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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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이 문장은 옳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보기 시작했다. 우리집 옹이도 내게 늘 온기와 사랑을 주는 존재기에.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과는 좀 다른 의미의 고양이들이, 사람이, 인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의 시작에서 사라는 정말 인생의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몸은 아프고, 회사도 내 맘대로 안 되고, 오래 사귄 남친은 2년 전부터 이미 바람을 피고 있었으며,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심지어 그 남친 명의의 집으로 남친과 헤어지면 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 집에 전화했더니 본가는 파산했고, 철없는 남동생과 추억을 찾는 아버지에게 본인의 상황을 어떻게 말할지, 본가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막막하다. 남친과 헤어지고 간신히 일어나서 찾은 집은 비가 새고, 옆집엔 작은 소음에도 미친듯이 항의하는 사이코 이웃이 산다.



그런 사라의 창가에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왔다. 표지에 있는 고양이의 모습이 눈에 익어 무슨 종인가 했는데, 아비시니안이다. 친구가 얼마 전 아비시니안을 입양했기에, 아니 이 책의 표현에 따르면 아비시니안이 그 친구를 입양해서 본 적이 있다. 아담하고 귀여운 고양이가 기지개를 피며 말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처음엔 이 고양이가 사라에게 다만 힐링이 되는 이야기를 하는 건가 했는데, 예상을 아주 벗어났다.



고양이 시빌은 때론 미스터리하게, 때론 냉철하게, 또 때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사라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라를 훈련시켰다. 산책을 시키고, 걷게 하고, 생각을 바꾸게 하고, 채식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금식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편견과 편협을 버리게 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 것을 가르쳤다.



많은 것에 사로잡혀 사는 인간보다 들쥐가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시빌은 사라에게는 절망에서, 우울에서 벗어나 다시 일어서는 것을 도왔다면 나에게는 '인간'이라는 종으로 얼마나 많은 편견과 얼마나 많은 제약에 둘러쌓여 사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때로는 본능에 가깝게 사는 게 더 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보다는 걸어보고, 미리 상대를 판단하기 보다 이유를 알아보고, 할 수 없음과 불편함보다 감사할 것을 더 생각해보라는 시빌의 충고는 내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행복은 소리 없이 곁에 다가온 느긋한 고양이 같은 것! 책의 뒷표지에 써 있는 문구이다. 행복은 소리 없이 곁에 다가온 느긋한 고양이 같다. 나는 뱅갈 고양이에게 입양당했는데, 이 녀석은 말은 하지 않지만, 내가 힘든 순간마다 그 체온으로, 그 존재로 나를 위로하곤 한다. 집사든 아니든 인생에 대해 고민이 될 때, 위로가 필요할 때, 읽어볼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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