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잘못이 없다 - 어느 술고래 작가의 술(酒)기로운 금주 생활
마치다 고 지음, 이은정 옮김 / 팩토리나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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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부터 뭔가 신박한 느낌이었다. 술은 죄가 없다니. 이건 술을 권하는 건가 술마시는 사람을 욕하는 건가 알 수 없는 제목이다. 일본 작가가 쓴 책이라는데 읽어 보니 과연 소설가의 느낌이 오는 글이었다.

내용은 애주가였던 작가가 어느 날 갑자기 금주를 결심하고, 금주를 해오면서, 금주의 이유를 고심하고, 결론은 금주의 이득을 말하는 그런 책이다.

30여 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술을 마시며 살아 왔다. 그 때문에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인생에 대체로 만족하며 이대로 계속 마시고 뭐, 이제 한 20년 정도 있으면 죽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16

그러면 이쯤에서 다시 묻는다. 왜 나는 술을 끊으려고 생각했을까. 이제부터 그 이유를 찾아보려고 한다. -21

 

과연 소설가의 글이라고 느껴졌던 대목이 몇몇 있는데, 금주의 이유를 찾는 부분 중에서 내 생각에 대해 쓴 부분이다. 생각이 금주를 결심해서하고 했는데, 그 생각을 교각에서 떨어트려 죽여버렸기 때문에 왜 금주를 했는지 알 수가 없어져서 작가는 금주의 이유를 이리저리 생각하게 된다.

건강이상이라는 이유도, 미쳤서 그렇다는 이유도, 인생의 부채를 만든다는 이유도, 금주모임으로도, 금주약으로도, 금주 선언으로도, 인간 개조로도, 인식 개조로도, 바보라는 이유로도. 작가는 갑자기 금주를 선언하고 술을 마시고 픈 계속 되는 욕망을 참는 이유를 계속해서 찾는다. 결론은 그 모든 것이 이유인듯 하다. 마치 이렇게 까지 말했는데도 계속 마실 녀석들은 마시겠지... 이런 느낌이랄까. 혹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계속 마실거냐? 이런 느낌?

 

                     

내가 술을 끊었다고 분명하게 말한 것은 금주 1주년이 지나고 나서다. 한 가지 말해 두고 싶다. 그렇게 했다고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아진 건 아니다. 이 점을 덧붙여 둔다.-238

그래, 뚱뚱한 것보다는 마른 편을 선호하는 세상이니 "좀 살이 빠진 것 같은데?"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 좋다. 살이 빠진 원인? 딱히 특별한 걸 한 기억이 없으니까 아마도, 틀림없이, 금주, 단주의 효능일 것이다.-250

술을 끊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으로 1. 다이어트 2. 수면의 질 향상 3. 경제적 이익이 있다. 그리고 추가로 4. 뇌가 좋아지는 느낌을 더한다. 이로써 업무가 순조롭게 잘 풀리는 효과까지 얻을 수있다. 아, 한 마디 더 말해 둘 것이 있다. 이 효과는 범재가 천재로 탕바꿈한다는 뜻이 아니라, 원래 그 사람리 가지고 있던 뇌의 성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273

많은 이유를 말하고 작가는 금주의 좋은 점들을 말한다. 인생의 진정한 기쁨을 알게되고, 수면의 질이 올라가고, 경제적으로 이익이 생기며, 다이어트가 저절로 되고, 자신감을 갖게되며, 뇌까지 좋아진다. 물론 그게 멍청했던 게 똑똑해진다는 뜻은 아니며, 단지 본래 뇌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기본적으로 소설가의 글이라서 그런지 아주 잘 읽히고 재밌었다. 글에서 가끔은 정치로, 역사로, 인물같은 샛길로 빠지긴 했지만, 금새 돌아와서 금주해야 하는 이유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가고 술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제목이 술은 죄가 없다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아니 나도 어느 날부터 작가처럼 금주를 하게 되었다. 누가 권하지도, 시키지도 않았지만, 나도 작가처럼 금주를 하게 되었다. 아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냥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봤지만, 책을 덮고 나서는 나도 내 금주의 이유를 궁금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나서 평해보자면, 이 책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봐도 재밌다. 일단 문체가 재밌고, 작가의 생각이 재밌다. 그리고 금주가가 자신의 금주의 이유를 돌아보는 데 좋다. 술을 마셨다 금주하게 된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도 재밌으리라. 그리고 술을 마신다면, 이 책을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애주가가 이 책을 읽는다고 금주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인생과 술에 대해서, 그리고 애주가가 왜 술을 끊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탐구해 볼 수 있으리라. 또 이것이 한 잔의 안주가 되면 그것도 멋있는 일이지 않겠는가(이렇게 꼬셔서 이 책을 읽고 금주하게 되면 초고 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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