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숲과 별이 만날 때라는 책을 첫인상은 뭔가 나무가 우거진 곳에 은하수가 쏟아지는 하늘이, 뭔가 신비한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존 작가 1위, 아마존 베셀이라는 이 소설은 생각보다 잘 읽혔고, 재밌었다.

이 소설은 한 아이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그 아이는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일지도 모른다. 파리한 얼굴, 헐렁한 후드 티와 바지를 입은 모습이 노을 진 숲으로 희미하게 번져갔다. 발은 맨발이었다.(...)조는 시동을 끄면서도 아이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쳐다보지 않으면 요정 왕국으로 되돌아갈지도 모르니까. -8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같은 느낌을 준 얼사는 갑자기 숲속에서 작은곰이라는 개를 데리고 나타나서 본인은 외계인이고, 5가지 기적을 보기 위해 지구에 온 것이라고 말한다. 이 아이는 소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에서 궁금증을 일으킨다. 아이의 정체는 무엇이며, 왜 숲속에 갑자기 나타났는가. 진짜 외계인일까? 나는 얼사를 보면서 어린왕자가 계속 생각났다. 물론 어린왕자는 사막에서, 얼사는 숲에서 나타났지만. 그 존재의 생뚱맞음과 그 창의력과... 기적을 말하는 것이나, 육체의 죽음이 별로 돌아가는 것을 암시하는 것 등등 많은 것이 연상되었다. 얼사의 정체에 대해서는 책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물음표로 남겨두겠다.

여주인공인 조는 얼마전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셨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유방암초기라는 것을 알게 되어 가슴을 도려낸, 부모님을 잃은 상처와 자신의 병에 대한 피로가 아직 남아있는 조류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이다. 조는 둥지를 연구하는데, 연구를 위해 키니 교수의 집에 머물다가 얼사와 엮이게 되고, 근처 사는 게이브와 얽히게 된다.

이 소설에서 얼사는 자신이 5가지 기적을 보기 위해 지구에 왔다고 말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 중 하나가 얼사의 기적 찾기 였다. 첫 번째 기적은 둥지 찾기 중 봤던 아기새였고, 두 번째는 게이브 오두막에 새끼 고양이였고, 세 번째는 조의 룸메였던 태비를 만난 것이었다.

얼사가 양손에 각각 흰색과 회색 고양이를 올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줄리엣이랑 햄릿이 등장하는 희곡을 쓸거야."

"주익공이 고양이야, 사람이야?"

그가 물었다.

"사람. 줄리엣과 햄릿한테 나쁜 일들이 생기기 전에, 마법의 숲에서 만나게 할 거야. 그러면서 운명이 바뀌는 거지. 희극이고 마지막에 누구나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이야." -185

 

얼사가 하는 이야기 중 흥미로웠던 것 또 하나는 쿼그에 대한 것이었다. 얼사는 자신이 설명할 수는 없지만, 주변인들에게 쿼그로 행운을 준다고 했다. 그런 소소한 설정들이 이 소설이 더 재밌게 만들었다.

오히려 나는 이 두 남녀가 서로의 상처를 보담듬기 시작했을 때, 이 소설도 여타 다른 소설처럼 로맨스가 되는 건가 생각했다. 가슴 절제 후 여성으로서 자신감을 잃은 조와 어려서 엄마의 바람을 보게 되고 마음의 문을 닫은 게이브. 둘은 꽤 잘 어울리는 커플이 될 것 같다. 거기에 자기가 우주인이라고 하는 똑똑한 아이와 셰익스피어 비극의 이름을 가진 고양이들까지.

숲과 별이 만날 때, 그 곳에서 이루어진 만남이 이들을 어디로 이끌고 갈 지 궁금해지는 그런 소설이다. 책은 금방 읽혔고, 얼사는 아직까지 신비하고, 인생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힐링과 위로가 필요할 때, 상처와 아픔으로 누군가를 만날 자신이 없을 때 좋은 책 같다. 오늘 밤, 숲과 별이 만남 때, 모두 힐링하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