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코가 석 자입니다만
지안 지음 / 처음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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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인지 문어인지 모를 것을 머리에 쓴 약간은 우울해 보이는 여자가 멍을 때리고 있다. 거기에 제목이 "제 코가 석 자입니다만" 거기에 "아아, 오늘도 내일도 내가 제일 걱정입니다.", "남 신경 쓸 시간에 나 좀 챙기자고요-"라니..... 내가 어찌 이 책을 안 고를 수 있을까. 표지에 극공감했기에 이 책을 고르게 되었고, 책을 펼치게 되었다. 나도 내가 제일 걱정인 사람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시작은

20년 넘게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대략 두 부류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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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시작된다. 이런 흥미진진한 지은이의 말이라니. 나는 시작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남들은 내가 걱정이 없다고 하지만, 세상에 걱정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내가 내용 중에 가장 공감했던 내용이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요즘 들어 괜찮다는 대답을 많이 들었다. "야근할 만해요?", "일 배우기 어때요?", "잘 지내지?", "이렇게 해줄까?" 상대와 질문은 다 달랐는데 대답은 같았다. 놀랄 일이다. 저 질문들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다 다른데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고, 잘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러니 내가 제일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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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괜찮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나도 많이 하긴하지만, 이 말에 극공했다. 괜찮다는 말들을 들을 때면 나만 안 괜찮나 싶기도 하다. 근데 한편으로는 나도 괜찮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곤 하니까 남들도 그러지 않겠나 싶은 생각도 든다. 정말 괜찮아서 괜찮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뭔가 모순적이지만 현실인 것 같다.

삶, 직장, 연애, 취미, 여행 등 일상생활에서의 다양한 주제로 글은 쓰여졌다. 작가는 책, 영화, tv프로그램 등 많은 것들을 일상에 녹여내여 말하고 있었다. 후반부로 갈수록 나는 작가가 "나로서 행복해지기.", "지금 행복해지기."를 주제로 말한다고 느꼈다.

이 책의 가장 큰 주제는 '남 걱정할 시간에 나나 걱정하면서 남 눈치보지 말고 나의 어떠함을 찾아서 나아가라'인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는 가상의 소설가의 입을 빌어 말한 아래와 같은 구절이 나온다. "문장을 쓴다는 작업은, 우선 자기와 자기를 둘러싼 사물과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감성이 아니라 잣대다." 필요한 것은 나만의 잣대다. 남이 던져준 자로 세상을 재단해봐야 타인의 몸에 맞는 옷이 나올 뿐이다. 나에게 어울리는 것들을 고르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로 내 하루를 채우는 일, 그 하루가 조금씩 쌓여 더 오랜 일이 되는 일, 지금 내가 집중하는 일은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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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귀를 닫고 내 안을 돌아볼 시간이다. '파랑새는 내 집에 있었다.'는 교훈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나의 행복을 느끼고 측정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지금, 여기서 행복해지기.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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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기. 그것도 지금, 여기서 행복해지기. 참 달콤한 울림인 동시에 참 어려운 말인 것 같다. 지금 여기서 행복해지기란 얼마나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너무나 많을 때 단순하게 행복해지면서도 너무나 많을 때 쉽게 불행해지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었고, 버스는 오늘따라 빨리와서 눈 앞에서 지나가버렸고, 다음 버스까지 기다렸다 탔더니 신호마다 걸리고, 그렇게 출근했더니 아침부터 일은 왜이렇게 많은지. 삶은 정말 불평할 것 투성이인 것 같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오늘도 무사히 눈은 떠졌고, 하루가 시작되었고, 내 몸은 이상없이 움직이고 있고, 신호가 걸리긴했지만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고, 무사히 직장에 출근을 했고... 아침을 깨우는 모닝 커피 한 잔에 행복해질 수 있는 것도 삶인 것 같다.

지금, 여기서 행복해지기. 오늘도 나에 대한 걱정은 많고, 여전히 내 코가 석 자이긴하지만 남 신경 쓸 시간에 나나 좀 챙기면서 지금, 여기서 행복해져봐야 겠다.

일상의 이야기임에도 지루하지 않았고, 쉽게 잘 읽혀서 좋았다. 작가님의 말처럼 인생의 방향은 아무도 모르니, 언제 다음 책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책도 꼭 보고 싶어졌다. 작가님이 이 서평을 읽으실지 모르겠지만, 지금, 여기서 행복해지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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