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철학자
로랑 구넬 지음, 김주경 옮김 / 열림원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한 때 웰빙 열풍이 불었다. '잘 사는 것'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누구나 한번쯤 해본 이 고민을 나 역시 아이 엄마가 되면서

했고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결혼을 하면서부터는 돈이 삶의 큰 비중을 차지할 거라 여기며 부동산, 증권 등등 이런

책을 사모아 읽었다. 그러다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 내가 책임져야할 또 하나의 삶이

생긴것을 자각하면서 삶을 보는 시각을 달리 했다.

어려서부터 물질적 결핍으로 인한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나는 행복의 필요조건은

경제적 안정이라 여겼다. 어느면에서 이것은 당연하다. 플라톤도 노년의 행복의 조건으로

남에게 손을 벌리지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정도의 경제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 어느 시대보다

결핍의 삶을 살고 있기도 하다.

이 책속의 빅터처럼 우리는 어느 예기치 않은 순간 사랑하는 이를 잃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닌 사회속에 있다. 각박한 현실속에서 분노를 외부로 돌리고 일면식도 없는 약자를

향해 묻지마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이 하루에 한 번이상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빅터의 경우가 일상속에서 벌어지는 것이다. 그럴때 남겨진 이들이 어떻게 버텨내고

견뎌내야 할 것인가?

 

"사실 다윈의 이론이 지금의 문명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어요. 그것이 삶을 보는 우리

시각을 결정했거든요. 삶이란 것을, 생존하기위한 싸움으로 인식하게 만든거죠.

살아남기 해선 다른 사람들과 싸우고, 다른 종들과 싸우고, 자연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거예요. 여기서부터 기술의 발전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는 신념이 생겨났어요."

p 202

 우리가 근근히 버텨내고 있는 삶이 이런 인식속에서 출발 했다고 하면 지금 우리 사회의

이 각박함이 설명이 된다. 분명 자연은 진화되기도, 도태되기도, 돌연변이가 발생하기도

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 자연의 일부인 우리 인간은 잔인하게도

상위 1% 가 모든 걸 좌지우지하며 나머지의 목을 죄고 흔든다. 자연계는 뒤의 1%가

자연스레 도태된다면 인간계는 99%가 언제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질지 몰라 전전긍긍

하고 있는 것이다.

 

' 내 영혼아, 너는 한 번 추락하면 다시는 널 되살릴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네 인생은 짧고, 네 인생은 거의 끝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너 자신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너는 너의 행복을 타인들의 영혼에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다.'

 p 206

 

빅터의 정신적 모델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에서 나온 말이다.

복수에 사로잡혀 인디언들의 정신과 삶을 차근차근 갉아먹기로 한 그가 어떤식으로든

대처해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목격하면서 혼란을 겪는다. 자신이 하는 일이 과연 정당

한가? 이것이 최선일까? 결국 빅터의 오해로 인디언 마을 사람들은 고통을 당하지만

그들에겐 끝까지 끈을 놓지않는 엘리안타가 있었다. 도시인간들이 그들의 삶과 정신속에

이상한 마법의 힘을 부리듯 자신의 종족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괴롭게 지켜보며 싸워나가는

그녀가 결국 빅터의 정신도 구원한다.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는 것, 자기 신체 소리를 듣는 것,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

자신에게 자부심을 갖는 것, 자신을 감정을 다스리는 것,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

그들을 이해하는 것,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설득하는 것, 그들로부터 존중받는 것,

다른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것, 자신의 두려움을 이해하는 것, 자신을

초월하는 것, 삶 자체를 기뻐하는 것, 고요하게 있을 수 있는 것등을 배우는 거야."

p 240

빅터가 인디언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말아야할 것들을 이야기 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진정으로 가르치려 애써야 할 것 들이었다. 나부터도 다시 배워나가야

할 것들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내 안에 쌓아야할 자양분들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실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불행한 곳인가 알 수

있다. 인디언들을 해치기위해 그들에게 뿌리내리려는 삶들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인것이 정말 슬프다.

거울로 비추듯 우리의 아픈 곳을 구석구석 되새겨준 작가에게 감사하다.

우리가 지금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잃어버리며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지 각성시킬 수

있는 삶의 처방약과도 같은 이 책이 더욱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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