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사후세계의 논리, 도덕이 현재 우리의 논리와 도덕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아나톨은 원래 배우가 됐어야 했지만 현실에 안주함으로 판사가 되었다는 것에서 현실에 안주함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이야기한다. 한 가지 이 소설에서 불편했던 점은 베르트랑이(아무리 바람둥이라지만) 아나톨의 부인의 외모에 대해 비하하는 말을 한 것이었다. 도덕과 논리가 다르다면 원래 주관적인 미에 대한 기준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에 대한 작가의 편견을 만난 것 같아 좀 아쉬웠다.
심판이라는 책은 사후세계를 그린 희곡이다. 이 소설에 대한 설명글을 읽었을 때부터 '신과 함께'라는 작품이 생각났다. 똑같이 심판을 받고, 심판관이 있으며, 이 심판 받는 사람을 기소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가 있고, 변호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 외에는 많은 것이 달랐다. 일단 신과 함께에서는 심판을 다 통과 했을 때 환생이 가능했는데, 심판에서는 심판을 통과하면 그 세계에 남고 형벌로서 환생을 한다. 그 외에도 차이점이 좀 있었는데, 어떤 어떤 점이 달랐는지는 읽으신 분들을 위해서 쓰지 않겠다.
책은 술술 읽혔다. 내 인생에 대한, 그리고 내 인생의 많은 선택들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