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 시작했던 화자의 복수는 역풍을 맞고, 이 복수를 같이 생각하는 모임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다른 사람의 분노에 공감해주고, 익명의 그 사람들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음을 보여주며, 복수가 터닝포인트, 즉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는 몇몇 복수들이 있다. 고등학교 때 왕따한 이에게의 복수, 자신에게 컴플레인 건 사람에게의 복수, 자신의 공을 가로채는 남편에게의 복수, 자신의 친구와 바람핀 약혼자에의 복수, 인생을 망친 이에게의 복수, 갑질 사장에의 복수 등등.
이 복수들이 전개되면서 화자의 인생은 점점 스펙터클해 진다. 어떻게 007이 되어가는지는 소설을 보면서 확인하시기 바란다. 재미를 위하여 스포는 자제하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결코 치밀하지 않다는 것에 공감했다. 이 소설에 치밀한 인간이 한 명도 없다. 나는 복수를 생각하는 모임에서 셜록에 모리어티같은 건가 하는 생각을 했으나 그런 생각이 부끄럽게도 그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복수였다. 등장인물 '앙칼'의 경우 치밀한 것 같으면서도 엉성한 매력을 보였고, 그것은 소설 전체에서도 매력이자 아쉬운 맛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