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사람은 윤리와 도덕, 심지어 삶의 의미까지도 주관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도구주의가 우리 문화와 사회를 단단히 지배하고 있는 것이지요. 의미를 단순한 취향으로 축소하는 게 가능하다면, 우리는 그저 주관적 취향을 가능한 한 최대로 실현시켜 줄 도구만 개발하면 되겠지요. 지식이나 윤리, 우정, 신뢰 같은 가치는 순전히 개인의 이득과 만족을 위한 것이 되어버리고,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따른 상대적인 가치만 남게 됩니다. p63
이처럼 쓸모없음의 쓸모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도구화에 저항하는 최전선에서 우리를 지키고 이끌어줍니다. 쓸모없는 것이란 우리가 다른 것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를 위해 하는 일입니다. 그런 일들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치지 말아야할 중요한 것들이지요. p67
존엄성은 가격으로 따질 수 없고 대체될 수도 없다. - 이마누엘 칸트
칸트의<<도덕형이상학 정초』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목적의 왕국에서 모든 것은 가격을 갖거나 존엄성을 가진다. 가격을 가지는 것은 무엇이든 동등한 가격을 지닌 다른 것으로 대체될수 있다. 반면에 모든 가격을 뛰어넘어 다른 것으로 대체될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존엄성을 지닌다." p80
바로 여기에서 약속을 하고 책임을 지는 인간의 근본적인 능력이 나옵니다. 책임을 인정하거나 부정하는 행위는 어느 쪽이든 적어도 자신의 책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느 것입니다. 이러한 능력은 성숙한 인간의 특징이지요. 니체가 말하는 약속하는 동물‘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인간입니다. ‘미안합니다. 내 잘못이에요‘ 또는 아닙니다, 내 잘못이아닙니다.‘ 자기 행동과 사회적 약속에 대한 이런 식의 성찰과 표명이 우리를 사회에서 책임감과 도덕성을 갖춘, 사회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p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