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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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작가를 참 좋아한다. 소설도 좋아하고, 백과사전식 책도 좋아하고, 만화도 좋아하고, 희곡도 재밌게 보았다. 이 책은 국내 출판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작가의 두 번째 희곡이다. 첫 작품은 '인간'이라는 책으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도 재밌게 읽었다.

이 심판이라는 책을 간략하게 이야기 해보자면, 폐암에 걸려 죽은 아나톨이 심판을 받는 내용이다. 이 글에는 총 4명이 등장하는데, 죽어서 심판을 받는 아나톨, 그의 수호천사이자 변호인인 카롤린, 카롤린의 생전 남편이자 검사역활을 하는 베르트랑, 그리고 심판관인 가브리엘. 그 외에 아나톨의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나오긴 하지만 뭐 주된 등장인물은 4명이다.

병원에서야 그럴 수 있지. 여기선 안 돼. 기적이 절대 통하지 않는 유일한 곳이 여기야. 다른 멍청이들한테 그랬듯 그에게 무-관용 원친에 따라 형이 선고될 거야. 태어나는 형벌을 받겠지. 무-조건.

p.38

아나톨은 처음에는 자신이 죽었다는 인지를 하지 못하고, 치료가 잘 된 줄 알고 즐거워한다. 카롤린과 베르트랑은 생전에 부부였으나 베르트랑의 바람 등등의 이유로 이혼하고 사후에 다시 만났다.

사후세계에서는 생전의 아나톨의 한 행적에 따라 심판이 이루어지고 이 심판의 결과 천국에 남는 것과 환생하는 것이 결정된다.

있잖아요, 피숑씨, 충만한 삶의 끝자락에는 반드시 운명의 순간이 와요. 그때 무대에서 퇴장할 줄 알아야 해요.

p.71

이 글은 희곡이기에 각 등장인물의 대화와 지시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카롤린은 수호천상이라 사후법정의 변호인인데, 변호를 하다보니 오히려 아나톨을 저평가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베르트랑과 카롤린이 생전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비난하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사후세계의 논리, 도덕이 현재 우리의 논리와 도덕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아나톨은 원래 배우가 됐어야 했지만 현실에 안주함으로 판사가 되었다는 것에서 현실에 안주함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이야기한다. 한 가지 이 소설에서 불편했던 점은 베르트랑이(아무리 바람둥이라지만) 아나톨의 부인의 외모에 대해 비하하는 말을 한 것이었다. 도덕과 논리가 다르다면 원래 주관적인 미에 대한 기준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에 대한 작가의 편견을 만난 것 같아 좀 아쉬웠다.

심판이라는 책은 사후세계를 그린 희곡이다. 이 소설에 대한 설명글을 읽었을 때부터 '신과 함께'라는 작품이 생각났다. 똑같이 심판을 받고, 심판관이 있으며, 이 심판 받는 사람을 기소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가 있고, 변호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 외에는 많은 것이 달랐다. 일단 신과 함께에서는 심판을 다 통과 했을 때 환생이 가능했는데, 심판에서는 심판을 통과하면 그 세계에 남고 형벌로서 환생을 한다. 그 외에도 차이점이 좀 있었는데, 어떤 어떤 점이 달랐는지는 읽으신 분들을 위해서 쓰지 않겠다.

책은 술술 읽혔다. 내 인생에 대한, 그리고 내 인생의 많은 선택들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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