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장 높은 곳의 정원 라임 청소년 문학 44
버지니아 아론슨 지음, 김지애 옮김 / 라임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 가장 높은 곳의 정원은 지금은 건강한 음식과 지속 가능한 농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또 교육을 하는 비영리 기업인 ‘식품 영양 자원 재단’의 이사로 일하고 있는 버지니아 아론슨이라는 작가의 소설이다.



3D 미트로프 안에 고기가 들어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어쩌면 갖가지 화학 물질로 맛을 낸 소야콘으로 만든 고기일지도 몰랐다. 감자도 별반 다르지 않을 터였다. 이건 진짜 음식이 아니었다.

p.60

이 소설의 배경은 2066년인데, 그때의 인류의 대다수가 기후난민으로, 현재는 약 5만명 가량이 사는 그린란드같은 극지가 오히려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변해 초고층의 거주지에서 살아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며, 길거리에는 노숙자들이 가득하다. 살아있는 식물이나 곤충은 보기도 어렵고, '진짜 음식'을 먹는 것도 부유층이나 가능하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중성의 아이가 태어나 자신의 성별을 정한다.

슬픈 것은 자신의 성을 자신이 정하는 그 시대에도 여전히 남녀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주인공인 조니는 여성이 되려하지만, 취업에 있어 남자가 유리하고, 여성의 경우 집에서 가정을 돌보는 일이 많아 고민하면서 엄마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슬펐다. 남녀차별은 외국도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샤메드는 '부끄럽다'는 뜻이야. 세상은 이주민인 우리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우리는 무지의 상징이야. 재난이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모른 척 했으니까. 그래서 이주민 지역을 보면 부끄러워서 잽싸게 외면해 버리는 거야."

p.76

조니가 살고 있는 마을의 이름은 '샤메드'이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요즘 전세계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가뭄이 극화되어 산불이 심화되는 곳도 있고, 우리나라만 해도 전례없는 폭우가 쏟아졌다. 전에 겪어 보지 못한 스콜(열대성 폭우)같은 비에 인명피해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피해를 입었다.

기후의 문제는 현실이 되었고, 식량에 대한 문제와 기후난민의 문제도 우리의 코 앞에 다가와있다. 코로나에 이어 이런 자연재난까지 정말 '당연한 것들이 당연했던 때'가 얼마나 좋았는지 요즘 새삼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무얼로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3d프린터 음식을 안 먹고, 기후난민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작은, 또는 큰 노력들이 필요하다. 나는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것이 된다는 말을 신뢰한다. 이 소설의 현실이 우리의 현실이 되기까지 많은 날이 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조니를 보면서 그레타 툰베리가 많이 생각났다. 아이들이 가끔은 어른보다 나을 때가 있다. 조니의 경우도, 툰베리의 경우도 그렇다. 세상에 적응하고 안주해버리는 어른들보다 때로는 깨인 생각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 같다.

한 작은 아이가 품었던 꿈은 레드 할아버지의 조력과 친구 쌍둥이의 도움으로 현실이 되었다. 늦었다고 느껴질 수 있는 우리의 환경도 이런 작은 꿈들과 각성들이 모여 변화를 늦추고 돌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