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토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6
규영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먼저 띠지의 천만관객의 부산행 제작사가 드라마 제작결정을 했다는 것과, 한국형 판타지라는 것에 호기심으로 이 책을 열었다.

처음 표지와 제목을 보고는 이게 뭐지 싶었다. 무슨 내용일지 가늠도 안 되고, 인사이드아웃의 코끼리가 생각나는 표지였다. 토끼랑 돼지랑 기타랑...무지개를 뿜는 비행기? 이게 무슨 조합인가... 산몽가, 꿈을 파는 내용이라고 들었는데, 표지에서는 전혀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다.





책의 처음에는 간단한 등장 인물 소개와 꿈의 종류, 평창동 꿈집의 배치도 등이 소개되어 있었다. 특히 예지몽의 종류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길몽, 흉몽 정도야 알고 있었지만, 경몽, 조몽같은 단어는 조금 생소했다.

맞다. 이것은 떡집 딸이었다가 하루아침에 꿈집에 스카우트 된 송달샘, 즉 산몽가 옥토의 이야기다. 하지만 기대는 마시길. 천성이 어디 가겠는가. 꿈집에서 기꺼이 모셔간 인재임에도 얕잡혀서 이리저리 치이기만 하는데.

고로 이 책은 치여본 무명의 님들에게 바친다. 밤마다 몸은 침대에 뉘어도 마음은 둘 곳이 없어 쉬이 잠들기 어려운 이들에게.-12

서문의 내용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20세기 초의 한 사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떡에 꿈을 얹어 팔았던 사내는 욱하는 말해서는 안 될 꿈의 비밀을 이야기했고, 친구였던 자에게 대를 잇는 저주를 받는다. 대를 이어온 저주와 그 집안과 얽힌 이야기들이 산몽가들의 이야기와 꿈이야기와 잘 어울어져 이 책을 왜 한국형 판타지라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

이 책을 읽으며, 꿈을 소재로 한 다른 소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이 많이 생각이 났다. 같은 소재로 소설을 썼는데, 어쩜 이렇게 다른 느낌일수 있는걸까. 달러구트를 읽으면서는 해리포터가 생각났었다. 뭔가 모를 외국의 느낌이랄까. 중간중간 나오는 한국인들의 사연에 아 이거 한국소설이구나 깨달았을 정도였다. 반면 '옥토'는 꿈에 대한 생각부터 한국식인 느낌이었다. '산몽가'라는 소재하며, 저주와 한이 얽힌 묵직한 이야기는 비슷한 소재로 다른 재미를 주었다.

두 소설 다 큰 소재는 꿈이고 꿈을 파는 이야기인데, 파는 방식에 대해서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달러구트가 좀 더 가볍고 상쾌한 이야기라면, 옥토는 보다 무겁고 묵직한 느낌이랄까. 음, 잘 표현이 안 되지만, 달러구트가 무지개 레인 샤베트라면, 옥토는 딥 다크 초콜릿 같은 느낌이랄까. 뭐 중요한 건 둘 다 재밌다는 것이다.

"오늘 이 풍경에서 무엇 하나만 달라져도, 이 순간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수 있어. 사람이 미래만 꿈꾸는 게 아니더라. 과거도 꿈이 될 수 있더라. 시간을 거스를 수 없어 결코 이룰 수 없고, 그래야 더 간절한 꿈이지. 너나 나나 앞으로 좋은 날이야 눈송이처럼 많겠지만, 그래도 오늘이 가장 간절한 꿈이 될 수도 있어."-148

인생은 결코 뜻대로 풀리지 않지만, 뜻밖의 선물도 후하게 준다는 사실을 달샘은 자꾸만 간과했다.-151

"말과 춤은 비슷한 것 같아서요. 자유로이 움직이되 남을 쳐선 안 되겠죠. 춤하고 폭력은 다르니까요. 말도 자유로이 하되, 다른 사람을 안 치면 좋을 것 같은데요."-202

​"그러니 예지몽은 네게서 비롯되는 게 아니다. 꿈은 꾸는 것, 즉 빌리는 것. 미래에서 빌린 꿈을 저번처럼 멋대로 고쳐 써선 안 된다."-209

달러구트를 읽으면서도 꿈 뿐 아니라 세상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옥토를 읽으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말'에 대한 것이었다. 말로 인한 비극으로 시작한 이야기라서 그런걸까. 고은 말과 마음이 얼마나 다른 결말을 맺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네에는 숙명론 같은 것이 있다. 이미 정해진 운명 같은 것. 이 소설에도 비슷한 것이 깔려있지만, 그 가운데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방향으로 발버둥치려는 인간사를 볼 수 있었다. 오해와 욕심같은 부정적인 것들을 이기는 것은 결국 인간의 선한 마음이 아닌가 싶다.

짧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술술 읽혔다. 한국형 판타지의 미래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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