하고 매력있는 친구인데, 본인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 친구가 기죽지 않았으면, 또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친구야. 넌 재능이 있어!!"

괴롭고 우울할 땐 멍하니 있는 게 독이다. 일단 두 가지 중 하나를 해봐라. 술을 마시든지, 땀을 배출하든지. 두 가지 다 해보든지. 대충하지 말고 세게 해라. 뻔한 얘기 같지만 그게 의외로 효과직방일수 있다.
수줍음에서 벗어나고 싶을수록 행동하라. 망설이는 생각이 들기 전에 행동하라고. 당신 못지 않게 나도 낯가림 심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아니, 꼭 해야하는거 아닌가?...혹시라도 길거리 장사가 창피하다는 생각은 지워라. 그 일을 하는 당신이 아무 것도 안 하는 친구보다 크게 될 터이니.
설득의 힘이란 게 그렇다. 변호사 뺨치는 말발보다 간절함이 먼저라는 거다.
말발보다는 간절함. 그리고 멍때리는 것보다는 행동!! 그것이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깨달음이다. 낯가림 있으면 어떻고, 멍 좀 때리면 어떤가. 세상을 용기 있는 자에게 기회를 주고, '그 기회를 붙잡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2030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합리화도, 안 아픈 청춘도 있다는 현실도, 막막해 보이는 미래에 대한 실날같은 기대도, 정말 못 살겠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직장동료 및 상사에 대한 험담도 아닌 바로 이런 상담이 아닐까 싶다. 위로 같은 상담. 상담 같은 위로. 내가 이 책을 보면서 그의 거친 말에, 투박한 말에 위로를 받은 것과 같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