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
앤 헬렌 피터슨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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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느새 삼십대줄에 접어들고, 점점 "요즘애들은...."이라는 말을 쓰게 되고, 내 주위 지인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간혹 듣는다. 로마시대때부터 요즘애들은... 이라는 말을 했다고 하니 그리 짧은 역사는 아니다.

이 책을 보게 된 것은 이 책의 제목에 끌려서도 있지만, 소개글의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라는 말이 가슴을 후벼파서도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요즘 애들은 밀레니엄세대라 불리는 이들을 통칭한 단어로, 1981년생부터 1996년생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현재 이십대 중반에서 40대에 막 들어간 이들까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제목은 요즘애들이지만, 나는 이 책에 다른 이름을 줄 수 있다면, 밀레니얼 세대의 번아웃으로 명명하고, 부제로 반드시 이렇게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로 하고 싶다.

이 책은 저자를 포함한 밀레니얼 세대들이 어떻게 번아웃에 빠지게되었는지를 말하고, 개인의 번아웃이 단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이며, 구조로 인한 문제임을 말한다.

교회부터 민주주의까지, 과거에 사람들을 지도하고 안정을 주었던 사회 제도 대부분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현실마저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와 우리 가족의 삶을 질서정연하게 유지하기가, 안정적인 재정 능력을 갖추기가, 미래를 대비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다. 까다롭다 못해 종종 서로 모순되는 기대들을 고수하도록 요청받기 때문에 한층 더 힘들다. 우리는 열심히 일해야 하지만, '워라밸'을 잘 잡고 있다는 분위기도 함께 풍겨야 한다.....숨 가쁘게 터져 나오는 뉴스들을 시시가가 알고 의견을 표해야 하지만, 뉴스에서 다루는 현실이 앞서 말한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라도 저해하게끔 놔두어선 안 된다. 우리는 사회적 지원이나 안정망을 거의 누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 일을 전부 해내려고 아등바등한다. 그래서 밀레니얼 세대는 번아웃 세대가 된다.-26-7

이 책을 쓰면서 나는 누군가의 번아웃을 치료하지는 못했다. 하물며 나 자신의 번아웃조차도 그렇다. 그러나 명확해진 사실 하나가 있다. 번아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번아웃은 사회적 문제다. -34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우리 자신을, 우리의 번아웃에 기여한 체제들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어휘와 틀을 창조하는 것이다. 대단한 성과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꼭 필요한 시작이자, 인정이자, 선언이다. 반드시 이렇게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34

이 책은 먼저 우리의 앞선 세대인 베이비부터세대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우리의 부모이자, 교사이자, 코치인 그들 말이다. 우리에게 '그렇게 하라'라고 가르쳤지만, 이상이 현실에 다다르지 못한 현실에 힘들어라는 밀레니얼에게 징징대지말라고 하는.(물론 작가님 표현이다.) 그들에게도 똑같이 여러 압박들이 있었고, 경멸을 받았고, 분노했던 세대였으나 작가는 그들의 공감능력 없음을 이야기한다. 맨발로 일어났던 세대와 잘 일궈진 밭에서 작물을 키워내고 성과를 내야 하는 세대. 나는 솔직히 어느 게 더 힘든지 모르겠지만, 둘다 힘들다는 건 안다.

부머세대로 시작한 이야기는 양육방식, 자라면서의 사회의 이러한 저러한 면으로 왜 밀레니얼들이 번아웃에 빠지는 지를 이야기한다. 나도 밀레니얼 세대의 일원으로 읽으면서 많은 공감이 되었다. 가장 공감이 되었던 것은 8장이었는데, 쉬면 죄스럽고 일하면 비참하고라는 주제로 쓰여진 장이었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고, 취미가 어느새 돈 벌이가 된. 쉬는 게, 어느새 자기계발의 시간이 되어버린 세대.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어느새 번아웃에 빠지진 않았는지 말이다. 쉬는 시간에 쉬는 게 죄스럽지는 않았는지, 뭔가 하지 않고 쉰다는 게 남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 같아 억지로라도 뭘 하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밀레니엄 번아웃의 마지막은 육아의 이야기로 끝난다. 출산과 육아. 많은 전문가들이 중요하다고, 아이를 낳고 양육하라고 하지만, 막상 엄두가 나지 않는 그것말이다.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주위에 결혼 안 한 친구가 (나를 포함해서) 손에 꼽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둔 친구부터 아직 돌도 안 지난 갓난쟁이 엄마까지, 다양한 육아의 스펙트럼을 가진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대단하다'였다. 일을 하면서 육아를 하는 친구도 있고, 육아만 하는 친구도 있지만, 둘 다 대단하다. 원래도 엄마는 대단했지만, 요즘의 엄마들은 만능이다. 인스타에서 보는 그런 모습들은 또 서로를 비교하면서 더 큰 번아웃의 길로 밀레니얼들을 이끈다.

실제 데이트 숫자가 줄어든 이유는 누군가의 주장처럼 사람들이 온라인 대화를 해석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실제 데이트가 일할 수 있는 시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온종일 컴퓨터를 들여다보는 긴 일과를 보내고 나면 반려동물과 개인적으로 교감하는 것 외에 다른 누군가와 교류할 에너지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섹스를 덜 하는 건 우리가 섹스를 덜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피곤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이를 늦게 낳거나 낳지 않기로 결정하는 건 우리가 아기보다 커리어를 훨씬 더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현재 사회에서 우리가 육아와 일을 둘 다 해낼 수 있을지, 그 과정에서 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을지 확인하려 악전고투 한다.-375-6

어쩌면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도 그럴지 모른다. 당신 자신의 인생에서 일어난 변화가 어떤 모습이든, 깨달음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렇게 살 필요는 없다. 이 말은 대단한 해방감을 준다. 세상은 원래 이렇다고 배웠지만, 사실은 이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 우리가 지금 현실에 순응하고 산다고 해서 그게 옳다는 뜻은 아니다. 이것이 진실이며, 사람들이 그 진실을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고 해서 그 진실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우리는 일에서 성공하는 것과 개인으로서 잘 사는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 몸이 이제 쉬어야 한다고 가능한 한 모든 방법으로 알려줄 때, 몸이 시키는 대로 쉬면서 좋아지는 기분을 느껴야 한다. 육아는 경쟁이어선 안 된다. 여가는 이렇게 부족하지 않아야 한다. 가사노동은 이만큼이나 불평등해선 안 된다. 그 근처에라도 가선 안 된다. 우리는 모든 것에 대해 이렇게 걱정하고, 겁먹고, 불안해하지 않아야 한다.-380

그러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것이다. 우리는 힘을 합하여 지금 이 상태에 저항할 수 있다. 우리는 폭넓은 사회적 실패에 대해 스스로를 탓하지 않겠다고 결정할 수 있다.-383

작가는 번아웃이 탈진과 관련이 있긴하지만 실질적으로 다른 범주에 속하며, 탈진은 더 나아갈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르는 것이지만, 번아웃은 며칠 동안, 몇 주 동안, 또는 몇 년 동안 더 나아가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걸 의미한다고 썼다. 또한 번아웃이 단순한 일시적인 병증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상태라고 말한다.

작가가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이것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노력하고 노력한 자여. 너의 그 번아웃은 네가 못나거나 모자라거나 모나서가 아니다. 이것은 사회적 문제이고 구조적 문제이니, 너를 탓함에서 벗어나 너와 같은 실패를 겪는 너의 세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투표해라! 인 것 같다.



머릿말은 심지어 잿더미에 불을 지르시오이다. 다 타버렸다고 생각하겠지만, 불을 질러라. 잿더미도 탈 수 있다. 오히려 재이기 때문에 잃을 게 별로 없기때문에 태울 수 있다!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이 요즘애들, 요즘 세대의 이야기만인 줄 알았다. 요즘에들이라는 제목이 주는 부정적 뉘앙스로 책을 열었다. 90년대생이 온다 같은 그런 이야기인가 싶었다. 그러나 요즘애들이건 아니건, 밀레니얼이건, 부머건 상관없이, 이 책은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다 타버려서 번아웃이 온 사람들이건, 번아웃으로 달려가고 있는 사람들이건, 번아웃에 공감을 못하는 사람들이건 말이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고, 우리 세대에 대해, 시대에 대해, 사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90년대 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님이 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놀라운 책이었다. 책이 찢어질 정도로 밑줄을 그으면서 다시 볼 생각이다."라고 평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도 지금 책을 덮고 서평을 쓰고 있지만, 다시 한 번, 아니 여러번 봐야겠다. 책이 찢어질 정도로 볼지는 모르겠지만, 주변인들과 함께 다시 읽으며 이야기해볼 만한 내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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