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검정색 표지) - 내 안의 광기가 때로는 인생에 도움이 된다
케빈 더튼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다 강렬하다. 표지도 강렬하고 사이코패스라는 그 주제도 강렬하다.
케리는 유전학적으로 정신분열과 창의성 간에는 동질이상이 존재한다는 걸 밝혀냈다. 그는 뉴레글린1이라고 명명된 유전자에 2개의 변형이 있는 사람일수록 1개의 변형이 있거나 없는 사람보다 훨씬 창의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한 1개의 변형을 지닌 사람은 변형이 없는 사람보다 더 창의성이 높았다. 놀라운 점은 뉴레글린 1이 정신병과 밀접하게 연관된 유전자라는 점이다. (나쁜 기억력, 비판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 또한 뉴글레린1과 연관되어 있다)
결론적으로 모든 정신질환에는 어떤 형태로든 그 나름대로 장점이나 유익이 있기 마련이다.
그는 일반적인 우리의 편견을 깼다. 정신병에도 장점과 유익이 있다고 말하고, 사이코패스에게 배울점이 있다고 말한다.
뇌파는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 활동이 높낮이를 보여줍니다. 일반적인 사람에게서는 세타파가 발생하면 졸리거나, 깊은 생각에 빠졌거나, 잠든 상태를 의미하죠. 하지만 사이코패스의 경우에는 깨어 있는 일상적인 상태에서도 세타파가 발생합니다. 심지어 강한 자극을 받았을 때에도 세타파가 나오죠......문자 그대로 그들의 뇌는 일반인들의 뇌보다 '스위치가 덜 켜져 있는'셈입니다.
당신의 집에 불을 지르는 방화범이, 또 다른 평행우주에서는 불타는 건물에 갇혀 있는 당신의 가족을 구해 내기 위해 용감하게 불길로 뛰어드는 영웅일 수도 있다고 내가 말한다면? 또는 한때 극장 뒤에서 잭나이프를 휘두루던 비행청소년이 세월이 지난 후에 지금은 잭나이프가 아닌 수술용 메스를 휘두르는 의사가 됐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까?
사이코패스에 대해서 뇌파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깜짝 놀랐다. 세타파만 나온다니... 책에 나온 것처럼 스위치가 덜 켜져 있는 셈이기도 하며, 동시에 뇌가 자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평소에 이렇게 뇌가 자고 있으면 자극을 원할 것 같기도 하다. 천재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에서는 사이코패스의 부정적인 느낌이 있을 뿐 아니라 긍정적이고 배워야 할 교훈들이 있다는 것이다.
어느쪽이건 분명한건 사이코패스에게는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사이코패스는 갈수록 숫자가 증가하며, 그 숫자가 증가할수록 사이코패스적인 행동이 점점 더 정상적인 행동으로 간주된다는 말이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기에 그게 뭔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내 생각에 두려움은 대부분의 경우 불필요한 감정이에요. 이런 말이 있잖아요.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들 중 99퍼센트는 일어나지 않는다......그러니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거죠.........왜 굳이 현실을 망각하고 미래를 걱정하죠?...........따라서 두려움을 없애는 비결은 뇌가 지나치게 앞서가는 걸 막는 겁니다. 이런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용기라는 쓸데없는 습관도 없앨 수 있어요."
"상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 방법도 있소. 다음번에 겁이 나는 상황에 처하면 이런 상상을 해보시오. '만약 내가 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 행동하겠는가?' 그런 뒤 그 행동을 실천에 옮기면 되는 거요."
과거에 '파묻혀사는 것'도 문제지만, 현실을 앞서나가 '미래에 연연하는 것'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사이코패스의 문제는 그들이 뼛속까지 사악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지나치게 뛰어난 것이 문제인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성능이 뛰어난 슈퍼카와 같다. 다만 도로를 질주하기엔 너무 속도가 빠른게 흠이다.
처음에 이 책은 사이코패스에 대한 일반론을 이야기 한다. 그들은 공감할 줄 모르고 무감각하고 냉정하고 냉철하다. 반사회적인 성격을 보이기도 하고 폭력성과 가학성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점점 사회는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추구하고 있고, 인류의 진화도 어쩌면 사이코패스화되고 있다. 그리고 사회 고위층에 있는 많은 사이코패스들은 우리 사회가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잔혹하다기보다는 목표를 추구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비도덕적인 행위도 감수하는 것 뿐이다. 냉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상황판단이 잘 되고,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일반사람이 보기에 무모해 보이는 일에 자신을 던진다.
전 세계에서 가장 냉혹한 사기꾼이자 사이코패스로 인정받는 그렉 모란트는 공감 능력이 흘러넘치는 사내였다. 그가 그리도 뛰어난 사기꾼이었던 까닭도 모두 공감 능력 덕분이었다. 그는 상대방의 약점을 너무나도 냉정하게 포착한 뒤 그 약점을 물고 늘어져 자신의 뜻대로 조정하는 데 매우 능숙했다.
분석 대상 중에서 가장 공감 능력이 뛰어난 이들이 지능지수가 높고 가장 폭력성이 강한 사이코패스들로 밝혀진 것이다.....한마디로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반드시 공감 능력이 없는 건 아니다. 일부 사이코패스들은 우리와 똑같이 공감한다. 다만 공감을 느끼는 경험의 형태가 다를 뿐이다.
책에 후반부로 갈수록 사이코패스에 대해 놀랍고 새로웠다. 전에는 그들이 공감을 못해서 무자비하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공감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거기에 가학성 사이코패스들은 피해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그 고통을 쾌감으로 받아들인다니... 무서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미치광이 범죄자 사이코패스에서 천재들의 광기로 생각이 전환되었다. 왜 저자가 제목에 천재를 넣었는지 알 것 같다. 천재는 천하에 재수 없는 놈 또는 천하의 재앙의 줄임말이라는 유머가 있다. 이게 어쩌면 사이코패스들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냉정하게 이익과 목표를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의 희생은 신경쓰지 않는 그들은 어떤 면에서 보기에 참 재수가 없다. 그러나 한 편으로 그들이 반사회적 성향과 폭력성과 가학성, 살인의 쾌감을 알게 되면 천하의 재앙이 되는 것이다.
책의 중간에 나온 문구와 책의 마지막에 나온 시가 참 인상 깊다.
인생은 온전한 육신을 유지하고 안전하게 무덤으로 향하는 여정이 아니라 연료를 소진 할 때까지 질주하다가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아슬아슬하게 멈처선 후 이렇게 소리치는 것이어야 한다. "와! 정말 끝내주는 여행이었어!"
-헌터 S. 톰슨
간밤에 나는
나방에게 말을 걸었지
나방은 전구를 깨뜨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려 했고
그러다가 전기에 감전되곤 했지
너희들은 왜 이런 멍청한 짓을 하냐고 물어봤어
나방이라서 그런 거냐고
만약 이로 둘러까인 전구가 아니라
촛불이었다면 너희는
이미 재가 됐을 거라며
왜 머리를 안 쓰냐고 말했지
아니 머리는 쓴다고 나방이 답했어
다만 때로는 너무 많이 써서 피곤해지고
반복적인 일상이 너무 지루한 나머지
아름다움을
흥분을 원하게 된다고 말이야
아름다운 불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그게 무슨 대수야
잠시라도 행복할 수만 있다면
아름다움에 타죽는 것이
늘 지루하게 긴 시간을
살아가는 것보다 낫기에
우리는 우리 모든 삶을
조그만 덩어리로 뭉처셔
별동별처럼 날아가지
우리의 삶에 대한 태도는
쉽게 살다가 쉽게 가는 것
우리는 마치 인간과도 같아
지나치게 문명화되어
즐기는 걸 잊기 전의 인간들 같아
내가 그의 철학에 대해 가타부타
지적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나방은 힘차게 날아올라
라이터 불빛에 몸을 태웠네
나는 그의 말을 동의하지 않기에
나라면 행복은 절반으로 줄이되
수명은 두 배로 늘길 바라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소망하네
내게도 몸을 불태우는 나방처럼
간정히 원하는 뭔가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