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내 뼈 - 난생처음 들여다보는 내 몸의 사생활
황신언 지음, 진실희 옮김 / 유노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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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제목과 설명을 보고 나는 이 책이 건강에 대한 그저 그런 의학 에세이겠구나 했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것이 내 오판이었음을 깨달았다.

이 책은 제목대로 몸과 뼈에 관한 이야기이다. 의대생이었던, 인턴이었던, 레지던트, 치프였던 작가가 살면서 경험하고 느낀 몸과 뼈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더 편할 것 같다.



이 책은 얼굴로 시작해서 뼈로 끝나는데, 누군가의 첫인상이 되는 얼굴로 시작해서 머리카락, 눈, 귀, 코, 수염, 입술, 입, 치아, 목을 지나 유방, 심장, 폐, 배꼽, 대망, 위장, 췌장, 장, 충수같은 내장을 지나 어깨, 허리, 손목, 손, 무릎, 발, 발가락을 지나 자궁과 난소, 엉덩이, 포피, 항문, 피부 그리고 뼈로 끝난다.

의학과 관련된 에피소드들도 있으나 의학과는 하등 상관없는 일상의 에피소드들도 많다. 일상생활에서, 미용실에서, 기숙사 생활에서, 출퇴근 길에서... 대만 작가이기에 한국과는 좀 다른 문화나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읽고 이해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의사 지망생이었던 작가가 의사가 되면서 까지 본인의 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상상했는지 잘 살펴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머리카락과 폐, 손목이었다.


내 몸에서 가장 예민한 부위는 머리카락이다.-26

작가는 자신에게서 가장 예민한 부위가 머리카락이라고 했는데, 신경도 없는 머리카락이 어떻게 가장 예민한 부위가 될 수 있을까하고 읽었다. 미용실에 미용사에 얽힌 에피소드도 잘 읽혔다. 폐의 경우는 담배와 폐암에 관련한 내용이었는데 그 묘사가 흥미로웠다.

폐는 일처리를 둥글둥글하게 할 줄 아는 융통성을 지닌 기관이다. 나설 때와 물러날 때를 알며, 들숨과 날숨 사이에도 절도 있게 팽창하고 수축한다. 폐는 타고난 기질이 개방적이라, 사방의 기류가 드나들 수 있도록 수용하며 쇄국이나 봉건정책을 채택하지 않는다.-130

작가는 의인화해서 표현을 많이 했는데, 내 몸 각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손목의 경우는 자살시도에 관한 내용이 있었는데 역시 표현이 마음에 남았다.

아차이가 손목을 그은 사건 이후로, 나는 손목에도 마음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손목을 긋는 사람들은 거기에 슬픔과 상처가 새겨 핏방울이 흐르게 하고, 딱지가 앉아 떨어지게 하려는 것이다.-209

손목에도 마음이 있다니... 작가의 담담한 시선과 묘사 및 표현들이 책을 잘 읽히게 했을 뿐 아니라 내 몸 각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라는 인간으로 살면서 많은 때 '인격'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하지만, 내 '신체'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반성하게 되었다.

내 몸, 내 뼈. 나로 살아가면서 내 신체 각 기관들은 어떤 의미가 될까. 한 번도 생각 하지 못했던 내 머리카락, 대장, 위장, 충수, 관절 및 뼈들, '나'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하며 책을 읽었다.

내가 기대했던 건강서적은 아니었지만, '나'에 대해, 내 '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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