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의 달
나기라 유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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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처음엔 호기심이 강했다. 납치를 당했던 소녀와 납치범이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난다? 납치범과 납치피해자라니... 어감만으로도 그리 긍정적인 관계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서 나의 상식의 많은 부분이 파괴되었다.


-나는 취향이 아닌가 보네. 아무 일 없이 며칠을 보낸 뒤 나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내가 란셀보다 카터블을 좋아하듯 로리콘에게도 취향이 있으리라. 그렇게 납득하고부터는 독서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책만 읽을 거라면 카페로 가주면 좋겠다. 아이와 달리 어른은 자기가 좋아하는 장소로 갈 수 있다. 나는 아이라서 네 자리는 여기다, 라고 정해진 곳밖에 갈 수가 없다. 아아, 어쩌면 저 남자도 갈 데가 없나.-28

나는 엄마에게 있어 살아남는 데 필요한 밥도 아니었고, 슬픔을 덜어줄 과자도 아니었다. 엄마가 그토록 싫어하는 '무거운 짐'이었다. 엄마는 무거운 짐을 듣지 않았다. 엄마는 참지 않는 사람이었다. -65


자유로운 분위기의 집안에서 자란 소녀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엄마에게 방치되고 결국 버려져 이모네에서 살게 되지만, 그 일반적인 삶이 평탄치 않다. 어려서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자라 모든 것이 다 힘들었던 청년. 소녀는 그를 로리콘이라 생각했고, 청년을 소녀를 보며 일탈을 배웠다. 그 둘의 일탈은 소녀를 피해자로 청년을 범죄자로 만들었고,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만나게 된다.


책 소개를 읽고, 책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범죄를 미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범죄에 뒷이야기가 있는 경우도 분명 있겠구나. 나에게는 그저 뉴스 한 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짐이고 이야깃거리가 될 수도 있겠구나 반성하게되었다.


읽으면서 뻔한 이야기로 전개될 거라 생각했지만 반전은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반전은 아니고, 결말은 예상한 대로 흘러갔지만. 나는 뒤통수를 맞은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배운 것 같다. 이 책은 언뜻 로리콘과 스톡홀롬증후군을 다루고, 범죄를 미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이 실은 그렇지 않듯, 책을 덮은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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