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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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얼마전에 '오만과 편견'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오페라의 유령'을 읽겠다고 하여 기특한 마음에 얼른 책을 사주었다.


'오만과 편견'을 읽을 때는 나도 내용을 알기 때문에 책 내용에 대해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오페라의 유령'은 내가 내용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좀 아쉬운 마음이 들어 나도 같이 읽기 시작했다.

 


 

마침 소담출판사에서 프랑스어 원서를 직번역한 완역본을 2022년 버전으로 새롭게 출판하여 서평단을 모집하고 있었고, 타이밍도 절묘하게 내가 책을 구입하기 위해 찾아보던 시기와 겹쳐서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 읽게되었다.

 

나는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을 본 적도 없고, 비극 소설이나 추리 소설은 더더욱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책을 읽기 전에 기대가 전혀 없었다. 아이와 대화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500페이지 가량 되는 책을 읽기 시작하다보니 언제 다 읽을 수 있을지 부담이 많이 되었다.

그런데 소설은 역시 소설. 스토리의 힘에 끌려 두꺼운 책을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책 내용이 단숨에 읽을 만큼 처음부터 흥미진진하진 않았지만, 추리 소설답게 유령의 기이한 행적과 정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었고, 마지막 1/5쯤 남겨둔 지점에서는 결말까지 멈출수가 없었다.

'오페라의 유령'은 오페라 극장에 사는 유령이 크리스틴이라는 신인 가수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과 사랑 내용이 주를 이룬다.

 

유령의 모습은 해골 같은 얼굴, 내려앉은 코, 어둠속에서만 노랗게 빛을 내는 눈, 입술 없는 입, 죽은 살가죽, 몸에서 풍기는 죽음의 냄새로 상상 불가한 흉측한 모습을 지녔다. 어려서 아버지는 외면했고 어머니 마저 가면을 던져주었다. (여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되지 않았을까.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게조차 존재를 부정당했으니 유령은 온전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오페라 극장에서는 유령의 은밀한 지시를 거부하면 오페라 가수가 두꺼비 소리를 내게되기도 하고, 사람이 죽기도하는 등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나는 유령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고 결말을 읽기 전까지는 연민의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다. 또 읽는 내내 인간인지 유령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유령은 크리스틴이라는 순수하고 순결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는 샤니 자작과 서로 사랑하고 있었다. 단 한번도 사랑을 받아본 적 없던 유령은 그녀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많은 이들을 위험에 빠뜨리는데...



“나도 이런 식으로 계속 살 수는 없어. 이제 나도 두더지처럼 지하 구멍에서 살기 싫거든! 「의기양양한 돈 주앙」은 완성되었지. 이제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아내를 갖고 싶어. 우리는 일요일마다 함께 산책을 할 거야. 보통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가면도 만들었어. 이제는 누구도 내 얼굴을 보고 고개를 돌리지 않을 거야.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가 될 거야. 그리고 우리는 우리 둘만을 위해 죽도록 노래를 부를 거야. 오, 크리스틴! 당신은 울고 있구려. 당신은 나를 두려워하고 있어. 하지만 나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나를 사랑해 봐, 그러면 알게 될 거야. 나도 사랑만 받는다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양처럼 온순해질 거고, 당신이 바라는 대로 할 거야.” _본문 중에서



유령에게 거짓 사랑이라도 필요했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외로운 삶을 살았는지, 그간의 악행을 왜 저절렀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해주었다.

'오페라의 유령'을 읽으며 내가 얼마나 착한사람과 나쁜사람을 구분짓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빠져있는지 알 수 있었다.

 

유령의 악행은 용서받을 수 없는 부분이 있을지라도 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배경을 알고나니 그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파렴치한으로 느껴졌던 유령이 결말을 읽고 난 후에는 애잔잔 슬픔으로 다가왔다.

무서움을 많이 타는 아이는 소설의 음산한 분위기 때문에 결국 초반에 그만 읽기로 결정했지만 나는 아이 덕분에 생각지도 못했던 고전을 접할 수 있었다. 내가 평소 읽지 않던 추리소설이라서 더 생각할 부분이 많았고, 기억에 남는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솔직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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