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전쟁 (30만부 돌파 기념 특별 합본판)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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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소설의 처음은 독일에서 시작한다. 미국과 중국의 전쟁인데 왜 독일이 나오는 거고 아랍이 나오는 거고, 미국에서 파견한 사람이 심지어 한국인이라 역시 소설이구나 싶었다. 심지어 이 변호사인 '인철'은 변호사답지 않게 추리에도 능하고 얼굴도 잘 생겼는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여인과 썸씽도 생긴다.


이 책은 합본으로 나온 것이지만, 원래는 2권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1부와 2부로 책에서는 나눠놨다. 책을 읽으면서 1부는 조각 모으기이며, 2부는 조각을 조립하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했다. 소설은 잔잔한 것 같으면서도 다이내믹하고 조각들은 개별인 것 같으면서 연관되어 있었다.


독일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아랍을 거쳐 미국으로 넘어가고 러시아로 넘어갔다가 북한과 한국 그리고 중국 미국의 대립으로 넘어갔다. 이 소설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작가가 문재인, 김정은, 트럼프, 푸틴 등 실존하는 각각 인물들에 대해 많이 조사하고 쓴 것이 느껴졌다. 물론 작가의 생각이 들어가있는 것이 없진 않았지만, 실제 이 인물이었으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고민이 느껴지는 것 같아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소설에서 독자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기 위해서 인지 아니면 실제 정상들이 그렇게 많이 묻고 답하는지 모르겠지만, 소설에서 열심히 현 상황 또는 소설이 가정한 현실을 설명하려고 하는 점들이 많았다. 각 정상이 나오는 장면 장면 마다 3가지, 5가지 씩을 들어가며 설명을 해주는 것이 어느 면으로는 좋았지만 어느 면으로는 조금 지루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위의 것과 비슷한 내용이긴 한데, 중간 중간 작가의 의도가 너무 읽히게 글을 썼다는 점이다. 여주인공 중 한 명인 '이지'의 정책 제안에 대한 내용이었다. 작가는 틈틈히 많은 인물들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몇몇 부분에서 그것이 등장인물이 아니라 '작가의 발언' 같이 느껴져서 불편함이 느껴졌다.


독일에 수사를 하러 갔다가 강요된 자살을 깨닫고 그 내막을 파다가 여FBI랑 썸씽이 생겼는데, 그 여자가 흑막의 동생일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또 수사를 하다가 잘못돼서 위험에 처했는데 마침 근처에 있던 한국인에게 구해졌는데 그 은인이 내 이상형의 여인일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영화 같은 현실이군요. "

"사건을 다루다 보면 현실이 오히려 가장 드라마틱하다는 걸 알 수 있어요. "

P.155


소설은 재밌었다. 각각의 조각을 끼워맞추는 것도 좋았고, 어느 정도 현실 반영을 잘한 것도 몰입을 더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거장의 내 목소리를 들어랏!하고 외치는 그 느낌과 조각들을 모으러 다닐 때의 그 설렘이 너무 뻔한 결말로 귀결 되어 좀 아쉬움이 남았을 뿐이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2강대국 사이에 낀 한반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거기에 러시아도 있고, 유럽도 있고, 일본도 있고... 왜 우리나라를 가만히 두지 않는 걸까....


"중국은 중력이고 미국은 양자역학이야. 두 나라는 섞일 수 없고, 따라서 우리로서도 그 둘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어. 사드도 보게.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해주니 중국이 반발하고, 또다시 중국이 원하는 대로 약속해주니 그게 고스란히 미국의 불만이 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중국을 만족시켰다가 다음에는 미국이 좋아하는 걸 내놓는 식으로는 필연적으로 거짓말쟁이가 되고, 결국 두 나라 모두 우리에게 등을 돌리게 돼 있어."

"방법을 찾아야 해. 중력과 양자역학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통합이론 말이야. " 문제인은 이 낯선 단어를 가만히 발음해보았다. "Theory of everything이라...... 미국도 만족시키고, 중국도 만족시키고, 친미 국민들도 만족시키고, 친중 국민들도 만족시키는 이론. 음, 거기에 하나 더 있어. 북한도 만족시켜야지. "

P.227-8


제목은 미중전쟁이고, 본 대결은 북핵에 대한 내용인 것 같지만, 미, 중, 소, 남한, 북한, 러시아 등등의 여러 나라들과 얽혀 있는 내용이며 진보와 보수, 친미와 친중에 얽혀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문대통령과 이지, 인철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론을 찾았지만, 나는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다. 모두의 상황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설을 다 읽으면서 이 소설이 미국과 중국의 전쟁 그 한 가운데 한반도가 있으며 각자는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여 조금 더 자신에게 유리한 고지를 찾아가며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아이린이 좀 불쌍할 뿐이랄까...... 조국을 위하여라는 프레임 속에서 실제로는 누구보다 자신을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아이린이 이타적으로 느껴졌다. 실제로 희생된 것도 아이린 뿐. 작가에게 아이린은 어떤 등장인물이었을까? 이상하게 그런 것이 궁금해졌다.


여기에 더해 사드 보복으로 한중관계까지 뒤틀려 있지만 나는 정말 두려운 건 북핵도, 트럼프의 불가측성도, 중국의 경제 보복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우리가 분명한 시각이나 태도를 취하지 않고 그저 눈치만 본다는 사실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오직 하나. 이렇듯 물속에 몸을 숨긴 채 잠망경만 내놓고 눈치를 보다가는 우리가 설 자리를 스스로 잃어버리고 만다는 지극히 간단한 진리이다. 우리는 결연히 몸을 드러내고 대한민국의 원칙과 입장이 어떤 것인지 천명하고, 이 노선으로 국내의 보수도 진보도, 미국도 중국도 북한도 모두 이끌어가야 한다.

용기와 결단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난제는 없다.

P.6-9 (작가의 말)


보통 작가의 말이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있곤하는데 이 책은 맨 처음에 작가의 말이 나왔다. 책의 마지막에 이지와 인철이 찾은 유사한 해답에 가까우며 소설 속 문재인이 선택한 길. 우리는 잘 선택해서 잘 가고 있을까?


사드가 가고 북핵 위기가 가고 트럼프 탄핵도 결국 안 되고,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 진행되고 있다. 위기에서 일어나 K시리즈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는 요즘은 국뽕이 좀 올라오고 있지만, 미중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한국은 여전히 여러 강대국 사이에 낀 분단국가이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나라의 이권들이 개입해있으며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우리나라를 주무르려고 한다. 흐름을 읽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어느 때나 중요했다. 집에만 박혀있어야 하고, 누구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하기조차 어려운 요즘 이런 책 한 권으로 세상의 흐름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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