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체인
에이드리언 매킨티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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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체인은 책 소개를 봤을 때부터 기대가 됐던 소설이다. 이 소설 소개에서 “내 딸,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널 대신할 희생자를 찾았으니까.”라는 말이 써 있었는데, 이 글이 이 소설의 전체를 통과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2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1부는 목요일 오전부터 월요일 오후까지의 5일의 이야기이고 2부는 그 이후의 이야기이다. 고작 5일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개는 아주 긴박하고 흥미롭게 진행된다.

목요일 오전 7시 55분 한 소녀는 한 부부에게 납치를 당한다. 그리고 그 부부는 그 소녀의 엄마에게 연락하여 먼저 돈을 가상계좌로 보내고, 그 뒤 다른 아이를 납치해야 할 것을 명령한다.

"두 가지를 기억해라." 음성 변조를 한 듯한 목소리가 말한다. "첫째, 네가 처음도 아니고 분명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둘째, 명심해라, 이건 돈 때문이 아니라 체인 때문이라는 걸."

p.19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일상의 사람이, 평범하다고 믿었던 사람이 또는 본인이 어느 짓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성애를 이용해서 말이다.

어린 아이를 유괴해야 한다고?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미친 짓이다. 완전하고도 완벽반 광기라고밖에 할 수 없다. 어떱게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이 대체 왜 그녀를 골랐는지 레이철은 다시 한 번 궁금해진다. 그녀에게서 어떤 면을 보았기에 유괴같은 사악한 짓을 저지를 수 있다고 판단한 걸까?......과속도 절대 하지 않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고 그 어디에도 지각하는 법이 없다. 주차 위반 딱지라도 받으면 몹시 괴로워한다. 그런데 이젠 한 가족에게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를 저질러야 한다고? 창밖을 내다 본다. 아름답고 청명한 가을날이다.

p.76

소설 속 엄마인 레이철은 하버드를 다녔지만, 우버택시기사와 웨이트리스트를 하며 남편의 뒷바라지하고, 남편이 변호사가 됐지만 레이철이 암에 걸려 투병하자 바람이 나 이혼 한, 그런 우여곡절을 겪은 여자이다. 레이철은 본인이 거짓말을 잘 못하고, 과속도 하지 않으며, 세금도 꼬박고박 내고, 지각도 안 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다. 레이철은 옆집 아이에게 평범한 친구 엄마이고, 이웃집 아줌마일 뿐이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납치 당했을 때, 누군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아이를 위해 다른 아이를 납치하고, 협박하게 된다.

예전의 레이철이라면 평생을 바쳐야 사람이 그렇게 사악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이제는 아니다. 그러는 너 자신은 어때, 레이철? 납치범에 아동 학대범에, 무능한 엄마, 이게 다 너잖아. 속으론 너도 알고 있어. 어밀리아가 죽도록 그냥 내버려뒀을 거란 사실을. 그럴 의도가 분명 있었고, 그거야말로 도덕 철학, 법, 인생에서 중요한 거잖아. 네 타락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지. 넌 지금 지옥으로 곤두박질치는 우리에 갇혀 있어. 그런데 앞으론 더 나빠질 거야. 늘 그런 식이잖아. 처음엔 암, 그 다음엔 이혼이었지. 그러더니 딸이 납치됐고,넌 괴물이 됐어

p.229

레이철의 모성과 악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납치한 아이에게 알레르기 반응이 올라왔을 때이다. 당장 약이 없는 상황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온 아이를 위해 의사를 부를 것인가 아니면 약이 오기를 기다릴 것인가. 이 소설은 '엄마'의 위대함과 '엄마'의 이기심과 '엄마'의 강함 그리고 '엄마'의 약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엄마가 아니지만 엄마란 얼마나 강하고도 약한 존재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1부가 딸을 되찾기 위한 여정이었다면 2부는 그런 납치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한 한 가정의 발버둥이라고 생각한다. 납치에서 풀려났지만, 레이철은 카일리가 다시 납치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잠 못 이뤘고, 체인에서 보복이 올까 두려웠으며, 카일리는 악몽으로 식은땀으로 침대를 적셨다. 2부에서는 그런 트라우마들과 체인의 실제가 나오기 시작한다. 체인에 대한 것은 소설을 볼 분들의 즐거움을 위해 밝히지 않겠다.

그녀는 알 것 같다. 체인은 우리 모두를 친구와 가족으로 묶는 끈에 대한 은유다. 체인은 어머니와 자식의 탯줄이요, 영웅이 모험 길에서 지나야할 길 혹은 방향이자, 가느다란 실타래, 즉 아리아드네가 미궁이라는 문제에 직면하여 생각해낸 해결책인 것이다.

p.463-4

레이철은 계속 왜 자신일까하는 생각을 한다. 그것 또한 소설의 말미에 다 밝혀진다. 이 소설이 흥미로웠던 것은 모성을 이용해서 끊기지 않는 납치의 체인을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다. 납치도, 모성도 신선한 소재가 아니었지만 그것이 잘 버무려지자 신선하고 흥미로운 소설이 되었다. 꽤 두꺼운 소설이었지만 순식간에 읽혔다. 서평을 쓰면서도 이 소설을 다시 읽고 싶다. 재밌어서 천천히 읽는 건 힘들겠지만, 다시 이것저것 생각해보며 읽어보고 싶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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