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스타그램
이갑수 지음 / 시월이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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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훈인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대를 이어 사람을 죽이는 집안이 있다. #킬러스타그램은 마치 인스타하듯이 제목뿐 아니라 소챕터들도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내용도 챕터마다 양이 대중없고, 내용도 약간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헤겔로 시작해서 헤겔로 끝난다. 책을 일으면서 자주 들어왔던 헤겔이란 사람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첫 장에서"합기도 입문"이라는 책과 함께 헤겔이 나오는데, 나는 처음에 이 헤겔이 과연 그 독일의 철학자 헤겔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 헤겔이 정말 합기도 입문이라는 글을 쓴 걸까? 쨌든 헤겔과 변증법과 합기도 입문은 이 소설의 매우 큰 흐름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나는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모순'이 아닐까 싶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살인을 하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을 죽인다. 불가능한 걸 알지만, 불가능한 걸 알아도 계속 도전하고, 살인을 한다.

모든 사물은 그 자체로 모순된 거야. 홍이 말했다. 그 말은 헤겔의 뇌리에 인상 깊게 남았다.-9

우리는 신라 시대 때부터 대대로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일을 한다.-13

-십계명을 지킬 수 있는 세상을 만들려고 죽이는 거니까 괜찮아.-31

킬러는 표적이 없으면, 가상의 표적이라도 만들어서 죽여야 한다. 그래야 이 세계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다.-176

더이상 살인이 없는 세상을 위해 살인을 한다니, 얼마나 모순적인지. 이 책은 이러한 인간사의 모순을 이 킬러집안을 통해 때로는 풍자적으로, 때로는 모순적으로, 때로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푼다.

독전문가인 할아버지와 폭발물 전문가인 할머니, 의사이사 총살전문인 누나와, 검사이자 사고전문가인 형, 자살전문가인 아빠. 근접살인전문인 삼촌, 그리고 의뢰를 받고 모든 걸 총괄하는 엄마. 그 가운데서 근육도 체력도 없는 주인공은 대를 이은 킬러집안에 막내도 킬러로 키우고자 하는 부모님 아래서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아 집안을 나온 삼촌을 대신해서 킬러가 되기위해 노력한다.

원하지 않아도 사람을 죽인다. 삼촌이 하지 않으면 내가 해야 하고, 내가 하지 않으면 또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한다. 킬러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다.-26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이다. 킬러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 이 집안 사람들은 많은 것을 노력했다. 더 나은 세상을 나라를 세우는 것을 돕고, 종교를 전파하고, 교육기관을 만들고, 강력한 법률을 제정하고, 은광을 채굴하고, 농사 기술을 발전시켰지만, 결국 사람은 사람을 죽이며,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얼마나 모순적이고도 슬픈 결론인지.

가족들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나오고, 그들의 개개인의 사연을 보면서 이야기는 외국의 반란군에도 갔다가, 아이를 납치하는 사람들에게도 갔다가, 외계인에게도 갔다가, 동네에 있는 할아버지에게도 간다. 특별해 보이는 사연들도, 근처에 쉽게 있는 사연들도, 그리고 주인공 집안의 이야기까지 흐름에 따라 이야기는 술술 잘 읽혔다.

모순으로 시작해서 모순이 가득한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이들을 위하여. 오늘도 파이팅이다.

P.S. 이 책의 마지막에는 작가의 말을 대신한 소설 적성 검사가 있었다. 쉬운 것도 있었고, 어려운 것도 있었고, 이해가 아예 안 되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도 재미삼아 한 번 풀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그 결과까지도. 적성 검사 결과는 이 검사를 받으실 분들을 위해 비밀로 남겨 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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