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날 서점 주인이 되었습니다 - 빈의 동네 책방 이야기
페트라 하르틀리프 지음, 류동수 옮김 / 솔빛길 / 2015년 8월
평점 :
나는 책에 대한 물욕이 아주 강하다. 아마도 어릴 적 내 방, 내 책장이 없었던 결핍에 원인이
있어보인다. 책을 읽는 속도가 사들이는 속도를 따라 잡을 수없다. 집에 내 책장이 여섯개
정도 있는데 그중에 두개의 책장은 내가 읽지 못한 책들로 꽂혀 있다. 지인들은 우리 집에
오면 도서관 같다고 한다. 나는 도서관을 갖고 싶다. 나중에 나만의 공간 (방이 아닌 집 통째로)
에 내가 모아 놓은 책들로 나만의 도서관을 갖는 게 꿈이다. 도서관은 사고 파는 이윤관계가
아니어서 좋다.
한 때는 서점 주인이 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작은 마을에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절대 돈의 노예가 되지않고
여덟시간 일하고, 여덟 시간 자고, 여덟 시간 나만의 여가를 즐기는 그런 삶을 꿈꿨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그 때의 꿈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걸 느끼며 책을 읽었다.
서점은 내가 생각한 책읽는 공간이 아닌 책 파는 공간이다. 무엇보다 내 돈이 아닌 은행돈이
들어가면 나는 그 돈을 갚아나가기 위해 뼈빠지게 일해야한다. 그나마 내가 좋아하는 책들
사이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빼면 여타의 직장생활과 다를게 없다.
저자도 집안일과 육아, 서점일을 병행하며 정말 피터지게 살아냈다. 그나마 오스트리아의
분위기는 작은 서점도 어떤 식으로든 지역 공동체의 유대 관계속에서 끈끈히 유지 할 수
있었다. 과연 우리는 어떨까? 나는 주로 책을 인터넷으로 산다. 바로 이 블로그의 사업체를
이용한다. 그리고 가끔씩 이용하는 서점은 지하철 역 근처 집에가는 버스를 타는 정류장의
중형서점이다. 다행히 대학교가 두 개나 있기에 서점이 두 곳이나 있다. 하지만 내가 서점을
이용할 때 이 책의 저자가 운영하는 서점 분위기를 느껴본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물론 내가 책만 사서 나오니 서점 주인(거의 아르바이트 직원만 본다)과 어떤 유대관계를
맺을 기회가 없을 수 도 있다. 어쨌든 우리에겐 이런 서점은 꿈같은 일인 것만은 확실하다.
어쩌면 오스트리아도 젊은 이들은 서점에서 이런 관계맺기에 서투를지 모른다.
내가 북유럽에 갔을 때 책 벼룩시장을 간 적이 있었다. 그 곳에서 놀랐던 점이 그 곳의 노인
들이 책을 정말 좋아하고 즐긴다는 것이었다. 고객의 60% 이상이 머리가 허연 노인분들
이었다. 그 여유로운 느낌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우리나라는 우리 세대가 노인이 되었을때 그런 모습을 보일수 있을까?
이 책은 내게 서점이 얼마나 힘들지 시뮬레이션 해주는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래서
나만의 도서관이 얼마나 흐뭇한 꿈인지 느끼게 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오랜 단골 손님에게 책 한권을 권해주며 같은 느낌을 공유하는 그런 작은 서점
하나 갖고 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나게 한것도 사실이다.
내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서점. 책을 두고 같은 감정, 다른 느낌을 단골 손님과 나누며
나이들고 싶다는 나만의 버킷이 또 하나 추가 되었다. 어쩌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