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굿맨
A. J. 카진스키 지음, 허지은 옮김 / 모노클(Monocle)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지금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표지의 질문과 성경과 연관지어 36명의 굿맨이 모두 죽으면 세상이 멸망한다는 그 컨셉에 반해 보게 된 책이다. 그러나 책이 내 손에 들어왔을 때 나는 먼저 그 두께에 압도되고 말았다. 600쪽이 넘는 양에 처음에 이걸 언제 다 보나 하는 생각만 들었지만, 이틀만에 다 읽었다.

 

세계 각지에서 굿맨들이 죽기 시작하고, 그 시체 등 뒤에는 이상한 문신이 남아있다.

지금껏 34명의 굿맨이 죽고 단 2명만 남은 상황이다.

 

이 책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있다. 성경, 탈무드, 선과 악, 그리고 굿맨에 대한 것들, 유체이탈, 지구이동설...

수학적인 것과 과학적인 것이 종교와 사후세계와 연결되어 이야기가 흘러나간다.

가장 큰 것은 '굿맨'과 '사후세계'이다.

 

"옛말에 이런 게 있어요. 악마가 해낸 가장 기발한 발상은..." "....사람들에게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우리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믿는거예요."
"확신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에요.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 알려면 약간의 머리가 필요하죠."

 

형사 토마스와 닐슨, 그리고 천재 물리학자인 한나. 토마스는 이 국제적인 살인사건들의 연관성을 보고 인터폴과 각국의 경찰들과 정보를 얻다가 결국 짤리고 만다. 닐슨은 교섭전문가로 있지만, 여행불안증과 범죄자와 친구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 사건에 뛰어들게 되어 강제적인 휴가를 부여받는다. 한나는 천재로 태어나 노벨수상자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가 있었지만, 그 아이가 자신의 천재적인 두뇌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하자 정신적으로 약해진다. 이 세 주인공이 풀어가는 굿맨은 엄청나게 스릴이 넘치진 않아도, 뒤가 궁금해지는 매력이 있다.


"만일 당신을 찾는 존재가 사람이었다면 여기까지 따라오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사람이 아닌 그 무엇이었기 때문에 따라온 거예요."

 

사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나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사후세계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도 같고, 하늘 그러니까 신이란 존재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는 것도 같다. 굿맨에 대해서도 하고자 하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알기 어렵다.

굿맨...good man. 착한 사람..또는 좋은 사람이라는 뜻일텐데... 마지막의 두 굿맨은 뭔가 연결성이랄지 신빙성이 부족한 것 같다. 마지막 굿맨에 대해서 한나는 "그를 믿어 준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럼 한나는 안 믿었다는 것일까? 또 굿맨을 신이 죽인다는 것도 뭔가 석연치 않다.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킬 때의 성경 구절을 책에 인용해 놓았는데, 이 구절은 50명만 선한 사람이 있어도 멸망시키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신이 굿맨들을 죽인다? 왜 굿맨을 내리고 굿맨을 죽인단 말인가... 그리고 마지막 굿맨은 도망가는 과정에서 약국도 털고, 폭력도 행사하나 여전히 굿맨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으로 굿맨에서 해방되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것만이 나쁜 짓이라는 것일까? 또 그 행위는 억지로 한 것이지 본인이 죽이고 싶어 죽이는 것도 아니다. 이게 나쁜 짓일까? 이걸 보면 마치 신은 나쁜 짓을 하게 하는 존재인 것 같다.

 

마지막에 한나는 자신을 총으로 쏘는 행위가 하늘의 음성에 귀기울이는 것이며 사후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라 했다.

뭔가 부족함이 있다.

다 보고 '허걱! 이런 반전이!!!!'했지만... 뭔가의 아쉬움이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많은 소스들이 들어있고, 그 소스들을 하나로 믹스하기 위한 작가의 고민이 보이는 것 같아 흥미로운 소설이다.

12월 달에 연작이 나온다고 한다. 라스트 굿맨에서 해방된 닐슨이 다음엔 어떤 사건에 연루될지 궁금하다.

 

이 소설의 작가가 두 명이라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당연히 한 작가가 쓴 글인 줄 알았는 데 말이다. 둘임에도 독자로서 한 명이라고 믿게 만든 작가들의 필력이 놀랍다. 다음 작품도 기회가 된다면 보고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