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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자전거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3년 1월
평점 :
대만 소설은 처음 읽어본다. 아마 서포터즈 활동이 아니었다면 대만 소설을 읽어볼 기회는 없었을 것 같다. 서포터즈 신청을 했던 이유가 독서 편식을 줄이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에 나의 목적에 잘 맞는 책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만 소설은 조금 낯설었다. 그래서 한참을 책 표지만 바라보던 끝에 첫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곤 이야기의 힘에 끌려 460페이지의 두꺼운 책을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었다.
작가 우밍이
1971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태어났다. 푸런대학에서 대중미디어학을, 국립중앙대학에서 중문학을 공부했으며 현재 둥화대학 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7년, 소설집 <오늘은 휴일>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 타이베이 문학상, 2011년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소설부문 대상 수상, 2014년 프랑스 문학상 리브르 앵쉴레르상을 수상하였다.
<도둑맞은 자전거는> 사라진 아버지의 행방을 찾다, 베일에 싸여 있던 아버지의 과거와 전쟁 피해자의 역사를 마주하게 되는 아들 '청'의 이야기이다. 대만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에 올랐다.(책날개 중)
줄거리
도둑맞은 자전거는 한 가족의 일대기에서 시작해 대만의 식민지 역사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소설이다.
'청'은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다섯째까지 딸을 낳고 여섯째에야 원하던 아들을 얻었다. 그리고 청은 생각지 못하게 생긴 막내아들이었다.
아버지는 아홉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중화상창에서 양복점을 하였다. 그런 중화상창이 1993년 철저한 쇄신을 목표로 한 도시 발전 과정에서 철거되었다. 그리고 철거 작업이 시작된 다음날 아버지가 사라졌다. 그것이 이십 년 전의 일이다.
p.58 경찰에 신고하고, 점을 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해 찾아보았지만 어떤 힘이 일부러 이 세상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지워버린 양 아버지는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 작은 단서조차 남기지 않은 채.
아버지는 아끼던 행복표 자전거와 함께 사라졌다.(그 시절 대만에서 자전거는 지금의 벤츠와 같았다는 대사가 나온다. 그리고 내가 대만의 문화는 잘 모르지만 대만에서 자전거는 집집마다 필요한 승용차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버지가 왜 사라졌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청은 어느덧 자라 성인이 되었다. 청은 자전거를 수집한다. 아버지가 자전거와 함께 사라졌기 때문에 어떤 작은 단서라도 잡기 위해 자전거를 유심히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p.58 그때 이후로 어디서는 행복표 남녀 공용 자전거 초기 모델만 보면 유심히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것도 내가 자전거에 관한 정보와 역사에 흥미를 갖게 된 계기 중 하나였다. 자전거에 대한 내 열정은 실종된 아버지에서 시작된 셈이다.
청은 어려서 열이 펄펄 끓던 날, 자신을 자전거에 태우고 소아과로 달려가던 아버지를 기억한다. 아버지는 이 날 정신이 없던 나머지 귀하게 여기던 자전거를 잃어버렸다. 청의 형의 고등학교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던 날도 아버지는 기쁜 나머지 자전거를 잃어버렸다.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느낄수 있는 부분이다. 아버지는 말이 없었지만 여느 아버지처럼 일곱 남매를 키우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분이었다. 그랬던 아버지가 왜 사라졌을까?
성인이 된 청은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사라진 자전거에 새겨져 있던 번호와 일치하는 자전거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자전거를 거쳐갔던 주인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대만의 아픈 식민지 전쟁 역사를 마주하게 된다.
아버지는 소년공으로 일본에 가서 전투기 만드는 일을 했었다. 그리고 전쟁 이야기가 시작된다.
p.279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때의 일은 눈앞에서 막 날아간 새처럼 깃털 하나하나의 색깔까지 또렷하게 그려낼 수 있다. 수많은 미군 전투기가 밀림 상공을 동시에 날아다니던 장면도, 밀림의 축축한 풀과 진흙을 손으로 움켜쥐는 느낌도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전쟁은 전쟁 속에 던져졌던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아버지가 왜 사라졌는가'가 이 두꺼운 소설을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힘이다. 사실 나는 마지막까지도 아버지가 왜 사라졌는지에 대한 이해까지 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실종되기 전 빠른 속도로 모든 걸 잊고 있었다는 것,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온종일 돌아오지 않는 날도 있었고, 돌아온 뒤에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렷하게 말하지 못했다는 것 등을 보았을 때 아버지에게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전쟁의 상처가 되살아 났고, 그래서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치며
도둑맞은 자전거는 자전거가 소설의 중심축이다. 중간중간 오래된 여러 자전거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작가의 자전거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많은 인물과 사건이 등장한다. 소설의 시점은 내가 되었다가 전쟁의 아픔을 겪은 그들이 되었다가 전쟁에 참여한 코끼리로 이어지기도 한다.(코끼리의 입장에서 전쟁 속에 놓인 그들의 상황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전쟁이라고 하면 그곳에서 무참히 죽어가는 사람만 생각했었는데, 그곳에는 동물도 있었다. 그래서 당시 동물들이 느꼈을 공포까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대만 이름과 지명, 명칭들에 익숙하지 않은 내게 '도둑맞은 자전거'는 조금 어려운 소설이었다. 책도 꽤 두꺼워서 뒤로 갈수록 등장하는 인물들이 앞부분에서 어떤 역할을 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아쉬웠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주요 인물들이 어떤 사람인지 짧게 메모하면서 읽어나가면 소설을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이해하려면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두 번은 읽어봐야 할 소설인 것 같다. 서포터즈 활동 덕분에 읽게 된 '도둑맞은 자전거는' 내가 처음 읽은 대만 소설이라서 더 의미 있는 독서였다.
+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