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핵심 스토리는 두께에 비해서 꽤나 간단하다. 우여곡절이 많은 재혼녀 리에 씨의 현남편이 죽었는데, 연락이 닿은 남편의 친족이 영정사진을 보고 자신의 형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름도 모를 남편은, 그 남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이런 스토리에 리에씨만큼이나 가족의 죽음을 겪은 리에의 아들 유토, 이름 모를 남자와의 딸인 하나, 그리고 이 스토리를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인 '차별' 이런 것들이 묘하게 버무려져 스토리를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차별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혼녀의 자식이 겪는 차별, 재일동포가 겪는 차별, 살인자의 아들이 겪는 차별...나는 소설을 읽으면서 혹시 작가가 재일동포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이 적나라하게 나왔다. 직업을 얻는데서 오는 차별, 결혼을 하는 데서 오는 차별, 사회에서 겪는 '조선인'에 대한 차별... 소설에서는 간동대학살에 대한 내용도 나오고, 혐한 시위에 대한 내용도 나왔는데, 아직도 일본 내에 이런 차별이 만연하다는 건 정말 어이없는 일인 것 같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죄를 전가하는 것만큼 어이없는 일이 어디 있을까... 한국인으로서 너무나 어이없고도 슬펐다.
누구나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한 번 쯤은 해 봤을 법하다. 차별까지 당했다면... 내가 만약 '내'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