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 탐정 마환 - 평생도의 비밀
양수련 지음 / 몽실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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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의 첫 인상은 책이 참 예쁘다는 것이었다. 빨간 배경에 목련인지 무엇인지 모를 무늬가 새겨져 있고, 돌잡이 상 같은, 그런 상이 가운데 놓여있고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원앙오리 같은 것도 그려져 있다. 처음엔 이 표지가 그냥 예쁘다고 느껴졌지만,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자식의 꿈을 응원하는 아비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 책의 두번째 인상은 제목이었다. 탐정이면 탐정이지 왜 바리스타 탐정일까. 전작인커피유령과 바리스타 탐정을 읽지 않았지만 소설은 무리없이 술술 잘 읽혔다. 다만, 전작을 읽었다면, 환과 할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리스타 탐정의 커피점 이름은 '할의 커피맛'이다. 이 소설의 주된 공간이 할의 커피맛이고, 이 커피점의 메뉴를 보면 추리소설을 참 좋아하는구나를 알 수있었다. 소설에는 할과 커피에 얽힌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소설의 전체 내용과 촘촘히 연결되어 있었다.


이 소설은 주된 소재는 노비의 평생도이다.


"내가 갖고 싶은 평생도는 말이오. 조선 시대 노비였던 아비의 한과 염원이 깃든 것이오. 그 아비의 염원에 힘입어 부귀영화와 무병장수의 인생을 누리게 해줄 그림이란 말이오."

p.39


평생도는 조선시대 사대부가 일생을 통해 겪을 수 있는 부귀영화를 회화적으로 형상화한 그림으로 사람이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 출세하고 자식을 낳아 행복을 누리다가 덕을 쌓고 천명을 다하는 과정을 시간 순으로 그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사대부가 아닌, 노비의 평생도가 나온다. 정확히 말하자면 백정이었던 아버지가 화원의 노비가 되어 죽은 자식을 위해 그린 평생도이다.


할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털어놓지 못했다. 환이나 할 자신이나 다를 바 없는 상황임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아버지란 존재는 아들의 영원한 적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ㅡ82


이 소설에 여러 아버지들이 나오는데 내가 인상 깊었던 것은 주인공인 환의 아버지와 할의 아버지이다. 자식에게는 스승이자 보호자이지만, 때론벽이고 때론 적인. 그런 아버지의 애끓는 부정이 담겨있다. 처음에 12폭의 평생도를 찾는 의뢰를 받으면서 주변에 얽힌 사건들, 그리고 평생도의 비밀에 대해서 풀어가면서 살인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내용인데 자세한 것은 읽는 재미를 위해 남겨두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화기에 세상이 변하면서 변한 것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들을 보게 되어 좋았다. 또 일본에는 이런 류의 민속학 관련된 소설이나 만화 내용들이 많은데 한국에는 비교적 적어 아쉬웠는데 우리의 민화와 특히 평생도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좋았다. 작가가 많이 연구한 것이 보여 읽는 내내 몰입감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우리의 것을 소재로 삼은 소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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