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서 떠나는 여정은 잔혹했고, 온 가족이 다 죽고 아들하고 둘이서 떠나는 여정은 잔인했다. 작가가 난민 중이 여자와 아이들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말했던 걸 소개글에서 읽었는데.... 보면 볼수록 숙연해지는 것이 있었다.
사랑에 빠질 뻔했던 남자가 자신의 가족을 다 죽이고, 경찰이고 같은 처지의 사람이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어딜가나 돈을 뜯어내거나 사람을 팔아먹거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그래도 제정신인 몇몇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
멕시코장벽을 세운다는 트럼프의 말이 나에겐 그저 뉴스 한 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생존을 막는 장벽이고, 가족을 막는 장벽이라는 것을 소설을 보면서 느끼게 되었다. 내가 읽은 이 조금은 두꺼운 책으로 '엘 노르테' 로 가는 여정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같은 여자로서 분노되는 부분이 있었고,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생존욕구를 동감했고, 또 한 인간으로서 인간이 얼마나 양면적인 존재인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세상에는 무조건 나쁜 인간이나 착한 인간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조금은 착하거나 조금은 나쁜 사람들이 주이다.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사람이 마약왕일수도 있고, 좋다고 느꼈던 기사가 한 사람을 자살로 몰고 갈 수도 있고, 위험하다고 느꼈지만 실은 선량한 사람일수도 있고 말이다. 물론 나쁘다고 생각했던 놈이 끝까지 나쁜 놈일 때도 있고 말이다.
보면서 인간에 대해, 삶에 대해, 그리고 총과 범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총기 금지국가라는 것에 감사하게 되었다. 어느날 우리동네에서 총기난사가 일어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고, 짭새라고 말은 하지만, 그래도 공권력이 살아있으며, 공공연연하게 도시에서 폭력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소설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물론 멕시코의 모든 도시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삶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